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 설립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통합공사 사장 후보자는 이지송 경복대 학장과 노태욱 LIG건설 부회장, 박종남 전 GS건설 부사장 등 3배수로 압축됐다.

현재 최종 후보자 3명에 이종상 토공 사장과 최재덕 주공 사장이 배제되는 등 의외의 상황이 연출되면서 통합공사 사장자리에 앉을 인물을 놓고 하마평이 무성하다.

통합 절대 반대를 외친 바 있던 토지공사 노조는 이종상 사장의 자진 사퇴에, 통합 찬성을 외쳤던 주택공사 노조는 최재덕 사장의 최종 후보 탈락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양 기관 노조원들은 “자신들의 CEO가 선임된다면 인력 구조조정 등에 있어 조금이나마 이득이 생기지 않을까?”는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는 순간이 연출된 것.

그러나 최근 주-토공 노조원 사이에서는 오히려 양 기관 사장이 둘 다 통합공사 사장에 오를 수 없다는 것이 오히려 다행스럽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민간인 출신의 CEO가 선임된다면 주-토공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세계 시장 진출 위한 글로벌 마인드 중요
최근 통합공사 사장 후보 선임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을 법한 주공과 토공의 양 노조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주택공사 노조는 “노조가 이러쿵저러쿵할 사안이 아니다”며 말을 아낀 반면, 토지공사 노조는 “통합공사 사장으로 이 같은 인물을 원한다”며 적극 나섰다.

기자가 토지공사 노조를 이끌고 있는 고봉환 위원장을 찾아가 통합 사장으로 어떤 인물을 원하는지 묻자 “통합공사는 관료 출신보다는 민간인 출신의 경영마인드가 확립된 인물이 돼야 한다”고 답했다.

고봉환 위원장은 “통합공사는 하루 예산 집행규모가 1500억원 이상으로 시행착오를 겪을 경우 국가 전체적으로 심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으며 재무부실 문제 또한 심각한 상황으로 기업가적 마인드가 없으면 안 된다”며 “이런 측면에서 큰 기업의 경영능력이 있는 CEO가 기본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통합공사의 주요 기능은 택지개발, 주택건설뿐만 아니라 해외 신도시 수출, 토지은행 사업 등 기존에 공기업이 수행하던 기능 그 이상의 광범위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고 밝히며 “공기업도 이제 세계 시장에 적극 진출해야 하므로 단순한 관료 출신보다는 글로벌 경영능력까지 겸비한 민간 출신의 전문 경영인이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직, 인력, 재무, 관리 등 경영시스템 전반에 걸쳐 주-토공의 잘못된 관행을 깨고 기본 틀을 새롭게 구축할 수 있는 인물로 경영개혁 프로그램을 제도화시켜 조직의 체질을 개선해 나갈 수 있고 책임 경영체제를 확립시켜 경영 효율성 제고에 뜻을 둔 인물이 적합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초대 사장은 양 기관의 직원과 노사 간의 갈등 구조를 조기에 해소할 수 있는 연륜과 덕망, 리더십을 겸비한 인물이 선임됐으면 한다.”

공정한 인사 펼쳐야 잡음 없어
인터뷰에 적극성을 띤 고봉환 위원장에게 현재 거론되고 있는 후보자 중 지지하는 인물이 있는지를 묻자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질문이었지만 매우 중요한 질문이기에 거듭 위원장의 답변을 제촉했다.

이에 대해 고 위원장은 “공기업 사장 임명권은 전적으로 대통령에게 있으므로 어떤 한 인물을 꼬집어 지지 여부를 밝힌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그러나 고 위원장은 “다만 지난 15년 이상 점철된 토공과 주공 직원 간의 첨예한 갈등구조를 원활하게 해결하려면 공평한 인사 정책을 펼 수 있는 사람이 선임되어야 한다”며 자신의 의견을 조심스럽게 피력했다.

토지공사와 주택공사 양 기관 직원들의 불신을 극복해 ‘한 지붕 두 가족’이 되지 않도록 형평성 있는 인사 처리를 할 수 있는 인물이 선임됐으면 한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자 2400명의 노조원의 생각이라는 것.

고봉환 위원장은 “지난 15년 동안 통합 찬반 논란으로 양 기관 직원들 간 보이지 않게 갈등의 골이 깊어져 있다”며 “양 기관 직원들의 마음이 하나 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통합 사장의 첫 번째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봉환 위원장은 특히 준비기간이 너무 짧아 급격한 통합으로 인한 조직의 혼란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경영을 펼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 위원장은 “아무리 철저하게 준비한다고 하더라도 양 기관의 통합 준비가 5개월 정도로 짧아 조직 간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어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이를 조화시켜 나가야 한다”며 “통합공사 초대 사장은 이 같은 점을 유념해 소통의 리더십으로 양 기관 노조와 직원 간 갈등을 해소하고 출범 초기 조직 화합을 유도해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데 적극 노력해 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초대 사장 소통의 리더십 필요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출범된 뒤 노조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양대 기관 통합을 결정한 이상 환골탈태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공사는 민간영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이나 타 공기업과 중복이 되는 기능을 폐지하거나 이관해 공공의 역할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통합공사 사장은 이를 염두에 두고 경영을 펼쳐야 한다는 것.

고봉환 위원장은 “당장 제 살을 깎아내는 아픔이 있을지라도 장기적인 안정과 성공적인 통합을 위해서 공공의 역할로서의 통합공사가 필요한 것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공기업이 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특히 “통합공사 초대 CEO는 기업가 정신으로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는 재무부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재정지출을 최소화하고 경영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통합공사의 신용등급은 단순 수치상 D등급 수준으로 공기업이 아닌 민간기업이라면 바로 퇴출 대상에 분류될 정도로 형편없는 수준.

고 위원장은 “특단의 대책 없이는 부실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며 “통합공사 출범에 맞춰 재무개선특별위원회(TF)를 구성하고 재무안정을 제1목표로 하는 경영시스템을 운영, 수년 내에 자립형 공기업으로서의 토대를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토지공사는 그동안 세계 최고 수준의 신도시 건설 경험과 노하우를 국가 브랜드화하여 글로벌 신도시 수출기업으로 도약하고 해외 경제영토 확장을 위한 위대한 첫발을 내딛고 있다”며 “통합으로 인해 국부 창출의 기회가 훼손되지 않도록 재무관리,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에 차질이 없도록 철저한 준비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홍성일 기자 hsi@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