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광석가격에 관한 대화 중 4명의 리오틴토 관계자들이 첩보 혐의로 구금된 이후 다수의 리오틴토 직원들이 중국을 떠났다.


중국인들에게 꾸안시(關係, 관계)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중국인들과 친분을 쌓기 위해 맺어야 할 ‘꾸안시’라는 단어가 최근 리오틴토 직원 억류 사건을 계기로 다시 한번 곱씹어야 할 대상으로 떠올랐다.

중국에서 10년 이상 살고 중국을 아무리 잘 이해해도 꾸안시를 맺고 있는 현지 중국인이 없다면 결코 성공하기 힘든게 현실이다.

꾸안시의 특징은 자연스럽게 선천적으로 형성되는 관계, 가령 혈연·지연·학연이 아닌 물질을 기반으로 형성되는 인위적인 인간관계라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돈·선물·식사 등 뇌물과 접대가 오가게 마련이다.

이번 리오틴토 사건에서도 호주 측에서 “중국이 근거도 없이 무리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뇌물을 주고 접대를 한 리오틴토 입장에서는 중국과 비즈니스를 꾸안시로만 이해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를 업무 미팅이냐 단순 접대냐, 아니면 뇌물수수냐로 구분해내기란 쉽지 않다. 업무를 위한 미팅이나 식사 자리에서 선물이 오갈 수 있고 함께 술 한잔 마실 수 있는 기회도 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접대와 뇌물의 대가로 국가기밀이 유출됐다고 엮이면 어느 누구도 헤어나오기 힘들다. 중국 대기업은 대부분이 국영기업이므로 술자리에서 오간 단순 기업 데이터까지 국가기밀이라고 우기면 더욱 할 말을 잃게 된다.

해외 전문가들은 “식사·가라오케·술 등이 중국 비즈니스에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며 “이번 리오틴토 사건은 많은 해외 기업들이 중국과의 거래를 다시 한번 고민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어느 나라 기업이나 부정한 거래의 유혹을 피하기 힘들지만 중국처럼 일반화된 곳도 없다”고 지적하며 “꾸안시는 이러한 부정부패를 자연스럽게 만드는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투자기업 시에라 아시아 파트너스의 파울라 베로자 설립자는 “중국 기업인들과 업무 미팅을 마친 뒤에는 저녁 유흥 자리가 필수적”이라며 “이 자리에서 서로가 업무 얘기가 아닌 개인적인 관심사를 논하며 신뢰를 다진다”고 말한다.

《중국에서 여성 비즈니스맨으로 살아가는 법》이라는 책을 쓴 기업 중역 트레이시 도겐티는 중국인들에게 발마사지 접대를 자주 받는다고 한다.

발마사지를 나란히 받으면서 주로 업무 얘기를 한다는 그는 중국식 접대에 이미 익숙하다. 그가 내놓는 꾸안시와 뇌물의 차이는 이렇다.

꾸안시는 친분을 쌓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인 데 반해 뇌물은 돈과 대가가 오가는 단기적인 행위라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의 문제일 뿐 결국 꾸안시도 부패의 고리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뇌물과 같은 운명이다.

‘헌법도 꾸안시 앞에서 무기력하다’는 우스갯소리는 바꿔 말하면 그만큼 중국의 사회체계가 아직 허술하다는 의미다.

모든 문제를 담당자의 판단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무법천지에서나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나 발전 단계에서 인간관계가 법보다 위였던 시기가 있었다. 결국 법과 도덕이 최고의 판단지침이자 덕목이 돼야 진정한 법치국가가 이룩될 수 있고 부정부패가 사라질 수 있음을 중국은 명심해야 한다.

아시아경제신문 김동환 베이징특파원 (donki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