김명환 한국인맥경영연구원 원장은 국내 최고경영자과정의 산증인이다. 지금까지 이수한 최고경영자과정만 무려 100여개. 등록금만 수억 원에 달한다. 대학원 학위만 족히 세 박스 분량이다.

총장들을 상대로 컨설팅을 할 정도가 됐다는 것이 김 씨의 설명이다.
그가 분석한 최고경영자과정의 성공비결은 두 갈래이다.

창조경영, 녹색경영, 디자인경영 등 메가 트렌드를 발 빠르게 반영해야 한다. 동호회, 조찬강연회, 골프모임 등으로 수강생들의 인맥 형성도 도와야 한다.

하지만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강좌는 드물다는 것이 김명환 원장의 진단이다. ‘외화내빈(外華內貧)’ 격이다. 서울시내 주요 대학들이 운영하는 ‘최고경영자’ 과정 일부가 장수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 경영연구원(IGM)이 단기간에 대학원 최고경영자 시장에서 약진하는 배경을 잘 헤아려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케팅, 콘텐츠, 그리고 인맥형성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덕분입니다.”

상품을 출시하고 입소문을 낸 뒤 커뮤니티로 마니아를 만드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마케팅 방정식은 지식상품 흥행의 비결이기도 하다. 대학원 총장들의 이른바 마케팅 역량이 중요한 배경이다.

대학원 최고위과정의 ‘부침(浮沈)’에도 경영의 원리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 것이 김 씨의 분석이다.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비교우위가 뚜렷해야 하며, 마케팅 역량이 뒷받침돼야 부상할 수 있다. 잘나가는 강좌는 녹색경영, 창조경영을 비롯한 글로벌 트렌드를 발 빠르게 반영한다.

“중국 청도대의 이공계 과정은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명예 학위를 수여한다. 국내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지 못한 이들이 소정의 교육을 이수하면 명예학위를 부여한다.”


김홍신, 강석진 ‘우량주’…‘강사진’부터 따져보라
강사진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강석진 GE코리아 전 회장 등은 흥행의 보증수표이다.

수강생들의 입장에서는 결코 놓치지 말아야 할 강사들이기도 하다. 김 원장은 “양질의 콘텐츠를 물 흐르듯 유려하게 전달할 수 있는 ‘프레젠테이션’ 능력이 뛰어난 강사를 눈여겨 보라”고 주문한다.

강석진 전 회장은 이른바 ‘변화경영’의 대가이다. 직원들이 제출한 아이디어를 밑천 삼아 조직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온 그의 생생한 경험담은 지금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발해사에서 기업 성패의 원리를 이끌어낸 소설가 김홍신 씨 강의도 추천 1순위다.

할아버지가 손자를 무릎에 올려놓고 이야기를 풀어가듯, 쉽고 편안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김 씨의 프레젠테이션 능력이 단연 발군이라는 것이 김 원장의 설명이다.

지금까지 김 원장이 만난 강사 5000여명 중 이들은 말 그대로 ‘군계일학(群鷄一鶴)’ 격이다.

이들을 강사진 명단에 올린 최고경영자과정은 수강 1순위이다. 해외 경영대학원이나 유명 대학들이 국내 기관들과 손을 잡고 선보인 최고경영자 과정도 주목 대상이다. 그는 와튼스쿨 CEO과정을 추천한다.

이 경영대학원의 석학들이 직접 한국으로 와 생생한 강의를 하는 것이 강점.
6개월 수업에 2500만원에 달하는 등록금이 부담거리이다. 매주 수업이 한 차례 열리니 수업료가 회당 100만원을 훌쩍 넘는 고가이다.

하지만 수강생들의 참여율이 높고, 강의 수준이 높다는 것이 김 원장의 설명이다.
대통령을 수행한 경험이 있는 동시통역사들이 현장에서 통역을 담당해 영어에 대한 부담감을 덜었다.

“와튼스쿨에 있는 여자 교수가 직접 한국에 와서 한 강의가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100여개 최고경영자과정을 다녔지만, 그녀가 한 회계 강의만큼 독창적이었고, 또 이해하기 쉬운 수업은 처음이었어요.”

김명환 원장은 와튼스쿨 최고경영자과정의 강점을 뛰어난 콘텐츠로 꼽았다.
국내 대학들의 최고경영자과정 수업료가 대개 500만~1000만원인 점을 감안할 때 부담스러운 수준이지만 수업 만족도는 크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김 원장이 이번 가을 학기에 다시 스탠퍼드 최고경영자과정에 등록하려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이 밖에 중국 청도대의 이공계 과정은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명예 학위를 수여한다. 국내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지 못한 이들이 소정의 교육을 이수하면 명예학위를 부여한다는 것이 김 원장의 설명이다.

문화예술 부문의 최고경영자과정도 주목 대상이다.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소프트 파워’가 강해져야 한다는 기업인들의 욕구를 파고들었다.

부동산 부문은 동국대의 부동산CEO과정이 추천 대상이다. 박영희 교수를 비롯한 교수진들이 강의 노하우가 탄탄하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이색 최고위과정도 눈길을 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행복CEO과정은 문화예술 강좌와 더불어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의사들의 암예방·비뇨기과·내과·성형외과 관련 교육도 이뤄진다. 이질적인 두 가지 강좌를 하나로 통합한 이른바 ‘하이브리드형’ 강좌이다.

김 씨는 100여개의 최고학위 과정을 다닌 이면에는 퇴직 이후의 고민이 한몫을 했다고 털어놓는다. 국방부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던 그는 재작년 정년퇴직을 한 뒤 조그만 사업체를 차렸다.


통섭형 강의로 일석이조 노려라
경쟁의 무풍지대 격인 공무원 사회에서 평생을 일하다 민간 부문에 뛰어들다 보니 적응하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학위를 하나둘씩 받다 보니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붙고, 공부에 더 욕심도 생겼다.

‘성장’이라는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사는 경영자들을 만나는 재미도 제법 쏠쏠했다. 강의 요청도 제법 들어오는 편이다. 국방부 방산국, 한국경영개발원, 양주시 장애인협회에서 강연을 했다.

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은 김 씨의 인생도 많이 바꾸어놓았다. 그는 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토털 서비스 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인맥경영연구원이 사업 다각화의 발판이다.

각 대학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과정을 유치하는 한편, 대학원들을 상대로 컨설팅 서비스도 실시할 계획이다. 최고경영자과정에서 가장 자주 조우하는 CEO들은 누구일까. 그는 유상옥 코리아나 회장과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을 꼽았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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