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22일 금융지주사법이 통과되면서 금융권 M&A 실탄을 모으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이로써 은행업계의 지각변동이 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금융지주사들이 실탄을 마련하기 쉬워진 만큼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커졌으며, 외환은행과 매물 증권사와 보험사들의 가격이 상승하는 결과도 나타날 수 있다.

산업자본이 금융권에 주는 효과?
산업자본이 금융권에 유입되는 효과는 크게 2가지이다. 우선 금융위기로 재무건전성이 저하된 금융권의 체질을 회복시킬 수 있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하면서 국내 은행이 유상증자와 후순위채권 발행 등을 통해 자본확충에 사활을 걸었다. 하지만 은행들의 유상증자도 한계가 있어, 결국 몇몇 은행들은 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방법을 선택해야 했다.

우량 기업들의 자금여력을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현행법상 금산분리 규정으로 산업자금의 유입이 허락되지 않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산업자본을 활용한다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늘리기 위해 고금리 후순위채권을 발행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기업들도 금융지주사의 유상증자 등을 통해 투자 기회를 보다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자본의 유입 효과 중 또 한 가지는 외국인 투자자들로 인한 국부유출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주요 금융기관의 외국인 지분율은 대부분 50%를 넘는다. 토종 금융기관이라고 해봤자 ‘우리금융지주’뿐이다.

다른 금융지주사의 외국인 지분 현황을 살펴보면 KB금융지주 57%, 신한지주 53%, 하나금융 62% 등이다.

이들이 매년 외국인에게 배당해야 하는 금액도 만만치 않지만, 국내 기업이 금융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면 배당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산업자본, 금융권 지각변동의 ‘변수’
국회를 통과한 금융지주사법 개정안은 기존의 ‘공성진 법안’에 정부 의견을 첨가한 수정안이다. ‘공성진 법안’은 보험사나 증권사 등을 소유한 비은행 지주사가 제조업 자회사를 지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게 골자이다.

개정안은 산업자본의 은행지주사 지분 소유한도, 즉 의결권 지분 기준을 현행 4%에서 9%로 확대했다. 산업자본이 은행업에 진입할 수 있는 문턱을 크게 낮춤으로써 금산분리 규제완화가 최종적으로 완성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산업자본의 사모투자펀드(PEF) 출자 한도 역시 현행 10%에서 18%로 확대되고, 대기업집단 계열사의 PEF 출자 지분 합계액도 현행 30%에서 36%로 높아졌다.

금융지주사들은 산업자본과 연기금 등 인수금융 풀이 확대되면서 M&A 자금 투입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실례로 KB금융지주는 이번 법 개정으로 자회사에 대한 출자한도(자기자본의 100%)가 폐지된 점을 환영하고 있다.

현행법대로라면 금융지주사가 자회사에 출자할 경우 자기자본 범위 내에서만 출자가 가능했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금융지주사는 차입을 통해서도 자회사에 대한 출자가 가능해진 것이다.

KB금융지주의 경우에 지주사 자기자본의 상당액은 이미 자회사 주식으로 채워져 있다. 따라서 다른 금융회사를 인수할 출자여력은 2조원밖에 안 된다.

최근 1조원 증자를 결의한 덕분에 총 3조원의 실탄이 마련됐으나, M&A 업계는 향후 금융지주사는 물론 대기업 간에 금융사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지주사는 산업자본과 연기금 등 인수금융 풀이 확대되면서 M&A 실탄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으며, 대기업은 이번 법 통과로 풍부한 실탄을 금융권 진입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책은행 민영화 속도 빨라진다
우리금융지주나 산은지주, 기업은행 등 정부가 지분을 소유한 은행의 지분 매각 속도도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의 민영화가 더딘 것은 내부구조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문제도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인수 주체를 찾기가 힘들다는 것이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 민영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인수 주체가 외국인 투자자밖에 없었다는 점이었다”며 “그만큼 국내 자본에는 지분을 인수할 만한 여력이 없다는 말이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지주는 국민 정서상 외국자본에게 경영권을 넘겨주지 못하고 국내 산업자본과 연기금에는 지분제한 규정 때문에 인수할 주체가 없었던 것이 현실이었다.

이번 법 개정으로 산업자본이 유입되면 민영화에 필요한 자금에 대한 걱정은 반으로 준 셈이다. 우리금융지주는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의 은행지주회사 주식 보유 한도 9%라는 종전 방안이 완전 폐지된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공적 연기금이 단독으로 인수하는 방법도 생겼고 산업자본과 PEF 등 자본들이 컨소시엄도 구성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종전 인수 주체가 없어서 곤란할 일도 없고 산업자본끼리 연합하면 많은 자본을 들이지 않아도 지분 20~30%만으로도 금융지주사를 인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현희 기자 wooang1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