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7일 설립사무국이 설치되면서 주-토공 통합을 위한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공기업 구조조정의 핵심과 가장 큰 성과물로 탄생될 한국토지주택공사.
현재 통합공사 사장을 뽑기 위한 마지막 절차가 진행되고 있으며 내달 초·중순경 사장 내정자의 모습이 드러날 것으로 예측된다.

사장 선임과 함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통합공사의 기능과 조직의 틀을 어떻게 짜느냐다.

통합공사 설립추진위원회에서는 현재 양 공사의 기능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기능별로 공익성과 재무건전성, 성장가능성 등을 기본으로 통합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설립추진위는 통합공사가 양 공사의 조직을 단순 통합하는 것이 아닌 조직의 능률과 효율성을 극대화시켜 ‘일하는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양 공사의 경영지원과 기획 등 중복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의 경우 통·폐합할 수 있지만 사업 부서는 최대한 살려나가는 방향으로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기능·인력·재무 합리적 조정 필요
정부가 계획한 통합공사 출범일이 6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통합공사 설립추진위에서는 조직구성과 인사 문제, 재무 등 가장 민감한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한창이다.

현재 조직구성과 재무 분야는 한국능률협회컨설팅과 안진회계법인에 각각 용역을 맡긴 상태. 용역 결과는 사장이 내정된 8월 중순 정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조직구성은 통합공사의 효율화 차원에서 주공과 토공의 중복 부서를 통·폐합하는 문제로 인원 감축과도 연관 되어 있으며, 재무 분야는 통합공사의 막대한 부채를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조직구성과 인력운영 방안은 통합공사 설립추진위가 풀어야 할 난제다.
현재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인력은 각각 4385명과 2982명으로 총 7367여명.

한전 등 다른 기관에서 공기업 선진화를 꾀하기 위해 대규모 인력감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통합공사 역시 상당수의 인원감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된다.

항간에는 통합공사 출범 시 1400여명의 인력을 줄여 슬림화를 꾀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그러나 통합을 총괄하는 정종환 국토부 장관 등을 비롯한 정부 관료들은 “통합공사 출범을 하면서 인력을 대폭 감축하는 일은 통합 목적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조직 안정성을 해치는 무리한 인력감축은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민간기능 축소 없이는 통합의미 퇴색
통합공사의 출범이 상징적으로 토지 부문과 주택 부문을 합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향후 운영 문제에 있어서는 그리 간단치가 않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것은 재무부실 가능성이다. 주공과 토공을 통합했을 경우 금융부채만 무려 55조원이다.

부채는 올 연말 7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며 2011년에는 10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재무진단 용역 결과가 구체적으로 나와 봐야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있겠지만 아무리 사업을 펼쳐 이익을 낸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통합공사의 성패는 어떻게 하면 공공 기능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부채 규모를 줄이고 수익성을 살려 재무부실을 막아내느냐에 달려 있다.

설립추진위가 3차 논의 당시 통합공사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당초 계획했던 일부 사업 민간 이양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한 것만 보더라도 재무부실 문제 해결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부의 이 같은 방안을 놓고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반응이다. 양 공사의 통합으로 공공 기능을 확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재무부실을 우려해 민간 기능을 그대로 가져간다는 것은 당초 통합 취지와 어긋날 뿐 아니라 종국에는 민간 주택건설 사업 영역까지 잠식하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만약 통합공사가 공공택지사업의 특수성을 이용해 민간건설사들의 우위에서 시장을 지배한다면 자칫 통합 효율성을 살리지 못하고 국민경제에 피해를 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가 양 기관을 통·폐합하려 했던 것은 중복된 사업을 하나로 합쳐 공공의 효율성을 꾀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인만큼 취지를 살려야 한다”며 “민간 기능을 줄이겠다는 당초 계획을 재무부실의 이유로 수정하지 말고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일 기자 hsi@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