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모처럼 한낮의 여유를 즐기고 있을 때였다. ‘뚜~ 뚜~.’ 인터폰 울리는 소리. 경비실에서 택배 가져가란다. “네? 택배요? 제가 집에 죽 있었는데 왜 (택배기사는) 택배를 경비실에 맡겼데요? 조금 이따가 찾으러 갈게요.”

원래 집에 아무도 없으면 그러는 거 아닌가. 택배기사가 배달할 집에 먼저 들러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도 안 하고, 왜 그냥 경비실에 택배를 맡겨버린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평일 바빠서 보지 못했던 오락 프로그램과 드라마 재방송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는데 경비실 갈 생각을 하니 귀찮았다. 날도 추운데 말이다. ‘이것만 보고 가야지.’ 그리고는 다시 TV 삼매경. ‘뚜~ 뚜~.’ 인터폰이 다시 울렸다. ‘아차, 택배….’

3시간이 훌쩍 지난 즈음에 경비실 아저씨는 택배 왜 안 찾아 가냐며, 빨리 가지고 가라며 ‘최후의 통첩’을 날렸다. 결국 짜증이 나서 입을 비죽거리며 경비실에서 택배를 찾아왔다.

요즘 이런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고층까지 올라와 물품을 전달하는 일이 귀찮아서일까. 몇몇 택배기사들은 방문 전, 전화로 물품을 받을 사람이 집에 있다는 걸 확인해도 경비실에 택배를 맡겨 놓고 가버리곤 한다. 불필요한 수고를 하게 만드는 이런 서비스로 인해 고객 입장에서는 여간 불편하고 불쾌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택배사들의 서비스 경쟁이 치열하다. 택배 서비스를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안심 서비스’, 접수시간을 직접 정할 수 있는 ‘시간지정 서비스’, 일반 택배처럼 전화나 인터넷으로 접수하고 배송기사에게 우편물을 맡기면 되는 ‘우편 택배’ 등….

또 정보기술(IT)이 발달하면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이 바뀜에 따라 ‘스마트 택배’를 모토로 한 ‘내 손안의 택배’ 서비스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택배업체들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활용한 택배서비스를 앞다퉈 내놓고 있으며 스마트 물류시스템 구축을 통해 작업시간 및 비용 절감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하고 세심한 서비스 시스템에 그야말로 ‘감동의 쓰나미’가 밀려온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고객 만족은 아주 작은 데서 출발한다. 택배기사가 웃는 얼굴로 친절하게 택배를 전달해줘 받는 이가 기분 좋아지는 서비스까진 아니어도 좋다. 집에 있는 고객의 손에 끝까지 택배를 잘 건네주는 것이야말로 택배서비스의 기본이요, 고객에 대한 최대의 친절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