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현대차나 기아차가 만들고, 휴대전화는 삼성전자가 만드는 시대는 이제 사라진다. 다가오는 미래에는 산업간의 경계가 사라져 삼성전자나 LG전자도 자동차를 만들 수 있게 된다. 물론 소프트웨어를 통해서다. 이게 꿈이 아닌 실현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게 바로 스마트폰이다. 자동차의 다양한 기능은 이미 스마트폰으로 대체되고 있다. 이에 따라 차량용 어플리케이션 시장 또한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스마트폰의 출현으로 ‘스마트’ 열풍에 휩싸인 지 이제 햇수로 5년이 됐다. 이후 태블릿 PC 등 나올 수 있는 스마트 IT는 충분히 등장했다. 이제는 자동차 차례다. 불과 1년 후에는 인터넷 연결이 안되는 신차는 시장에서 퇴출될 것으로 보인다. 운전 중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통화를 하면 불법이지만 자동차에 끼워 넣고 스마트폰을 이용한 인터넷 연결은 문제가 될게 없다. 다시 말해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어플리케이션이 자동차용으로 바뀌는 세상이 온다.

이미 시작된 자동차의 스마트화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2011년 도요타와 벤츠는 스마트폰과 차량 디스플레이를 연동해 조작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최근 인도에서는 유럽형 미니카 픽셀(Pixel)에서 스마트폰을 계기판 측면 대시 패널에 기우고 스마트폰에 설치된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자동차 정보를 활용하는 기술이 탑재된 자동차가 출시됐다. 바로 타타 자동차가 그 주인공이다.

이렇게 스마트폰은 최고급 차량에서 일반 경차에 이르기까지 자동차에 달린 각종 센서들과 결합해 자동주차는 물론 주행 중 모든 위험요소들을 감지해 자동 회피하는 알고리즘 제공이 가능해졌다. 앞으로 2~3년 후면 스마트폰을 이용한 반자동운전 시스템을 채용하지 않은 자동차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다.

자동차 실내 장비 중 가장 먼저 사라질 것은 CD플레이어다. 라디오도 스마트폰을 이용해 손쉽게 인터넷 라디오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별도로 창작된 고가의 내비게이션도 사라질 장비 중 하나다. 이미 스마트폰의 내비게이션 어플리케이션은 교통량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최적 코스로 안내하며, 주행 중 블랙박스 기능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주변 주유소, 맛집, 편의점, 병원, 주차장, 숙박시설과 함께 날씨 예보까지 연동해 알려준다.

이렇게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문화는 빠르게 승용차 대시 패널 안으로 옮겨지고 있다. 앞으로는 주행 중 구두로 질문하면 곧 바로 주차 공간이 검색되고 원하는 식당 추천 결과들이 앞유리 창에 바로 뜨게 된다. 이런 기능이 가능하게 된 것은 모두 스마트폰 덕분이다.

여러 대의 차로 여행을 갈 때도 운행지도상에 서로의 위치 확인도 할 수 있다. 이밖에도 지능형 도로관리 시스템이 제공하는 모든 도로교통 정보들은 진행하는 코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가능한 변수들을 사전에 추정할 수 있게 해준다. 이때 이루어지는 정보검색은 지금과 같은 터치 방식이 아니라 대부분이 말로 소통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날로 커지는 차량용 어플리케이션 시장

사실 자동차 회사들은 독자적인 차량제어시스템과 연동하는 인포테인먼트(infortainment)기술과 텔레매틱스(telematics)기술을 개발해 왔다. 일부 고급차량에서는 텔레매틱스를 이용해 GPS 수신을 받고 차량사고지원 등과 같은 통신서비스를 받아왔다. 일반 통신시스템의 발달에 비하면 원시적인 형태다.

차량 내부에 장착된 모든 마이크로프로세서들을 관장하는 TCU(컴퓨터의 CPU와 같은 것)에선 차량상태 점검이나 각종 센서들에서 감지하는 운행 안전 상태 등을 감시하는 기능을 갖는다. 이 TCU와 연결된 모바일미디어 시스템이 라디오나 휴대폰 연결, 실시간 교통정보, 내비게이션, 디지털 지도관리, 그리고 기타 음성인식 등을 포괄해 인포테인먼트라고 한다.

자동차업체들은 반도체회사들과 공동으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를 자체적인 플랫폼으로 개발해 왔지만 엔지니어의 확보나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비용이 많이 든다. 따라서 인포테인먼트 개발사들은 이미 고도로 발전해온 스마트폰 기술을 접목해서 이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 환경 중심으로 인포테인먼트를 오픈 플랫폼으로 발전시키면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처럼 많은 개발자들이 자발적으로 차량용 어플리케이션 시장 활성화시키게 될 것이다. 그러면 다양한 기술변화도 즉시 적용이 가능하다. 더욱이 스마트폰에 이미 익숙해진 사용자들이 스마트폰과 같이 동작하는 걸 원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차량용 헤드유닛이 연결되면 IP기반의 네트워크가 형성돼 두 기기 간에 네트워크가 형성되므로 이후 두 기기 간 인증이나 어플리케이션의 표시가 이루어진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규격으로는 미러링크(MirrorLink)의 규모가 큰 데 GM, 혼다, 현대차, 벤츠, BMW, 도요타, 폭스바겐, 푸조 등의 자동차회사와 삼성전자, LG전자, HTC, 노키아 등 스마트폰 제조사, 그리고 현대모비스, 델파이, 덴소, 엠디에스테크놀로지 등 부품회사가 참여하고 있어서 쉽게 스마트폰과 인포테인먼트 헤드유닛의 연결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국내의 경우 앱스토어를 운영하는 통신회사들도 차량용 애플리케이션을 확보하고 있다.

자동차 소프트웨어 시장 기대주로 거듭난 구글

사람들은 이제 자동차는 기계장치가 아니라 컴퓨터 장치라고 말한다. 실제로 승용차의 원가 구성에서 반도체를 비롯한 전장부품 가격이 40%에 육박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차량이나 전기차라면 더 높아지는데 전기차의 경우 70%까지 될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가까운 미래에는 현재의 자동차 회사들이 기계회사 중심에서 전기전자회사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전기전자나 인터넷 회사가 기계회사에 기계 모듈을 하청을 주는 시스템으로 산업구조가 변하는 셈이다. 자동차를 기계장치들의 성능들을 비교하면서 자동차 딜러들을 통해서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전자제품 판매장에서 각종 디스플레이나 소프트웨어 성능을 비교하면서 구매하게 될 것이다. 기계장치들은 이미 안전장치들이 완벽하게 설계돼 있기 때문에 메이커 별로 차별성이 없어지게 된다. 자동차를 선택하는 기준도 탑승자의 오감을 만족시켜주는 전자장치나 디스플레이 성능 등으로 바뀐다.

여기서 우리는 구글이 왜 인터넷 검색기술과는 거리가 먼 무인자동운전 차량을 열심히 개발해 왔는지 생각해 봐야한다. 구글의 판단으로는 멀지않은 미래에는 자동차도 컴퓨터 장치와 마찬가지로 인터넷 기기로 변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이미 감지한 것이라고 풀이된다.

구글의 판단으로는 기계장치는 도요타나 혼다를 시켜도 되지만 차량의 인포테인먼트와 함께 인공지능 자동운전 시스템은 구글의 비즈니스 영역이므로 강점 영역을 무기로 구글 상표를 단 자동차를 팔게 될 것이라는 점을 시장에 미리 알리려는 의도다. 애플도 이미 상당 수준 자동차 응용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또한 페이스 북이 자동차를 팔지 말라는 법도 없다. 어느 회사의 브랜드가 더 소비자에게 매혹적이 되는 가에 따라서 자동차의 선택이 달라지게 된다.

기계장치인 자동차는 도요타나 BMW 중 하나를 선택하고 소프트웨어 브랜드는 반드시 구글을 선택하는 풍조가 생길 수 있다. 이때 현대차나 기아차는 기계장치로 선택되는 입장이 될 것이고 삼성전자나 LG전자는 스마트폰 납품업체가 되며, 구글은 그 기계장치나 스마트폰을 제어하는 OS 안드로이드를 공급해 차량을 대변하는 브랜드로 거듭나게 된다. “나 이번에 구글차 샀어”라는 말을 듣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