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준비하는 도전과 응전은 기업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틈날 때마다 임직원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다.

강도 높은 혁신과 신성장사업 발굴을 통해 불황을 정면돌파해 나가겠다는 게 김 회장의 생각이다.

대우조선해양 M&A를 끝낸 후 그동안 전열을 정비하며 숨고르기에 한창이던 한화그룹이 태양광·바이오 등 미래 성장동력 사업을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나섰다.

한화그룹의 신성장동력 나침반은 ‘그린’과 ‘자원’에 맞춰져 있다. 환경과 신재생에너지에 관심을 둔 김 회장이 2007년 초 각 사업체에 이와 관련한 신사업을 고민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한화석유화학, 한화나노텍, 한화S&C, (주)한화 등이 각자 신사업에 대한 면밀한 시장조사를 마친 뒤 10년에 걸친 계획을 담은 청사진을 제시했다.

올 2월에는 김 회장이 주재한 ‘2009년 경영전략회의’에선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담은 ‘신성장동력 확보 4대 혁신과제’가 발표됐다.

사업구조, 조직구조, 수익구조, 기업문화 등 4개 분야에서 혁신을 주문한 과제다. 그린에너지·자원개발사업, 미래형 첨단기술사업의 목표가 구체화됐다.

2017년까지 총 4조원을 녹색성장 분야에 투자하고 당장 올해에만 3000억원을 투입하는 야심 찬 계획이다

한화는 최근 올해 그룹 전체 투자규모를 연초 계획보다 12% 상향한 1조8000억원으로 늘려 잡고 공격경영을 확대한다.

오는 2010~11년에는 4조7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앞으로 3년간 6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한화는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계열사 간 중복사업 통·폐합과 비핵심사업 정리에 나서는 동시에 미래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한화가 추진하는 녹색 분야와 관련한 신성장동력은 △태양광 에너지 △수소 및 연료전지 △나노 입자 △탄소배출권 등 4가지로 압축된다.

한화의 ‘공격형 전략수정’은 상반기 전사적으로 펼친 혁신활동으로 어느 정도 내실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고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는 지금이야말로 투자에 나설 적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은 올 초 투자를 결정한 △석유화학의 기존 사업 고도화에 9000억원 △그린에너지 및 열병합발전소 분야에 3000억원 △연구개발에 1200억원 △시설 현대화에 2000억원 △사업용 인프라 매입 및 정보화 사업에 3000억원 등에도 계획대로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한화그룹은 녹색 신성장동력으로 대우조선 인수 실패를 만회한다는 복안이다. 신성장동력에는 크게 태양광사업과 바이오사업으로 나눌 수 있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와 생명과학, 자원개발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할 예정이다.

한화그룹이 이처럼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녹색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는 것은 현재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신성장동력을 창출해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한화의 ‘그레이트 챌린지 2011’ 전략에 따른 것이다.

한화석유화학 울산공장에 들어선 태양전자셀 생산공장에서 연구원들이 EUA시트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 태양전지 선도기업을 목표로
한화가 특히 주목하는 분야는 태양광에너지 사업이다. 태양광사업은 그룹사 간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친환경 사업 모델로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빛을 전기로 바꾸는 장치인 태양전지의 경우 2015년경이면 현재 반도체 시장규모에 달할 만큼 시장규모가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화석유화학은 이미 울산 제2공장 내에 30MW 규모의 태양전지 셀 생산라인 구축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10월경이면 시제품이 나온다.

한화석화는 2015년까지 총 8000억원을 투자해 생산규모를 1GW로 늘릴 예정이다. 이를 통해 연간 2조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고 세계 태양전지 시장점유율을 5%까지 확보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태양전지 제조업체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한화는 태양전지뿐 아니라 잉곳, 웨이퍼, 폴리실리콘 등 전지판 제조에 필요한 주요 부품 분야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태양광전지-태양광발전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이뤄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예정이다.

이미 성과를 내고 있는 제품도 있다. 한화석화가 국내 최초 독자기술로 개발한 시트용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EVA) 수지를 활용해 한화L&C가 태양전지용 EVA시트를 제조하기 시작한 것.

EVA시트는 태양광 모듈 셀을 보호해 주는 기능을 가진 고부가 제품으로 태양광산업의 핵심 소재다. 계열사 간 협력을 통해 한화는 물론 한국 태양광산업 경쟁력까지 높일 수 있게 된 셈이다.

수소 및 연료전지는 환경오염에 대한 걱정과 자원 고갈 염려가 없는 데다 열과 전기를 동시에 생산하는 효율성을 갖고 있어 꿈의 에너지라 불린다. 그만큼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연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화도 현재 연구되고 있는 수소 저장 최적 물질 중 가장 유력한 후보물질인 탄소나노튜브(CNT)에 대한 투자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한화석유화학이 지난해 3월 일진나노텍을 자회사로 편입시킨 것도 이 때문. 한화는 일진나노텍을 인수한 뒤 연간 100kg의 단일벽탄소나노튜브와 연간 4t의 다중벽탄소나노튜브를 생산할 수 있는 양산설비를 구축했다.

한화석화는 2013년까지 1000억원을 투자하고 2015년부터 2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 탄소나노튜브 전문업체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한화 대전 중앙연구소 바이오센터에서 연구원들이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항체치료제 개발, 임상테스트 눈앞
태양광사업과 함께 바이오사업을 그룹 신성장동력의 양대 축으로 적극 육성하고 있는 한화그룹은 대전 중앙연구소 바이오센터에서 지난 2006년 말부터 항체치료제 개발에 착수해 바이오 시밀러 및 신약 항체 개발에 성공, 현재 임상테스트를 앞두고 있으며 테스트가 끝나는 대로 곧 상업생산에 착수할 계획이다.

노령화 사회가 심화될수록 의약품사업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 신약(新藥) 및 특허 만료된 기존 신약과 동일한 효능을 발휘하는 복제약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한화는 특히 일반 화학 합성이 아닌, 생체 부작용이 적은 바이오 기반의 신약 및 복제약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신약의 경우 현재 천식 치료제와 폐암 치료제 두 가지 분야에서 개발을 추진 중이다. 바이오 복제약은 이보다 앞서 있는 단계다.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와 유방암 치료제 모두 개발을 어느 정도 마치고 임상(희망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효능이나 위험성 여부를 검증하는 것)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전 세계 시장은 2007년 기준으로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는 16조원, 유방암 치료제는 6조원에 상당할 정도로 규모가 커 계획대로 신규 진출에 성공할 경우 상당한 매출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한화는 보고 있다.

한화그룹은 이와 함께 충청북도 오송에 의약품 생산을 위한 대규모 공장을 내년 초 착공하기로 했다. 부지만도 3만3000㎡(1만평)가 넘는 이 공장은 향후 한화 바이오산업의 ‘전초기지’가 될 전망이다.

한화는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인 HD203은 임상테스트가 완료되는 2012년부터 상업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며, 유방암 치료제인 HD201은 2013년, 또 다른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인 HD202는 2014년부터 생산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한화가 생산하는 바이오 시밀러 항체치료제가 기존의 화학합성물 치료제와 비교하여 부작용이 낮고 효능이 우수할 뿐 아니라 가격도 저렴하여 기존 화학합성물 치료제를 급속히 대체해 나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한화는 또한 신약 항체인 천식 치료제 HD101 개발도 완료한 상태로 2009년 중 전임상에 착수할 예정이며 2015년까지 임상테스트를 마치고 2016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화는 2011년까지 해외 파트너를 선정하여 신약 항체인 HD101의 글로벌 임상을 추진하는 한편 신약 항체에 대한 국제 라이선싱도 신청할 계획이며 장기적으로 각종 질병 치료에 응용할 수 있는 항체치료제 기술을 바탕으로 해외 유수 제약사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치료용 신약 개발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조윤성 기자 coo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