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유행가 가사 한 소절 생각난다. 이렇게 바꿔 부르고 싶다.

‘인성이 밥먹여주냐고 물으신다면?’

익숙한 가락에 가사를 붙여보니 ‘인생이 밥먹여준다고 말하겠어요’라고 자연스럽게 후렴구도 따라온다.

2년 반 만에 직원 수 7명에서 830명의 규모로 회사를 키워낸 김범석 쿠팡 대표는 “문화는 돈이 될 수 있지만 돈으론 문화를 살 수 없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문화는 현재 다양한 유통채널 중 소셜커머스로 다소 지엽적으로 분류되지만 국내 온라인 유통에선 아직까지 선보인바 없는 진화된 서비스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김 대표의 포부를 실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다.

김 대표는 ‘쿠팡’을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터로 만들기 보단 쿠팡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를 파는 유통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꾼다. 그 서비스는 다른 곳에선 결코 경험할 수 없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일관성’이 요구된다. 서비스의 일관성, 품질의 일관성 등 고객이 쿠팡에서만 경험하고 만족할 수 있어야 하는 쿠팡만의 문화가 필요하다. 최근 쿠팡이 매출 하락이라는 위험을 무릎 쓰고 식료품의 경우 산지방문을 통한 판매 원칙을 고수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쿠팡의 문화는 특히 인재채용과 조직경영 과정에서 보다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쿠팡에서 인재를 선발하거나 채용할 때 실적보다는 회사의 문화적 가치관에 부합할 수 있는가를 더 많이 고려한다”고 말했다.

쿠팡은 얼마 전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진행했다. 회사 창립 후 첫 공채라 김 대표의 감회는 남달랐다. 이번 공채엔 총 30여명을 선발하는데 5000여명 이상의 지원자가 몰리기도 했다.

쿠팡이 조직원들이 인성을 중시하는 대표적 일화가 있다. 초창기 여성 직원들에 대한 인식이 보수적이었던 영업직 관리자를 내보냈던 일이다. 아무리 실적이 좋아도 회사의 핵심가치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아무리 매출이 뛰어난 인재라 하더라도 핵심가치에 대한 원칙에 예외조항을 둘 수 없었다고 한다.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중요한 가치를 실현하며 가는 것이 중요했다.

그 결과 한동안 회사는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그 후 남은 직원들이 더욱 똘똘 뭉쳐 어려움을 극복한 결과 지금의 쿠팡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회사가 커져서 단단해 지는 것이 아니라 일단 단단해져야 회사가 더 성장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의 각별한 ‘인성중시’의 조직경영 방식은 크게 5가지 핵심가치에서 잘 나타난다. 첫째 ‘와우(WOW)’는 고객에게 만족감을 주고 감동을 하는 것이다. 여기서 고객은 외부 고객뿐만 아니라 내부 고객까지 포함한 개념이다. 두 번째는 ‘포커스(Focus)’로 맡은 일에 대한 집중력을 중시한다. 셋째 ‘페일 패스트(Fail Fast)’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를 통해 끊임없이 배우는 능력이다. 넷째 ‘비 오픈(BE OPEN)’은 열린 마음으로 겸손과 진정성으로 소통을 중시하는 것이며 다섯째 ‘빌리브(Believe)’는 상호간에 신뢰, 믿음을 의미한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윤리경영’이니 ‘행복경영’이니 하며 직원들의 ‘인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말로만 그칠 뿐이다. 과연 어떤 기업이 더욱 오래 지속될 수 있을까. 어떤 기업에 고객들은 더욱 신뢰를 갖고 오래토록 기억해줄까. 점심식사 하는 걸 잊으면서까지 열정적으로 회사의 가치를 설명하는 김 대표의 이야기를 통해 잠깐이나마 각박한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염증과 스트레스를 치유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