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이 군살을 제거하고 더 날렵해진 모습으로 소비자들을 찾았다. 해지환금률을 높이거나 특약을 단순화해 이해하기 쉽게 만든 보험이 등장하고 있다. 아울러 하루나 이틀 등 초단기로 가입 가능한 보험도 있으며, 보험료 부담을 줄인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보험상품이 다이어트를 했다. 군살을 빼고 더 매력적인 상품구성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최근 미래에셋은 변액적립보험 ‘진심의차이’를 내놨다. 출시 직후부터 연일 이슈가 되고 있다. 인기의 비결은 초기에 집중적으로 떼는 사업비를 줄인데 있다.

이 상품은 구분상 변액유니버셜보험이다. 즉 변액기능+유니버셜기능+저축성보험이 결합된 상품이다. 변액보험이란 보험료의 일부를 주식이나 채권 등 유가증권에 투자해 향후에 받는 보험금이 변하는 상품을 뜻한다. 유니버셜기능이란 보험료를 정상적으로 납입하지 못했을 경우 해약환급금 내에서 보험료를 납입하는 기능으로, 보험가입자의 현금유동성을 조금 더 자유롭게 해준다. 전통적인 보험에서는 2개월간 보험료를 미납할 경우 보험이 실효되었다.

따라서 이 상품은 변액기능으로 물가상승률 이상의 수익률을 낼 수 있게 해주며, 유니버셜기능으로 부득이한 경우에도 보험이 실효되지 않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더 편리하게 돈을 모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보험의 단점은 조기 해약할 경우 해지환급률이 낮다는데 있다. 지금까지 변액보험상품은 가입 초기에 설계사 신계약비 등의 사업비를 집중적으로 뗐다. 따라서 가입 후 1년 이내에 해약하면 납입한 원금의 50% 정도에 불과한 돈을 돌려받았으며, 5~7년 정도 지난 후 해지해야 원금 정도를 돌려받을 수 있었다.

‘진심의 차이’는 초기에 집중적으로 떼는 사업비 체계를 변경, 최대 7년에 걸쳐서 사업비를 떼는 방식을 택했다. 이에 따라 부득이한 경우 조기 해약해도 해지환급률을 높일 수 있었다. 설계사가 받는 신계약비의 총량은 같지만 장기로 균등해서 지급하기 때문에 이와 같이 해지환급률을 높일 수 있었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변액보험은 장기투자상품이기 때문에 조기해지하면 손해를 볼 확률이 높다. 하지만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인생, 1년 이내에 해지해도 원금의 90% 이상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먼저 찾는 것 같다”며 “설계사들이 판매하는 변액보험 중 해지환급률이 90% 이상인 상품은 ‘진심의 차이’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해지환급률을 90% 이상으로 높인 상품이 또 하나 있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의 ‘i플러스 변액유니버셜보험Ⅲ’이다. 사실 이 상품이 최초였지만, 설계사와 고객이 대면해서 가입하는 것이 아닌 은행에서 가입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 2011년 12월에 ‘(무)i플러스 변액유니버셜보험Ⅲ’을 출시했다. 이후 2012년 4월에 ‘(무)비바플러스 저축보험’과 ‘(무)스마트플러스 변액유니버셜보험’도 잇달아 출시했다. 세 가지 상품 모두 1년 이내 해지해도 90% 이상의 해지환급금을 지급한다.

그동안 보험은 복잡한 상품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복잡함을 털어내고 인기를 끌고 있는 곳도 있다. 현대라이프는 보험의 군더더기들은 깔끔히 치웠다. 정기보험, 암보험, 5대성인병보험, 어린이보험 등 상품은 단 네 가지 뿐이다. 보험 상품의 덩치를 키우기 위해 덕지덕지 붙였던 특약은 하나도 없다. 게다가 보장기간 중 보험료 인상도 없으며, 성별과 나이만 같으면 보장과 보험료가 동일하다.

현대라이프 관계자는 “그동안 다른 보험사들은 상품을 최대한 어렵게 만들려고 노력한 듯 하다”며 “현대라이프는 경제활동기에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보장을 저렴한 보험료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즉 그동안 개인 맞춤형이라는 명목으로 복잡하게 만들었던 보험상품을 제조업 상품처럼 최대한 표준화시킨 것이다.

 

손해보험사들도 이런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차를 렌트하거나 친구들과 여행을 갈 때 혹은 명절에 다른 사람 소유의 차를 대신 운전해야 할 경우가 있다. 이때마다 자동차보험에 미가입 되어 있다는 것이 걱정된다. 이런 문제를 더케이손해보험의 ‘원데이 자동차보험’이 해결했다. 기존 자동차보험은 1년 단위로만 계약이 가능하다는 관행을 깨고 보험기간을 과감히 단축했다.

보험료는 2000원에서 1만4000원 수준이다. 예를 들어 제주도에 여행 갔을 때 렌터카업체의 자차면책제도 비용은 하루 2만원 정도다. 그러나 원데이자동차보험은 하루 2000원(중형차)으로 보장이 가능하다.

단독형 실손의료비보험도 다이어트 보험 상품 중 하나다.

실손의료비보험이란 실제로 발생한 의료비를 보장해주는 상품이다. 기존 실손의료비보험에 가입하려면 암진단, 화상 치료비 등 다른 보장과 함께 비싼 보험료를 내고 가입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 상해와 질병 보장만 따로 떼어 저렴한 비용으로 가입할 수 있다. 보장범위에 대한 군살을 빼 보험료를 줄인 것이다.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모두 가입할 수 있다. 그러나 각 보험사별로 보험료와 보장범위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고 가입하는 것이 현명하며, 중복가입 한다고 해도 하나의 상품에 가입했을 때와 똑같은 보험금을 보장받기 때문에 하나의 상품에만 가입해야 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존 보험상품의 관행을 깨고 소비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상품을 개발한 것은 분명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상품의 성공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특히 미래에셋생명의 ‘진심의 차이’와 현대라이프의 상품들, 단독형 실손의료비보험의 경우 판매하는 설계사 신계약비가 기존 상품보다 낮아 적극적으로 권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