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차세대 성장산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와 손잡고 자동차용 반도체 투자, LG디스플레이 8세대 LCD 라인 투자, 한화그룹이 연초 투자 계획보다 12% 늘린다고 각각 발표한 바 있다.

SK그룹이 올해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를 전년보다 18% 늘린 1조3000억원으로 확정했고, 현대ㆍ기아차그룹도 투자 확대를 저울질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바이오시밀러, 자동차용 반도체 등 차세대 사업에 대한 신규 투자를 결정한 데 이어 주력인 반도체와 LCD에서 수조 원대 투자를 조만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하반기 투자 규모를 늘리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대기업으로는 LG와 한화, 두산 등이 있다. 하지만 앞서 지난해보다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힌 기업도 SK, 포스코, 롯데, GS, 한진 등 여러 곳이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투자 재개에 나선 배경은 예상보다 경기회복 속도가 빠르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기업들 대부분이 올 상반기에는 이렇다할 투자실적이 없고 M&A시장에서도 많은 자금을 쓰지 않은 덕에 하반기 들어 투자를 늘릴 수 있게 됐다.

포스코도 해외시장 공략 강화를 위해 인도와 베트남에 투자를 확대한다.

포스코는 이날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이사회를 열고 인도 서부지역 마하라슈트라주에 연산 45만t규모 아연도금강판 공장 건설 안건을 승인했다. 또한 베트남의 스테인리스 냉연강판 생산업체인 ASC(Asia Stainless Corp)와 대한ST 지분을 인수하는 안건도 최종 통과됐다.

포스코의 인도 아연도금강판 공장 건설은 인도 내 자동차 관련 산업 중심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이 지역의 고급 자동차용 강판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라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포스코는 공장 건설에 필요한 용지를 주정부에서 이미 매입했고 오는 2012년 5월 준공해 본격적으로 공급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추진 중인 오리사주의 일관제철소와 델리, 푸네, 첸나이에 가동 중인 철강가공센터와 연계하면서 향후 인도 내 철강사업간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인도는 정부의 자동차산업 육성정책에 따라 글로벌 자동차 회사의 진출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승용차 생산대수가 2008년 184만대에서 2015년에는 422만대로 급증해 자동차 생산 기준 세계 9위에서 2012년에는 5위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포스코는 베트남 ASC 지분 90%와 대한ST 지분 65.1%를 인수하는 안건을 승인해 스테인리스 생산 능력을 강화했다. 베트남 ASC 지분 인수에 600억원 이상, 대한ST 지분 확보에 700억원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는 이번 ASC 인수를 통해 스테인리스 수요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 베트남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스테인리스 냉연 수요 업체들의 베트남 이전도 계속돼 스테인리스 공급이 절대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ASC를 인수함으로써 국내 경쟁사 간 불필요한 마찰을 최소화하면서 생산성 향상과 선점 효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다.

특히 포스코는 오는 9월 베트남에 연간 12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냉연공장을 준공할 예정이어서 시장 선점 효과가 클 전망이다.

포스코는 다음달 초부터 멕시코 알타미라에서 고급 자동차 강판 공장을 본격 가동한다. 포스코는 이 공장에서 연간 40만t 규모의 고급 강판을 생산해 북미 자동차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LG화학도 LCD유리기판 생산을 위해 올해 4300억원을 초기 집행한다. 생산라인 3곳이 완성되는 2014년까지 총 1조2000억원이 투입된다.

LG화학은 2014년부터 연간 1700만㎡에 달하는 유리기판을 생산하고 2018년에는 이 분야에서 연간 매출 2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로드맵도 선보였다.

실제로 30대 그룹의 올해 투자 계획을 살펴보면 지난해에 비해 전체 규모는 11% 줄었지만 R&D 분야 투자는 오히려 2% 늘었다.

조윤성 기자 coo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