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으고 불렸다면 굴리는 단계…은퇴자금 굴려라

돈은 모으고, 불리고, 굴리는 단계를 거친다. 20대부터 30대에 자산을 모은다면 40대에 불리고, 50대에는 굴려야 한다. 아직 은퇴준비가 완벽하지 않은 50대라면 즉시연금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이외에 월지급식펀드 등의 상품을 월급처럼 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어야 하며, 안정적으로 자금을 굴려야 한다.

 

미국의 표준철도궤도는 1m 52㎝다. 이런 묘한 수치를 표준으로 채택했던 근거는, 영국 이주자들이 미국에서 철도를 부설할 때 영국에서 사용하고 있던 철도 폭을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이다. 영국의 철도 폭은 최초의 전차(電車)를 구축한 사람들에 의해 부설됐다. 전차는 마차를 만드는데 사용되던 도구를 이용해서 건설되었다. 마차는 로마제국 군대가 영국으로 들여온 것이다. 두 마리 말이 끄는 전차(戰車)의 폭이 1m52㎝였다. 즉 전차 폭이 현재 철도의 궤도 표준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65세가 되면 은퇴해야 한다는 생각도 철도 궤도 표준과 비슷한 과정을 거쳐 지금까지 유지됐다는 사실이다. 정년 65세대 대한 개념은 1889년 독일의 비스마르크가 세계 최초로 노령연금 제도를 도입하면서 수급연령으로 설정한 기준이다. 그 기준이 지금까지 이어온 것이다. 따라서 100세 시대를 말하고 있는 요즘 65세 이전 은퇴는 부자연스럽다. 다만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고령자들이 경제활동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은 현실이다.

보험 등 금융상품을 잘 활용해 젊은 시절 불려 놓은 자금을 굴리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일에서 은퇴하더라도, 삶을 즐기는 일에서는 은퇴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마시멜로를 기다리는 것처럼 연금 소득을 기다려라

마시멜로 이야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4세의 어린이에게 마시멜로를 한 개씩 주고 선생님이 자리를 비운다. 이때 선생님이 돌아올 때까지 마시멜로를 먹지 않으면 한 개를 더 주겠다고 약속한다. 마시멜로를 먹은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를 지속적으로 지켜본 결과 유혹을 참고 선생님이 돌아올 때까지 먹지 않은 아이가 더 책임감이 있고 스트레스에도 잘 참았다. 목표를 추구할 때에는 여전히 현재 만족을 자제할 줄 알았다. 1960년 심리학자 월터 미셀의 연구를 작가 호아킴 데 포사다가 재구성해서 책으로 엮으면서 유명해진 이야기다.

그런데 마시멜로는 은퇴자산을 만드는데도 중요하다. 50대 이후의 행복을 위해 당장 소비할 수 있는 자산을 저축해야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은퇴를 위해서는 다섯 가지 위험요인을 고려해 투자전략을 짜야 한다.

첫 번째는 불완전한 대체율이다. 은퇴 후에는 현역 시절의 생활수준을 유지할 만큼 소득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당장 허리띠를 졸라매 절약하거나 미래의 생활수준을 낮춰야 한다. 두 번째는 국민연금이 더욱 축소될 수도 있다. 현재에도 재정마련이 어려워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은 줄어들고 받을 수 있는 연령은 늦어지고 있다. 세 번째는 예상보다 장수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네 번째는 아무리 안정적으로 투자했다고 해도 시장의 위험을 모두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원금손실 가능성이 없는 은행상품이라도 초인플레이션이 온다면 구매력 저하로 이어진다.

그러나 방법은 있다. 연금 수령 시기를 가급적 늦추는 것이다. 현재 50세는 과거 청춘과 비슷한 신체 연령을 보인다. 따라서 50세라도 새로운 직업을 갖는 것이 어렵지 않다. 일하는 시간을 최대한 늦출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근로를 통한 소득으로 연금 수령 시기를 최대한 늘리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아울러 4단계로 나눠 은퇴설계를 해야 한다.

첫 번째는 현재 재무정보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현재부터 은퇴시점까지 보유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산을 모두 파악한다. 물론 이 때 부채도 파악해야 한다. 두 번째는 은퇴 시점에 어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한지 알아야 한다. 즉 현재 55세이며 65세에 일에서 완전히 물러난다고 가정하면 65세부터 100세까지 어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한지 파악해봐야 하는 것이다. 개인연금은 물론 국민연금과 퇴직연금까지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세 번째는 은퇴 이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생활할 것인지 정해야 하며, 그 생활을 유지할 때 현재 어느 정도 자금이 부족한지 파악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파악한 것을 토대로 부족한 자금을 어떻게 매울 것인지 고려해야 한다.

은퇴준비 부족하다면 일시납즉시연금을 선택하라

젊은 시절 바쁜 생활로 인해 은퇴준비는 잘 못했지만 어느 정도 자산을 가지고 있다면 다행히 연금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일시납즉시연금이다. 일시납즉시연금보험이란 가입시 한 번에 목돈을 맡긴 후 그 다음 달부터 매월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만 45세 이상부터 가입할 수 있으며 보험사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최소 1000만원부터 가입할 수 있다.

이 상품은 확정형과 종신형, 상속형으로 나눠진다.

확정형은 약속한 기간 동안 연금을 받는 형태로 10년, 20년, 30년 등으로 선택 가능하다. 물론 연금을 받는 기간이 길면 길수록 매월 수령액은 적어진다. 같은 재원을 나눠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종신형은 가입자가 사망할 때까지 원금과 이자를 연금형태로 받는다. 원리금을 전부 받기 전에 사망할 경우 만료시까지의 미지급금은 가족이 수령 받게 된다.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만료기간은 10년, 20년, 30년 등으로 가입자가 미리 정할 수 있다.

 

상속형은 원금은 그대로 둔 채 이자만으로 연금을 받는 형태다. 상대적으로 수령 받는 연금액수는 적다. 다만 10년이나 20년 등 만기시까지 생존하면 일시금으로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만약 계약기간 중 사망하면 원금은 자녀들에게 상속세 절세 효과를 볼 수 있다.

최근 세제개정으로 인해 일시에 2억원 이상 납입하면 초과분에 대해 이자소득세를 부과한다. 따라서 2억원 이상의 자산을 일시에 넣는다면 전략을 잘 짜야 한다. 3억원이 있다면 계좌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 3억원을 한꺼번에 일시납 상품에 내면 3억원 전액에 대해 세금이 부과되지만 먼저 2억원을 가입하고 나중에 1억원을 가입하면 후에 가입한 1억원만 과세 대상이 된다. 반대로 1억원을 먼저 가입하고 나중에 2억원을 가입하면 2억원이 과세되상이 된다. 단 부부가 각각 개인별 한도 2억원이 적용되기 때문에 따로 가입할 경우 3억원의 자산이 있다면 2억원 이내로만 가입하면 과세 대상이 되지 않는다.

LTC보험으로 치매, 뇌졸중 등 간병이 필요한 상황을 대비하라

나이가 들면 치매나 뇌졸중 등 장기간 간병이 필요한 질병에 노출 될 수 있다. 긴병에 효자 없다. 이처럼 장기간 간병이 필요한 질병을 대비해 장기간병보험(Long Term_Care)에 가입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간병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간병인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질병에 노출된 보인의 생활비는 물론 간병인의 생활비도 준비해야 한다.

이 보험은 ‘일상생활장해상태’ 또는 ‘치매상태’에 처했을 때 보험금을 일시금 또는 연금형태로 지급한다. 일상생활장해상태는 이동하기를 스스로 할 수 없고, 식사·용변, 목욕, 옷입기 중 한 가지 항목 이상을 스스로 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즉 거동을 하지 못하고 일상생활에서 꼭 해야 하는 행동을 못하는 것이다.

치매상태는 보험상품의 치매보장개시일 이후에 기질성치매가 되고 이로 인해 인지기능의 장애가 발생한 상태를 뜻한다.

장기간병보험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모두 판매를 하고 있지만, 생명보험사의 경우 종신토록 보장을 하는데 반해 손해보험사의 경우 기간이 정해져 있다. 그래도 100세 혹은 110세까지 보장하는 상품이 있기 때문에 보장기간보다 보장 범위와 보험료를 확인하고 가입하는 것이 현명하다. 만약 통합보험이나 종신보험 등에 간병특약이 있다면 따로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보장혜택이 무엇이며 보장기간은 언제까지인지 살펴봐야 한다.

장기간병보험 단독 상품은 크게 장기간병 상태나 치매 상태가 되면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장형과 평상시에는 연금으로 수령하다 간병상태가 되었을 때 연금을 추가로 받는 연금형으로 구분된다. 장기간병보험은 40세부터 70까지 가입할 수 있으며 60세 이하면 건강검진 없이도 가입할 수 있다.

큰 병 치료비는 CI보험으로 준비하라

암이나 심근경색, 뇌출형 등 중대한 질병은 많은 치료비가 발생한다. 따라서 이런 질병을 보험사에서는 ‘중대한 질병(CI, Critical Illness)’이라고 정하고 있다.

암과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등 3대 질병과 심장·간장·폐·신장·취장 등 5대 장기이식수술 등이 이 보험으로 보장된다. 급성심근경색과 말기신부전증, 관상동맥우회로 인한 이식수술, 심각한 화상도 보장이 가능하다.

CI보험은 발병률이 많지는 않지만 한 번 발병하면 많은 치료비가 발생하는 질병을 보장한다. 즉 중대한 질병 발생시 치료비와 요양비 등을 지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보험은 여러 문제에 노출되기도 했다. ‘중대한’이라는 개념이 일반 보험소비자에게 확실치 않았기 때문이다. 즉 CI보험에서 암을 보장한다고 해도 모든 암을 보장하지 않는다. 각 상품에서 정한 ‘중대한 암’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CI보험은 종신보험과 많은 부분이 겹친다. 최근 종신보험은 사망 이전에 사망보험금의 일부를 지급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보험들을 가입하고 난 이후 가족력을 파악해 가입하는 것이 현명하다. 즉 가족이 췌장암에 많이 노출된다면, 췌장암을 많이 보장하는 CI보험에 가입하는 식이다. 아울러 보장금액이 1억원 이상일 경우에는 50% 선지급 형태로 가입하고, 1억원 이하일 경우 80%를 선지급 받는 형태로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퇴직하면 어디서 사는 게 좋을까?

은퇴 후 생활 패턴은 ‘활동기→회고기→간병기→부인홀로생활기’로 구분할 수 있다. 활동기는 은퇴 직후로, 일을 하면서 하지 못했던 여행이나 운동 등의 활동을 하는 시기다. 다시 회춘한 느낌을 받는다. 70세 가량 되면 회고기로 체력이 떨어져 집 근처에서 생활을 많이 하며 사회나 학교 선후배 등의 지인을 만나는 일이 대부분이다. 80세 가량이 되면 간병기에 접어들며 의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마지막으로 부인홀로 지내는 기간으로 평균적으로 10년 정도를 홀로 보내게 된다.

은퇴 후 생활 패턴에 따른 주거 형태를 알아보자.

활동기에는 전원생활을 꿈꾼다. 귀향해 편안한 노후를 맞이하고 싶어서다. 하지만 활동기 이후라면 전원생활에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회고기부터는 지인들과 거리가 멀기 때문에 외로워진다. 문화시설이 많지 않아 취미생활을 하기도 힘들다. 간병기를 맞이하면 의료시설을 자주 이용해야 하는데 병원과의 거리도 멀다. 게다가 자가 운전으로 병원에 가기도 힘들다. 도시생활을 하는 자녀들에게 기대기도 쉽지 않다. 응급상황에 대처하기 더욱 어려운 이유다. 귀여운 손자를 보기도 쉽지 않다. 부인홀로생활기로 접어들면 아내는 마지막을 외로움과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흔히 생각하는 전원생활은 은퇴 직후 활동기에만 좋다.

은퇴이민을 꿈꾸는 사람들도 많다. 동남아를 비롯해 미국, 캐나다 등에서 여유를 즐기는 것이다. 이 역시 활동기에는 좋다. 따뜻한 기후와 각종 편의시설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회고기로 접어들면 오랜 친구가 그리워진다. 우리나라보다 후진국에서는 의료시설을 누리기도 쉽지 않다. 선진국이라고 해도 ‘배가 살살 아프고 콕콕 찌르는 것 같으며, 머리도 약간 어지럽고 속도 조금 메스껍다. 그리고 손끝이 가끔 찌릿찌릿하고 기운이 빠진다’와 같은 설명을 완벽하게 구사하기는 쉽지 않다. 부인홀로 남아있다면, 더욱 외로울 것이며 간병조차 쉽지 않다. 자녀가 이민 와서 간병을 할 수도 없다. 은퇴이민 또한 전원생활과 마찬가지의 문제점을 갖는다. 즉 활동기에는 좋지만, 그 이후에는 여러 문제점에 봉착하게 된다.

최근 실버타운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활동기는 물론 회고기와 간병기, 부인홀로생활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만족스러울 듯싶다. 취미생활을 위한 시설도 훌륭하며, 의료서비스도 좋다. 게다가 시간별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짜여 있어서 무엇을 하고 즐길지 고민을 할 필요조차 없다. 도심근교에 자리 잡고 있는 실버타운이 많기 때문에 자녀들도 편하게 왕래할 수 있다.

그러나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실버타운은 말 그대로 노인들만 생활한다. 따라서 탄생의 기쁨은 누릴 기회가 거의 없는 반면 친구를 떠나보내야 하는 슬픔만 가득하다. 서구 선진국은 이와 같은 실버타운을 죽음을 기다리는 수용소와 같이 받아들이기도 한다.

주거문제는 어디에 사느냐의 문제보다 어떻게 살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그러나 활동기 이후에는 친구와 함께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으며, 의료시설은 물론 일을 할 수 있는 곳에 가까워야 한다. 서울 근교의 위성도시 중에서 복잡하지 않고 각종 편의시설과 의료서비스를 받기 수월한 곳이 좋을 것이다.

 

일시납즉시연금이 좋을까? 월지급식펀드가 좋을까?

한때 변액보험과 펀드를 잘 구별하지 못했다. 둘 다 주식 등 유가증권에 투자되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변액보험과 펀드는 크게 다른다. 최근에 변액보험과 펀드처럼 비슷한 모양으로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던 상품이 있다. 바로 일시납즉시연금과 월지급식펀드다.

월급처럼 생활비를 받을 수 있다고 포장된 이 두 상품은 각각 생명보험사와 증권사에서 판매한다. 둘 다 일시에 목돈을 넣어두고 매달 생활비 등의 명목으로 원리금의 일부를 준다.

일시납즉시연금은 안정성에서 더 우수하며 비과세 등의 세금 혜택이 있다. 최소 1000만원 등 일정 자금 이상이 되어야 가입할 수 있으며, 지급 형태에 따라 정해진 기간만 연금을 받는 확정형, 죽을 때까지 받는 종신형, 이자만 받다가 원금은 상속하는 상속형 등이 있다. 만약 종신형이나 확정형으로 지급받다가 보증기간이 끝나기 전에 사망하면, 남은 금액은 유가족이 연금이나 일시금 형태로 받을 수 있다.

또한 종신형의 경우 이단 연금이 시작되면 절대 해약할 수 없어 평생 안정적으로 노후생활을 보낼 수 있다.

월지급식펀드는 상대적으로 기대수익이 더 높다. 그러나 손실의 위험도 크다. 적립식펀드가 매월 일정금액을 투자하는 상품이라면, 월지급식펀드는 목돈을 투자한 후 매월 일정금액을 빼서 쓰는 펀드라고 생각하면 된다.

두 상품 중 어느 상품이 더 좋다고 말할 수 없다. 본인의 투자성향 등을 고려해 안정성을 더 추구한다면 일시납즉시연금을, 수익성을 더 추구한다면 월지급식펀드를 선택하는 게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