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과 ‘진정성’에 뿌리 둔 행보

2년 전쯤이다. 서울 필동의 CJ인재원에서 열린 경영계획 워크숍에서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기업이 외면해선 안 된다. 특히 기업은 ‘젊은이들의 꿈지기’가 돼야 한다. 실적이나 글로벌 가속화 등 사업적 측면도 중요하지만 일자리 창출, 양극화 심화, 세대 간 갈등 등 사회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 중요하다.”

경제상황이 아무리 어려워도 열심히 살려고 애쓰는 계층에는 어떤 식으로든 기업이 지원을 하고 가난의 대물림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게 이 회장의 오랜 생각이다. 그래서 기획한 상생프로젝트들이 여럿 있다. 저소득 소외계층 아동을 위한 교육지원 프로그램 ‘CJ도너스캠프’가 그 중 하나다.

전국 3600여개 공부방에서 어린이들과 기부자들이 만나 서로 교류하도록 설계된 기부 플랫폼으로, 기부자가 1만원을 기탁하면 CJ나눔재단이 같은 액수를 더해 집행하는 ‘매칭 그랜트’ 방식으로 운영된다. 지난 1월, CJ도너스캠프 기부회원 26만명 가운데 일반인 참여자의 비중이 처음으로 90%를 넘어섰다고 한다. 기부금은 무려 34억6000만원에 이른다. 일반인의 참여가 꾸준히 늘면서 개방참여형 사회공헌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고용 전략도 ‘공존’의 세상을 여는 데 역점을 둔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여건이 예상되지만, 진정성을 갖고 일자리 창출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며 상생 및 동반 성장을 위한 산업생태계 조성을 위해 한발 앞서가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취지다. 그는 그룹을 위해 일한 계약직을 배려한다는 차원에서 지난해 CJ그룹 계약직 사원 600여 명을 순차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 실천에 나섰으며 향후 계약직 직원의 채용 검증 기간을 6개월로 일괄 단축해 조기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이 회장은 지난해 고용노동부로부터 고졸 및 전문대졸 인력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공헌을 인정받아 '열린 고용리더'로 선정됐다. 이어 지난 1월에는 CJ그룹이 CJ CGV, CJ푸드빌, CJ GLS 등 3개 계열사가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2년 고용창출 우수기업'에 선정됐다.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신규 채용과 다양한 고용 장려 정책을 펼쳤다는 평가와 함께 각 계열사 단위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채용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된 점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 회장은 올해도 “동반성장을 위한 진정성 있는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지속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일환으로 지난달 3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어려울수록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올해 채용 역시 지난해 실적 대비 5.9% 늘어난 약 7200명을 새로 뽑기로 했다. CJ그룹 대졸 공채 규모는 1500명으로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며, 고졸은 2600명 채용 예정으로 지난해(2200명)보다 약 20% 늘렸다.

사회공헌에 진정성을 담았다면 인사에는 신뢰에 무게를 두는 듯하다. 그는 지난해 글로벌 사업 부진 등에 대해 임원들을 강하게 질책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1월 정기임원인사에서 주요 계열사의 CEO를 유임시키며 신뢰하는 모습을 보였고 일부 성과가 좋은 사업부에 대해서는 대규모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글로벌 사업을 급속히 확대하는 변화의 시기에 격려를 통해 조직의 안정을 꾀한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생활문화기업의 수장으로서 2002년 CJ그룹 회장에 오른 지 올해로 12년째. 경영 철학 전체를 오롯이 관통하는 이 회장의 화두는 분명했다. ‘공존’ 그리고 ‘진정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