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과거 국가의 핵심 산업으로 꼽히던 제조업은 서비스업 부흥에 밀려 그 중요성이 희석됐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경제 위기를 맞이하면서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제조업의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특히 미국 오바마 2기 정부는 제조업 살리기를 정부의 주요 정책으로 삼았다. 첨단 제조기술이 미래의 경쟁력으로 평가받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방증이다.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가장 급격한 변화를 맞이한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제조업이다. 주축이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제조업 네트워크도 달라졌다. 기업 한 곳에서 다 만들던 기존 체제는 가고 글로벌 지역별 협업체제 구축을 통해 가장 효율적인 생산 시스템을 갖춘 곳에서 부품을 생산하고 또 다른 곳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제조업의 중심축 이동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우선 지정학적인 측면에서는 서방에서 동방으로 옮겨갔으며, 산업 구조적인 면에서는 기계식 제조공법 중심에서 디지털식 제조 기술로 변화됐다. 저부가가치·저임금이라는 제조업의 구조가 이런 변화를 부채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제조업의 중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여전히 전세계 상품의 21%(일본 13%, 중국 12%)가량을 생산 중이며, 제조업 종사자가 1100만 명에 달한다. 임금 또한 다른 직종보다 평균 20%나 높다. 또한 제조업 일자리 한 개는 다섯 개의 고급 서비스 일자리와 연결되며 5~10개의 간접 일자리를 만드는 효과가 있다.

다시 부각된 제조업의 중요성

지난 30여 년간 제조업의 부가가치는 감소하는 대신 서비스업의 부가가치는 꾸준히 증가해왔다. 실제로 제조업의 글로벌 부가가치는 1985년 35%에서 2007년 27%로 줄어들어든 반면 서비스업은 같은 기간 59%에서 70%로 큰 폭의 증가를 보였다.

이는 경제구조가 선진국의 고임금 사회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뜻하며, 낮아진 상품가격과 늘어난 서비스 수요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저부가가치 제조업은 ‘해외에 아웃소싱(Outsourcing)한다’는 개념이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2008년 세계 경제가 엄청난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제조능력과 지식이 경제력 원천이란 인식이 새롭게 부각됐다. 제조업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서비스업보다 크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통상 상품제조 과정에서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이런 문제 제기가 민간기업의 연구개발을 촉발했다.

기술개발이란 엄청난 잠재력을 축적하는 것이며, 그런 잠재력이 있어야 다양한 제품들을 생산할 수 있다. 첨단제품을 제조할 수 있는 자신감은 바로 국가의 매우 중요한 역량이 되며, 이런 자신감을 잃으면 전반적인 국가 경쟁력 또한 잃게 된다. 첨단제조기술력이 다른 산업기술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크며 다양하다. 이에 국가나 기업의 관심사는 첨단기술력 강화에 쏠렸다. 이를 통해 새롭고 차별적인 상품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기 위해서다. 이와 같은 혁신 능력을 갖추게 되면 천연자원 부족 문제도 극복할 수 있다.

기술력을 갖춘 인재가 경쟁력

제조업의 핵심이 설비와 자본과 원자재 자원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핵심인자는 고도의 기술력을 갖춘 인적 자원이다. 다시 말해 인재가 곧 제조업의 경쟁력인 셈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임금이 매년 15~20%씩 빠르게 상승해 북미와 비교해도 노무비 편차가 크지 않다.

현재는 미국보다 55%가량 낮은 수준이지만 2년 후인 2015년이면 39%로 줄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비에서 차지하는 인건비의 비중이 낮지만, 많은 상품분야에서 노무비 효과가 한자리 수로 줄어드는 것이다. 따라서 물류비 상승요인이나 부품 공급망 관리 비용이 노무비 효과를 상쇄한다.

중국이나 인도에서 늘어날 신흥중산층의 방대한 소비 증가량을 고려한다면 현지공장 생산전략이 타당할 수 있지만, 저임금 노동력이 주는 비용우위가 줄어드는 상황이라면 기업은 다른 가능성도 살펴봐야 한다. 그 대안 중 하나가 최근 중국의 팍스콘 공장에서와 같이 로봇 자동화율을 높이고 노동자를 줄이는 방법이다.

다만 물류비, 창고비 등에 대한 고려는 물론 불안정한 환율변동도 흡수할 수 있도록 신흥소비시장에서 상품을 생산하는 현지화 전략이 수반돼야 한다. 선진공업국으로 첨단제조공장을 회수해 최첨단 설비로 자동화시설을 재구축하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 선진국의 실업률 개선 관점에서 정부로부터 다양한 혜택을 지원 받을 수 있다.

제조업 부흥에 팔 걷어 부친 미국

죽어가는 제조업 살리기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건 미국이다. 최근 출범한 오바마 2기 정부는 모든 정책을 일자리 창출에 쏟아 붓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인 것. 또한 지난 2월 12일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의회 연설을 통해 미국이 가장 먼저해야할 일은 제조업과 일자리를 미국으로 끌어들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발맞춰 미국의 주요 기업들은 일자리를 해외에서 미국으로 되돌려 가져오고 있으며, 이를 지원하기 위해 오하이오 영스타운에 제조업혁신연구소를 만들었다. 아울러 하이테크 제조업의 글로벌 허브를 15곳에 설립해 네트워크를 통해 차세대 제조업 혁신의 글로벌 중심으로 만들 계획이다. 이미 미연방정부도 4500억 달러의 예산을 투입했으며, 2016년까지 제조업 분야 일자리를 100만개 창출할 방침이다.

이렇게 오바마 정부가 제조업 살리기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경제회생의 실마리를 제조업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각종 연설에서 자주 주장하는 용어들을 살펴보면 ‘제조혁신을 통한 경제회생’, ‘지속성장 제조업’, ‘저에너지 제조업’, ‘친환경 제조업’ 등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뒀다. 지난해 7월에는 미국 대통령과학기술자문위원회(PCAST)가 대통령과 의회에 첨단제조업의 국내 경쟁력 선진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다시 말해 미국이 중심이 돼 새로운 첨단 기술들을 개발해 제조업의 국면을 바꾸자는 것이다. 지난 1월에는 ‘NIT 기술개발 강화 전략’이 제안됐다. 미국이 보유한 강력한 첨단 NIT기술들을 제조업 첨단화에 활용하는 방안들이 모색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이런 과정을 보고 ‘제조업의 신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앞으로 판매될 승용차는 도로 위에 바퀴가 닿기도 전에 미리 디지털 시뮬레이터에서 충분히 시험 주행을 해보게 된다. 그리고 이 소프트웨어는 공장의 모든 공구들과 로봇들의 작업조건들을 더 정교하게 설정해 준다. 시뮬레이션 덕분에 공장의 조립공정은 단순해지고 새로운 공법이나 재료를 채택해서 일부 조립과정은 생략된다. 어떤 차량이나 비행기는 용접이나 리베팅으로 조립하지 않고 탄소복합재료를 접합해서 만들어 버린다.

3D 인쇄기술은 제조업의 새로운 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재료를 수많은 층으로 겹쳐 인쇄해 3차원 물체를 만드는 기술로 아직은 제조 속도가 느려서 상업화 사례가 적다. 그러나 특수 맞춤 상품들로 확산되고 고속인쇄기술이 적용되면 다양한 제조공법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 이 첨삭인쇄(additive printing)기법은 플라스틱류는 물론이고 심지어 콘크리트와 티타늄, 스테인리스 강 등 금속에도 적용된다.

지금까지 가공방식으로는 도저히 만들지 못했던 구조의 부품으로 직접 인쇄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디지털 제조기술과 함께 미래 공장을 지배할 핵심기술로 주목되고 있다. 가상시뮬레이션 공장에서 상품을 설계하고, 디지털 데이터로 이뤄진 부품들을 3D 인쇄 생산하는 첨단 제조기술이 미래의 경쟁력으로 평가받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