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file / 일본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졸업 후 미국 예일대 대학원을 나왔다. 일본무역진흥회, 장은종합연구소에서 근무했으며, 아오야마 가쿠잉대(靑山學院大學) 경제학부 교수, 한국산업연구원, 고려대 경제경영연구소 객원연구원, 미 컬롬비아대 객원연구원 등을 지냈다. 통산성 산업구조심의위원을 거쳐 현재 와세다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가 지난 7월9일 개최한 제1604회 세미나에서 후쿠가와 유키코 일본 와세다대학교 경제학부 교수가 ‘세계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아시아 경제와 한국과 일본의 선택’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를 발췌해 싣는다.

현재까지 신흥국가들은 많은 어려움들을 겪어왔다. 10년 전 한국이 IMF에 처했을 때 상황은 동아시아 위기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금융기관 등 주요 투자자들이 마비되어 있는 상태라서, 신흥국가 자체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유동성 위기로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브릭스(BRICs) 즉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은 자체적인 금융 중계 기능이 발달되어 있지 않은 관계로 런던 시장이나 뉴욕 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단계였다.

특히 중국의 경우 신흥국가의 번영이 선진국으로의 수출에 의존되어 있음을 잘 보여주었다.

그러다 보니 잠재력이 있다 하더라도 미국이나 유럽 시장의 실물경제가 붕괴되면 시간 차는 있을지 모르겠으나 자체적으로 회복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중국은 특히 직접투자(FDI)에 의존도가 높다. 수출규모가 크긴 하나 60% 이상이 외국계 기업이다 보니 새로운 직접투자가 있지 않은 한 새로운 상품 및 기술 개발 등에 어려움이 있다.

브릭스 국가들 중에서도 국제수지가 흑자냐 적자냐와 내수시장이 얼마나 자극 가능한가 이 두 가지 측면에서 큰 차이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중국은 특히 부채가 거의 없이 압도적 흑자 상태이다 보니 외국에 있는 많은 달러 자산을 유지할 것인가가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인도는 중국과는 또 다른 건전성을 갖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낮고 국내에서 유지 가능한 산업들의 발전요소가 많다.

따라서 이 두 나라는 상당히 양호한 상황이다.
브라질과 러시아는 철저히 자원에 의존한 경제구조이며, 제조업이 여전히 약하여 근본적인 측면에서 앞선 두 나라에 비해 많은 약한 부분이 있다.

이번 금융 쓰나미가 지나고 나면, 아시아의 비중이 전 세계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이 당면한 공통적인 과제는 사회가 고령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고령화사회에 맞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

한국의 문제는 유동성 위기
지난 5년 동안 전 세계 신흥국가들의 부흥은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했기 때문에 시장이 사라지면 즉각 붕괴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일본, 한국 등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최근 약간의 회복기운이 보인다 하더라도 지속성이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그리고 신흥국가들의 부채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특히 한국식 IMF 위기로 빠진 동유럽의 경우는 예전 위기 직전의 아시아보다 더 심각한 속도로 부채가 늘었다.

그 구조는 동일하다고 본다. 동유럽이 앞으로 EU에 가입할 것이므로 환율위기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여 유럽 은행들의 대출이 대부분 이들 나라에 집중되어 있는데 어떻게 보면 미국과는 다른 큰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동아시아의 경우는 어떻게 될 것인가. 10년 전의 전반적 위기와는 달리 이번에는 국가별로 큰 차이가 있다.

국제수지가 흑자를 지속하던 나라는 아무래도 자금 유출이 한계가 있었고, 다른 면으로는 증권시장·금융시장이 개방되어 있을 수록 유출이 더욱 크다.

경상수지가 계속 적자를 기록하던 한국을 비롯한 나라들은 다시 한번 환율의 불안전성이 빚어졌고, 그렇지 않았던 중국 등의 나라들은 과거 직접투자를 통한 수출 위주 발전 패턴에 장애가 많아졌다.

인도네시아, 태국은 규모가 작았던 반면 한국은 적자와 기존 부채 탓에 자본 유출이 커졌다. 한국은 여러 가지 이유로 IMF 기준으로 봤을 때 단기외채가 많아졌다.

이것이 외부의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에게 금융위기 등을 우려케 하여 자금 유출이 생겼다.

실물경제는 비슷한 패턴을 보여줬다. 일본이 가장 심하긴 하지만 대부분 나라들 역시 작년 말부터 수출이 위기 상황이다.

국가별로 보면, 국내 시장이 크고 재정 여유가 있던 중국이 6% 정도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최근에는 8% 성장이라는 낙관론까지 나타나는 등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 엄청난 마이너스를 기록했음에도 약간의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수출 의존도가 더 높은 싱가포르나 대만이 가장 심각한 상황이다.

일본에 비해 한국의 문제는 유동성 위기, 통화 위기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판단한다. IMF 이후 구조조정 중에 많은 개방이 진행되었고, 금융에서도 구조적인 변화가 컸다.

많은 외국계 금융사들이 진입해 있기도 하다. 외채의 상당 부분은 외국계 은행들이 갖고 있던 것이다.

내년 중국 명목 GDP 일본보다 커질 듯
한국과 일본은 수출내용이 상당히 다르다. 일본은 고부가가치 상품에 집중될 수밖에 없어서 그 결과 미국과 유럽 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 두 가지 성숙한 시장이 붕괴하게 되면 그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한국이 일본보다 저항력이 있었던 것은 브릭스 등 다양한 시장에 균형 있게 진출해 왔기 때문에 그 충격이 작았던 것이다.

일본은 전 세계에 공급하는 것이 고부가가치의 중간재, 부분품, 소재 아니면 자본재이다. 최근 일본의 대기업들이 신흥국가들에 진출을 꾀하고 있으나 쉽지 않아 보인다.

브릭스 시장의 특징은 가격인데 고부가가치에 맞춰진 시스템이 적응하기 어려워 보인다.

금융쓰나미 이후의 그림은 무엇일까? 첫째, 올해나 내년 중국의 명목 GDP가 일본보다 커질 것이다.

구매력으로 봤을 때는 이미 5~6년 전에 역전되었지만 명목에서도 우위를 가져가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중국이 기존 일본의 역할을 그대로 이어받는 것은 아니다.
동아시아의 리더로서도 최근 신장 위구르의 정치적 문제 등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한국이 일본에 대해 무역적자를 언급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진 것 같다. 새로운 구조에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일본은 다운사이징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한국과 일본의 문제는 고령화사회이다.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그 같은 사회에 맞는 새로운 동력을 고려해야 한다.

결국 한국도 삼성, 현대, 포스코 등과 같은 세계화된 기업들이 잘해 왔지만 내수에는 별로 기여하지 못했다. 또 한 가지 심각하게 보는 것은 젊은 층의 실업 문제다.

일본의 가장 큰 부채는 지난 잃어버린 10년 동안에 젊은 층에 좋은 일자리를 마련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들이 지금 30대에 이르렀다. 한국은 또 다른 이유로 젊은 사람들의 실업률이 그 수준에서 정체되어 있으면서 세계화 시대에 아무런 전문성도 없이 어떻게 살 것인지 큰 이슈인 것 같다.

이재훈 기자 hun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