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쪽부터 삼성 LED의 김재욱 사장의 취임인사 모습, 소렌토R의 플렛폼을 사용한 싼타페 더 스타일, LG전자의 태양광 충전 핸드폰.

‘따로 또 같이.’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그룹 내 두 개 이상의 기업이 같은 아이템을 놓고 경쟁하면서 시너지를 높인다는 의미다. SK그룹이 지난 2005년도부터 사용해 온 ‘신경영’ 기조다. SK그룹은 이를 통해 그룹 내 계열사끼리 경쟁을 통해 더 잘할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해 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계열사들이 스스로의 경영 능력과 생존 기반을 바탕으로 시너지를 창출하는 ‘따로 또 같이’ 방식이 갈수록 격해지고 있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SK그룹은 여러 사업에서 ‘따로 또 같이’의 경영기조를 유지하며 독립경영 속에서의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따로 또 같이’ 사업은 SK의 ‘첨단 그린도시’라고 할 수 있다.

SK텔레콤과 SK C&C 등의 정보통신기술과 SK건설의 친환경 건축기술,SK에너지의 에너지 절감과 폐수 처리기술 등을 함께 묶어 ‘지속가능한 미래도시’를 조성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 사업은 각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친환경에너지 및 정보통신기술을 결집시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SK는 그동안 SK텔레콤 등이 국내외에서 추진해 온 U-시티(유비쿼터스 도시) 사업에 친환경 녹색기술을 결합한 이 사업을 그룹 차원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키워 나갈 예정이다.
SK ‘따로 또 같이’ 이 경영이 안착함에 따라 재계에서도 기업들이 속속 신경영 기법과 접목해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 독립경영 1년 ‘따로 또 같이’로 환골탈태

삼성그룹은 지난 1일로 계열사 독립경영 체제 1년을 맞았다. 삼성은 50년 동안 유지해 온 그룹 경영 체제를 계열사 독립경영 체제로 바꾸고 환골탈태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삼성의 ‘따로 또 같이’ 경영은 그룹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SDI, 삼성전기 등을 통해 가시화됐다. 이들은 지난 1년 동안 독립경영 체제 아래 ‘따로 또 같이’란 유기적인 경영을 통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창출해냈다.

이런 삼성전자의 혁신은 성과로 직결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에 연결기준으로 4700억원의 영업이익과 28조67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순이익도 6200억원이나 기록했다. 2분기 실적 역시 호조를 보일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30일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이 반도체, 휴대폰, LCD TV 등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1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당초 예상치인 7140억원을 웃도는 것이다.

불황 극복을 위한 전략 제품으로 올해 선보인 발광다이오드(LED) TV는 출시한 지 100일 만에 50만대를 판매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룹 내 사업 짝짓기는 삼성전자가 삼성SDI와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합작법인인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를 출범해 차세대 디스플레이시장 공략에 돌입했다. 또 삼성전기와는 LED 합작법인인 삼성LED를 만들어 미래 사업에 대비하고 있다.

삼성디지털이미징은 삼성테크윈의 디지털카메라사업조직에서 분리 독립해 별도 법인으로 자립했다. 삼성디지털이미징은 삼성전자와의 공조 체제를 통한 동반 성장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신차 시너지 창출로 경쟁력 제고

현대·기아차그룹도 기아차가 본격적인 독립경영을 시작하면서 ‘따로 또 같이’를 통한 시너지 창출에 적극적이다.

정몽구 회장이 기아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면서 본격적인 독립경영을 시작한 기아자동차가 현대자동차와 일부 업무 부문에서는 여전히 업무를 공유하면서 시너지 창출 효과를 도모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독립경영 시너지는 연구개발(R&D)에서 가장 크게 나타난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디자인 담당부서는 따로 있지만, 신차 제작과정에서는 현대차 신차 제작 시에도 기아차 디자인 담당자가 참여하고 있다. 그룹 내에서 한솥밥을 먹고 플랫폼이 같은 ‘형제차’를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하이브리드 아반떼를 출시하면서 기존 아반떼HD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앞뒤 램프 등 외관 및 인테리어를 일부 바꾼 ‘페이스리프트(Face-lift,부분 변경)’ 모델을 내놓았다. 이어 기아차도 불과 2주 사이에 하이브리드 기술을 탑재한 포르테 하이브리드를 출시하면서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SK ‘따로 또 같이’ 경영이 안착함에 따라 재계에서도 기업들이 ‘신경영’에 도입해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SUV시장에서도 싼타페와 쏘렌토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SUV는 기아차가 먼저 쏘렌토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선보이자 현대차도 싼타페의 부분 페이스리프트 차량인 ‘더 스타일’을 내놨다.

싼타페 더 스타일과 쏘렌토R도 알맹이가 동일한 차가 됐다. 싼타페 더 스타일은 쏘렌토R와 같은 R엔진을 얹었다. 같은 6단 변속기도 장착했다.

‘제 살 깎아먹기’라는 시장의 우려도 있지만 현대·기아차는 플랫폼 공유를 통해 양사간 협력을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18가지의 플랫폼을 토대로 30여개의 모델을 생산하고 있다.

2012년까지 전 차종의 플랫폼을 6개로 통합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올 11월쯤 출시 예정인 준대형차 ‘VG’(프로젝트명)에 대해 제네시스 또는 그랜저의 플랫폼을 일부 공유하는 방안도 저울질하고 있다.

LG, 사업 다각화 통한 경쟁 시스템 가동

LG그룹이 태양광사업 전략을 ‘투 트랙’으로 전환하고 내부 경쟁 시스템을 가동한다. 당초 LG화학에서 LG전자로 이어지는 수직화 전략에서 주력 계열사 간 경쟁을 통한 사업 다각화 쪽으로 선회해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LG화학·LG전자 중심의 결정형 태양전지사업은 그대로 그룹 차원에서 키우는 한편 LG디스플레이가 주도하는 박막형 전지 분야 또한 동시에 육성해 양측이 서로 보완하면서도 차세대 주도권을 두고 경쟁하는 이원적 사업 체계를 수립했다. 태양전지 적용 기술이 전혀 달라 당분간 서로의 사업 영역을 침해하지 않고 동시에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LG는 일단 태양전지 전 분야를 사업 영역에 넣고 양대 기술을 활용한 제품을 모두 생산한다는 목표다.

중국 업체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결정형 시장에도 판도 변화를 시도하는 동시에 새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박막형 시장 선점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다.

자연히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내부 경쟁에도 그룹 안팎의 시선이 쏠린다. 결정형과 박막형 전지 가운데 시장 흐름이 어느 쪽으로 갈지 예단하기 어렵다. 내부 경쟁을 통한 LG의 ‘따로 또 같이’ 경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TV용 패널사업에서 LG전자는 PDP, LG디스플레이는 LCD를 맡아 보완에서 경쟁으로 이어졌다.

조윤성 기자 coo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