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6일부터 은행은 재형저축을 판매, 폭발적인 가입을 이끌어냈다. 4.5% 내외의 높은 금리가 인기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이처럼 높은 금리는 최초 3년만 고정이다. 이후 금리는 적금금리와 비슷해지거나 오히려 더 낮아질 수 있다. 그 동안 넣은 시간이 아까워 깨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유지하기에도 매력적이지 않은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

 

과거 재형저축은 근로자의 재산형성을 위한 상품이었다. 1976년 등장한 재형저축은 국가의 법정장려금이나 임의장려금 같은 보너스 금리까지 더해 무려 30%에 달하는 고금리를 제공했다. 당시 15만원을 매월 납입할 경우 5년 만에 무려 1500만원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었다. 3~4000만원이면 서울에서 괜찮은 주택을 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재형저축은 말 그대로 재산을 형성할 수 있는 최고의 금융상품이었다. 그러나 1995년 재정 부담으로 인해 재형저축은 폐지됐다.

이런 재형저축이 다시 등장했다. 과거 재형저축을 기억하고 있는 투자자들은 저금리 시대를 극복하고 안정적으로 재산형성이 가능할 것이라 기대했다.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3월 6일 판매 첫날에만 무려 27만9000계좌가 개설됐으며, 1주일 만에 80만계좌에 달하는 판매고를 보였다.

재형저축은 연봉 5000만원 이하 근로자 또는 소득 3500만원 이하의 자영업자만 가입할 수 있다. 국세청의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연봉 1500만원 이상 5000만원 미만의 근로자는 47.6%, 473만명 정도다.

가장 큰 장점은 우대금리를 포함해 최고 4.6%까지 주는 높은 금리다. 당초 4%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은행들의 고객유치 경쟁으로 인해 금리가 상당히 높아졌다. 세제혜택도 있다. 일반적으로 이자에 대해 14%의 소득세와 1.4%의 주민세를 더해 총 15.4%의 세금을 원천징수한다. 그러나 재형저축은 14%의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따라서 세제혜택까지 더할 경우 실제 금리는 5%를 초과할 수도 있다.

소문난 잔치 재형저축, 먹을 것 없다

좋은 점만 있지는 않다. 국민은행 재형저축은 가입 후 1개월 이내에 해지하면 0.1%의 금리만 적용한다. 1개월 이상 3년 이내에 해지하면 기본금리 4.2%의 절반에 경과월수를 36개월로 나눈 값을 곱한 것을 해지이자로 준다. 우리은행은 가입기간 3년 이내에 해지하면 일반 적금의 중도해지금리만 제공한다. 3년 이상 7년 이내의 경우 기본금리를 적용하지만 우대금리는 적용하지 않는다.

은행의 우대금리 제공 조건도 잘 살펴봐야 한다. 급여통장 개설이나 재형저축 자동이체 신청, 주택청약저축 가입, 일정 규모의 신용카드 실적 등을 충족시켜야만 한다. 즉 은행들은 재형저축 하나로 자사의 금융상품에 개인의 자금 대부분을 묶어놓겠다는 속셈이 숨어있다. 게다가 은행들 중 상당수는 3년 이후 우대금리 제공을 약속하지도 않았다. 7년 이내 해지하면 그 동안 감면받은 이자소득세도 모두 추징당하며, 금리 등 더 유리한 타금융사로 이전도 불가능하다.

문제는 또 있다. 3년만 고정금리이며, 이후에는 변동금리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4.6%(우대금리 포함)까지 주는 재형저축 금리는 3년 후 기준금리에 따라 3% 이하까지 낮아질 수 있다. 실제로 장기마련저축의 경우를 보면 이를 예측할 수 있다.

지난 2012년까지 판매한 장기주택마련저축은 현재의 재형저축과 닮은 부분이 많다. 가입 후 7년을 유지해야 비과세 혜택을 준 것과 대부분의 은행이 초기 3년은 고정금리, 이후 변동금리를 채택했다.

장기주택마련저축의 최초 금리는 시중은행 적금금리보다 약 1% 높은 금리를 적용했다. 그러나 3년 이후 금리는 적금금리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낮은 곳도 있었다. 즉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최초 3년은 높은 금리를 미끼로 사용해, 서민의 돈을 자신들의 주머니 속에 가둬놓았다.

초기에만 금리가 매력적이기 때문에 7년 이상 만기까지 유지한 비율은 20% 가량에 불과했다. 만기까지 유지한 20%의 투자자 중 상당수도 7년 이내 해지할 경우 그 동안 받은 감면받은 세금이 추징당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즉 상품 그 자체의 매력보다 어쩔 수 없이 유지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런 문제 등으로 인해 금감원은 완전고정금리형 재형저축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은행업계 전문가들의 반응은 시원치 않다. 4% 이상의 고정금리를 지급할 경우 역마진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완전고정금리 상품을 만들 경우 금리는 3% 초반을 넘기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저축성보험이 재형저축보다 유리할 수 있다

보험권은 아직 재형저축보험이 나오지 않았다. 재형저축의 가장 큰 특징인 비과세 혜택이 이미 적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험업계는 재형저축에 대항해 재형저축보험을 서둘러 내놓을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은퇴설계연구소의 권도형 대표는 “재형저축이 저축성보험보다 무조건 유리한 상품은 아니다”며 “재형저축은 7년 이상 유지해야 비과세 혜택이 적용되며, 저축성보험의 경우 10년 이상 유지해야 비과세 혜택이 적용된다.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한 조건은 저축성보험이 3년 더 길지만, 재형저축은 1.4%의 주민세를 내는 것과 달리 저축성보험은 완전 비과세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소득에 따른 가입조건이 없어 고소득자는 저축성보험이 더 유리할 수 있으며, 중도인출제도와 보험금담보대출 등을 활용할 수 있어 유동성에도 보험이 더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판매되고 있는 저축성보험의 경우 4% 중반대의 공시이율을 적용하며, 3.5% 이상의 최저보증이율을 보장하는 상품이 있다. 공시이율을 은행의 변동금리라고 생각하면 쉽다. 매월 초마다 변경되어 공표되며, 실세금리가 오르면 공시이율도 오르며 실세금리가 떨어지면 공시이율도 떨어진다. 다만 대부분의 보험사는 은행예금보다 보통 1% 정도 높은 공시이율을 적용한다.

동양생명의 ‘수호천사 뉴하이클래스저축보험’의 공시이율(3월 기준)은 4.3%이며, 최저보증이율은 3.75%다. 하나HSBC생명의 ‘넘버원 더블리치 저축보험’은 4.34%의 공시이율과 3.5%의 최저보증이율을 적용한다.

글로벌금융판매 이승준 지점장은 “저축을 유지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재형저축보다 저축성보험이 유리하다”며 “은행의 재형저축의 경우 3년이 경과하면 과거 장기주택마련저축처럼 금리를 낮출 것으로 예상되지만, 저축성보험은 최저보증이율이 적용되어 아무리 금리가 떨어져도 일정수준 이상 낮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재형저축과 보험을 단순 금리로 비교하기는 어려운 만큼 자신의 상황과 여건을 면밀히 따져보고, 특정 상품을 선택하는 게 현명하다”고 덧붙였다.

 

선택 폭 좁은 예금대신 펀드도 고려 대상

재형저축상품이 첫 선을 보인 이후 은행에 이어 증권사도 관련 상품을 앞 다퉈 내놓고 있다. 하지만 고정금리의 강점을 이기지 못하는 듯하다. 지난 13일 장이 끝나기 한 시간 전인 2시경 찾은 한 증권사의 지점은 대체로 한산했으며, 특히 재형저축펀드에 대해 묻자 이번 주에 가입한 고객이 두 명에 불과하다는 말이 돌아왔다.

이 지점이 명동 한복판에 위치해 있다는 걸 감안할 때 재형저축예금과 재형저축펀드에 대한 반응의 차이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만 보고 재형저축상품 중 예금이 더 낫다고 결정짓는 것은 섣부름 감이 있다.

IBK기업은행의 한 PB는 현재 재형저축예금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응은 다소 과열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가입하는 고객의 대다수가 4.0~4.6%라는 고정금리만 고려할 뿐 7년이라는 투자기간은 염두에 두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이다.

재형저축예금은 기한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환매할 경우 일반 예금보다 낮은 이율이 적용된다. 국민은행의 경우 신규가입일로부터 3년 미만 경과 후 중도해지시 기본이율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리가 적용되며, 여기에 비과세 혜택도 받지 못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재형저축예금 금리가 5%에 가깝다고 해도 결코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소득공제 등의 추가 혜택이 부족한 만큼 지금의 열기가 지속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배성민 대신증권 상품전략팀 팀장은 “재형저축예금에 대한 현재의 열기는 원금보장을 선호하는 국내 투자 성향과 연관이 있다”며, “현재의 이율이 가입 후 3년 동안만 적용되는 만큼 향후 금리가 낮아진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되면 열기는 수그러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비슷한 유형의 상품이었던 장기주택마련저축은 3년 고정금리가 끝나고 일제히 금리가 인하됐다. 따라서 3년 후 재형저축예금 또한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소득공제혜택 부여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오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호진 금융감독원 수석조사역은 “현재 소득공제 혜택에 대한 논의나 계획이 전혀 없다”며, “분기에 30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경우 금액이 너무 크기 때문에 향후에도 소득공제 혜택이 주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이머징마켓에 투자하는 해외채권형 추천

어느 정도의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다면 재형저축보다 재형저축펀드가 오히려 투자 매력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주식형, 채권형, 채권혼합형 등 종류가 다양해 투자 성향에 따라 상품 선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투자 기간이 7년으로 장기인 만큼 과거 펀드의 수익률을 살펴볼 경우 재형저축예금보다 기대수익도 높다. 특히 채권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만큼 보수적인 투자 성향의 투자자도 투자할만하다. 5년 이상 장기 수익률도 높다. 국내 채권형펀드의 경우 5년 평균 누적수익률이 29.50%에 달하며, 해외 채권형펀드는 46.11%로 국내 채권형펀드보다 2배가량 더 우수하다.

다만 채권형펀드 투자를 고려하는 데 있어 최근 금리 추이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향후 금리 인하보다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은 만큼 채권 금리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진단한다.

하지만 국내 채권형이 아닌 해외 채권형을 선택할 경우 이야기는 달라진다. 배 팀장은 “일반적으로 국가가 성장하면 금리가 낮아진다”며, “이머징국가들의 국공채에 투자하는 채권형펀드는 투자가 유망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와 일본, 브라질의 금리를 비교하면 브라질금리는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 따라서 장기적인 시각에서 채권형펀드 투자를 고려할 때 글로벌자산배분펀드나 신흥국채권펀드 등 이머징마켓에 투자하는 상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증권사들은 재형저축펀드 출시와 함께 다양한 이벤트를 추진하고 있다. KDB대우증권은 7년 동안 연 4.0%의 확정수익을 지급하는 ‘KDB대우 재형저축 RP’를 내놓았다. 이 상품은 재형펀드와는 달리 중도 해지하더라도 환매수수료가 부과되지 않고 4%의 수익을 지급한다. 신영증권은 재형저축펀드를 자산관리서비스인 ‘플랜업스타’의 주요 상품으로 편입했다. 삼성증권은 오는 5월까지 가입하고 3년 이상 적립식 자동이체 약정을 맺을 경우 연 5.0%의 적립식 CMA에 추가 가입 혜택을 제공한다. 적립식 CMA는 재형저축펀드의 월 약정금액만큼 매월 불입할 수 있으며 1년간 가입이 가능하다.

정혜선기자 swan0125@econovill.com김승동기자 01087094891@econov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