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민석의 '부동산 생각하며 투자하기'

안민석 riomanjun@hanmail.net

전 한국경제신문 전국상권대해부 및 자영업컨설팅 자문위원

MBN 생방송부동산 및 MTN 부자들의 비밀노트 출연

현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선임연구원

부동산 시장이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상가 분양 시장도 좀처럼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투자자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얻어온 수도권 상가 시장이 최근 극심한 부진에 빠져 있다.

수원 광교신도시를 비롯해 인천 청라, 수원 호매실, 파주 운정, 송도신도시 등 주요 택지개발지구 및 신도시 상가 분양 현장은 최근 거의 개점휴업 상태에 돌입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상가 시장 위축의 원인이 단순한 경기 여파와 심리적 요인에만 있다고 보지 않는다. 지난해 오피스텔 열풍이 말해주듯 수익형 부동산은 여전히 수요층이 두텁고 특히 상가는 전통적인 부동산 투자 상품으로 아직도 우량 현장을 찾아 돌아다니는 투자자가 꽤 많다는 것이다.

그들의 지적이 옳다면 문제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우선 공급 가격 자체가 높다는 것이다. 즉 고분양가에 따른 수익률 악화가 첫 번째 요인이다.

높은 분양가에 신음하는 수익률

분양가격 자체가 높아지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토지 공급 주체가 터무니없는 금액에 상가 용지를 공급하거나 시행사 사이에 입찰 경쟁이 치열해 낙찰 가격이 높아지는 등의 이유로 땅값이 상승하는 경우 일종의 원가 상승에 의한 고분양가가 만들어지는 구조다. 여기에 인기 신도시라는 거품 요소가 가미되면 공급가격은 더 높아지기 마련이다.

2006년부터 분양에 돌입했던 판교신도시가 그 대표적인 예다. 판교 개발 당시 중심상업용지(판교역 일대) 21필지의 평균 낙찰가격(㎡당)은 무려 6884만원이었고 이는 무려 198%라는 낙찰경쟁률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당시 판교 상가용지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뜨거웠는지를 알 수 있다.

이러한 높은 땅값은 분양가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판교역 인근 상가의 1층 분양가격은 ㎡당 8500~1억까지 형성되었다. 하지만 판교역 개통에 의한 유동인구 상승은 일어나지 않았고 알파돔시티 개발마저 지연되면서 공실률이 최근까지도 50%를 웃돌고 있다.

서판교 주변도 마찬가지다. 서판교역 개통이라는 확정되지 않은 개발 호재를 앞세워 ㎡당 4000만원대의 높은 분양가를 책정한 것이 문제였다. 분양을 받은 사람들은 당초 점포당 400~500만원의 임대료를 기대했지만, 오히려 입주 당시의 임대료보다 지금은 시세가 하락한 상태다. 분양주들이 가져가는 연 임대수익률은 4%대에 머물고 있다. 판교역세권과 마찬가지로 서판교도 절반 이상의 점포가 아직 임차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판교에 이어 곧바로 공급된 광교 상가 시장의 경우 초기에는 인기 신도시라는 장점을 앞세워 어느 정도 분양에 성공했다. 신분당선 광교역(구 신대역) 주변 상가들은 광교에서 가장 빠른 입점 시기가 형성돼 초기 선점 차원에서 접근한 투자자에게 인기가 있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 곳 상가의 대부분이 생활대책용지에 세워진 탓에 땅값이 ㎡당 1000만원대로 분양가가 저렴했고 이로 인해 점포당 실투자금 3억 미만을 가지고도 1층에 투자가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광교의 메인 상권이라 할 수 있는 경기도청 예정지 인근은 얘기가 다르다. 일단 광교신도시라는 이름값과 거품이 어느 정도 소진된 요즘 근린상가, 오피스텔상가, 단지 내 상가 등 유형별로 많은 상가가 공급되면서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고 있다. 판교에 비하면 가격 수준이 낮은데도 분양률이 떨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가격 경쟁력이 없고 투자수익률 또한 받쳐주지 못함을 의미한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도청 인근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상가는 ㎡당 분양가를 무려 7000만원까지 책정했다.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겠지만, 강남 수준의 분양가격을 책정했다는 것은 분명 무리수가 있어 보인다.

판교와 광교의 실정이 이 정도라면 다른 곳들은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알만할 것이다. 전체적인 수도권 상가 분양 실적은 3, 4년 전보다 크게 떨어진 상태다. 시장 자체가 얼어붙다 보니 애초 상가용지가 팔리지 않는다. 판교와 비교될 정도로 관심을 끌었던 위례신도시가 대표적이다. 위례신도시는 지난해 12월 LH가 공급한 준주거(오피스텔)용지 등 9개의 상가 용지 중 주차장 용지 1개를 제외하고는 모두 응찰 대상을 찾지 못했다. 이어서 올해 2월, 인천 영종하늘도시 중심상업용지 6필지 입찰에서도 6개 필지가 모두 유찰됐다.

부지를 매입해서 상업시설을 짓고 분양을 해서 개발 이익을 발생시키는 시행사들이 상가 개발에 의한 매출액 발생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LH 등에서 공급하는 상가용지의 예정가격 자체가 상가 분양이 잘 되던 시기를 기준으로 잡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에는 사업비용 대비 개발이익(매출액)의 비율이 50%를 웃돌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15~20% 정도만 있어도 나쁘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금융권의 PF대출이 막히고 2금융권 등에서 브릿지 대출을 이용해야 하는 일이 많아져 초기 비용이 늘어나는 데다 분양률이 떨어지는 상황에 부닥쳐 마진폭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경기침체로 얼어붙은 창업 시장 상가 분양에 직격탄 돼

상가 분양시장이 얼어붙는 또 한가지 이유는 창업 시장과 관련이 있다. 2005~2008년 사이 2기 신도시 분양을 할 당시만 해도 신규 분양 상가에 입점할만한 우량 업종이 나름대로 많았다. 당시는 은행도 공격적으로 출점했었고 SSM, 제과점, 이동통신점, 약국, 병원, 학원 등 다양한 업종이 상가를 채울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은행들은 개설 면적을 줄이고 아예 신규 출점을 제한하기도 한다. 개인 창업 업종들은 월 400~500만원에 달하는 임대료에 부담을 느껴 창업을 망설이든지 장사를 시작한 후에도 오히려 임대료를 내려달라고 임대인에게 애원하는 일이 서판교 등지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병원이나 학원 등도 넉넉한 자금으로 창업시장에 뛰어드는 업종과 거리가 멀다.

상가는 임차인이 장사를 잘해서 높은 임대료를 내야 임대수익률이 올라가는 선순환이 만들어지는 특이한 부동산 상품이다. 즉, 내수경기와 소비심리의 영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현재 신도시에 들어서는 아파트 입주민 계층을 대상으로 월 400만원 이상의 임대료를 낼 만큼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업종은 그리 많지 않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수도권 신도시에 공급되고 있는 상업시설의 분양가격은 투자자에게 안정적인 수익률을 가져다주지 못할 만큼 높은 게 사실이다. 2기 신도시 분양 시점인 2005년과 지금은 시장의 분위기도 다르고 내외부적인 투자 환경도 달라졌다. 특히 자영업자의 창업 열기나 프랜차이즈 및 법인체의 점포 개설 여력이 꺾이고 있어 상가 공급자나 수요자 입장에선 투자 상품의 질이 크게 낮아졌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향후 한동안은 수도권에 적지 않은 상가들이 추가로 공급될 예정이다. 위례를 비롯해 최근 이슈로 떠오른 동탄2신도시도 있고 마곡지구도 있다. 각각의 규모가 판교나 광교에 비해 훨씬 크고 위치도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또다시 신도시 이슈를 이용해 비싼 값에 분양하려고 섣불리 덤벼들었다가는 큰 실패를 겪게 될 것이고 이는 분양 시장 전체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겨주게 될지 모른다.

택지지구나 신도시가 개발되면 필수적으로 입주 시점에 맞춰 기반시설이 갖춰져야 한다. 특히 생활 필수 업종이 입점된 상업시설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최근 신도시 상가의 풍경은 근린 업종은 찾기 어렵고 1층에 부동산 중개업소만 즐비한 모습이다. 왜 입주민에게 꼭 필요한 업종들이 그곳에 들어가지 못하는지 그리고 상당수의 점포가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비어 있는지 되짚어볼 시점이다.

비싼 월세 탓에 장사를 시작하기도 어렵고 장사를 해도 80% 이상이 1년 안에 망해 철수하는 것이 최근 신도시 상권의 현주소다. 아파트 분양 열기를 이용해 상가 역시 거품을 끼워 비싸게 팔려는 지자체나 시행주체들의 어긋난 욕심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런 일들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수많은 투자자와 자영업자에 손해를 끼칠 것이다. 이런 악순환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신도시 구상 단계에서부터 상가용지 공급 비율을 줄이고 용지 공급 가격도 현실적인 수준으로 낮춰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