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로움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제겐 SNS입니다.”

은퇴 후 조직으로부터 떨어져 나오면 외로움과 허탈감을 느끼기 쉽다. 김봉중(63) 씨도 처음엔 그랬다. 금융업에서 은퇴한 후 시도했던 두 번의 사업에서 실패했다. 그러다 2003년 우연한 기회에 SNS를 만나게 됐다. 첫 시작은 블로그였다. 계기는 은퇴 후 훌쩍 떠난 배낭여행. 여행을 다녀온 후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레저포털사이트를 운영했는데 그 과정에서 블로그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53세가 되던 무렵 두 권의 책을 발간하는 과정에서 블로그를 톡톡히 활용했다. 시작은 블로그였지만 점차 까페, 페이스북, 트위터 등도 섭렵했다. SNS를 통해 직접 광고를 하는 것은 물론 동영상을 찍어 출판기념회도 했다.

# 컨벤션업에 종사하던 송영록(60) 씨는 은퇴 후 산티아고로 혼자 여행을 떠났다. 여행 내내 GPS가 달린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며 자신의 궤적을 소개했다. SNS로 연결된 친구들은 그의 여행 스토리를 공유했다. 여정들을 일일이 공유하면서 SNS상 친구들과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다. 최근엔 여행 당시 블로그에 게재했던 35회의 글들을 모아 ‘얼렁뚱땅 까미노 산티아고’라는 책을 발간했다.

“나이가 들면 친구가 없어지게 마련인데 저는 오히려 SNS를 통해 새로운 인연들을 많이 만난 셈이죠” 인터뷰 당시 그는 한 달가량 말레이시아 여행을 앞두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또 카메라와 스마트폰이 들려있을 것이다. 회원 수가 400여 명에 달하는 시니어 걷기 모임 ‘프리맨의 도보여행’은 오늘도 계속 업데이트 중이다.

인생 2막을 블로그, 트위터 등 SNS를 활용해 새롭게 개척하는 시니어들이 있다. 김봉중 씨와 송영록 씨는 은퇴 후 SNS를 통해 남다른 노후를 보내는 사람들이다. SNS는 그동안 20~30대 젊은층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시니어들의 SNS에 보다 적극 참여하고 있다.

“유어스테이지 사이트 방문자가 10만 5000명인데, 그 중 SNS를 활용하는 인구가 1만 3000명입니다. 약 13%의 노인들이 SNS를 사용하고 있는 거죠.”

김형래 시니어파트너즈 상무는 시니어들의 SNS 활용이 지금보다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지난해 10월 4일과 5일 개최된 서울국제시니어엑스포에서도 예상치 못한 성과를 냈다. 당시 처음 선보였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의 이용률을 전체 사이트 방문객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1월에 10%를 조금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에 3%, 11월에 5%, 12월에 8%를 기록한 데 이어 꾸준히 증가한 수치다. 어플리케이션 이용자가 모두 시니어세대라는 점을 고려할 때 괄목할 만한 수치인 셈이다.

SNS, 외로움으로부터의 해방구

물론 아직까지는 젊은 세대에 비하면 시니어 그룹의 SNS이용률이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아날로그 세대들이 디지털 세대의 빠른 변화를 뒤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시니어파트너즈가 출간한 ‘대한민국 시니어 리포트’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니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0대 그룹이 4.0%, 50~54세 그룹이 1.0%, 55~59세 그룹이 3.5%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SNS를 활용하는 시니어 계층이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형래 시니어파트너즈 상무는 “끼리끼리 모여 소통할 수 있는 SNS가 시니어들이 자존감을 유지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관계를 돈독히 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시대인 만큼 노인들도 이에 동참하고 함께 혜택을 누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40대 이상 시니어층이 함께 문화생활을 즐기는 '사색의 향기 문화원'도 시작은 SNS였다. 2004년 5월에 처음 만들어져 154만 명에 달하는 회원들에게 좋은 글을 담은 ‘향기메일’을 보냈다. 회원의 70% 이상은 40대 이상 시니어층이다. 회원들은 메일을 통해 다양한 문화나눔 프로그램들을 알게 됐고 점차 입소문을 통해 퍼지기 시작했다. 유명 문인들의 생가를 방문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문학기행, 특별한 주제를 정해 떠나는 테마여행, 건강전문가를 섭외해 함께하는 힐링캠프 , 한 달에 한 번 등산하는 산우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각각의 프로그램들이 모두 독자적 블로그나 까페를 운영하며 회원들 간 소통의 장 역할을 하는 동시에 홍보 역할도 하고 있다.

황진하 사색의 향기 문화사업국장은 “평생 집에서 자식 뒷바라지만 하다가 다양한 문화나눔 프로그램들을 통해 새로운 세계에 눈떴다는 50대 여성들이 많다”며 “문화프로그램들과 SNS를 통한 추억의 공유가 스스로를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색의 향기가 추구하는 문화 나눔이 사람과 사람사이의 연결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SNS가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SNS는 은퇴 이후 노인층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탈리아 노인정신의학회 마르코 트라부치치 회장은 2011년에 노인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이탈리아 두 개 지역 요양원에 있는 노인들에게 무선 인터넷이 연결된 컴퓨터를 제공하고 인터넷 서핑법, 페이스북, 트위터, 스카이프 계정 만드는 법 등을 가르쳤다. 연구에 참여한 노인들의 뇌 활동을 검사한 결과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도출됐다. SNS를 사용한 노인들이 그렇지 않은 노인들보다 불안, 스트레스, 우울 증세가 현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김봉중 씨는 “SNS를 통해 표현하는 행위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돼 항상 건강한 편”이라며 “글쓰기에 몰입하는 순간 단체로부터 이탈된 느낌, 고독함, 외로움 등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고 말했다.

SNS, 배우면 어렵지 않아요

그러나 대부분의 노인들이 IT기술을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10대의 SNS 이용률은 70.1%, 20대의 SNS 이용률은 77.7%인 반면 30대는 55.5%, 40대는 44.3%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김형래 시니어파트너즈 상무는 “우리나라의 SNS 가입 인구 비율은 32%에 불과하다”며 “전 세계적으로 평균 50%가 SNS에 가입돼 있는데 이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라고 말했다. 이는 40대 이상 시니어 계층의 낮은 SNS 이용률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처럼 SNS가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도구임에도 불구하고 다루는 방법을 몰라서 이용하지 못하는 노년층이 많다.

박영만 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시니어들이 SNS와 친해지기 위한 노하우를 몇 가지 제시했다. 그는 “갤럭시노트와 같이 화면이 큰 스마트폰을 활용하고, 카카오톡-트위터-블로그 및 까페의 순으로 점차 난이도 높은 SNS를 이용하라”고 조언했다. 또 “짧은 시간이라도 SNS 교육을 받은 후에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SNS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시니어들을 위해 이용방법을 교육하는 기관들이 생겨나고 있다. 시니어들을 위한 포털사이트 ‘유어스테이지’는 노년층이 SNS에 접근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은퇴준비학교를 운영하면서 월요일마다 IT교육을 도입했다. 블로그, 파워포인트, 엑셀, 포토샵 등 다양한 과목들을 번갈아가면서 진행한다.

또한 서초구립 양재노인종합복지관, 마포노인종합복지관을 비롯한 각 지역의 복지관에서 이러한 ‘노인정보화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서울특별시창업스쿨, 서울특별시여성능력개발원을 비롯한 다양한 기관들에서 시니어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블로그를 개설하고 검색에 노출시키는 법,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이용한 홍보마케팅, UCC제작부터 유튜브에 올리는 과정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들이 마련됐다. 자료를 공유하기 위한 슬라이드쉐어, 온라인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모바일QR코드 제작 등 난이도가 다소 높은 과정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