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곤일척 모든 것을 걸어라, 하정민 지음, 레인메이커 펴냄

“스포츠계 명장들은 뛰어난 지도자일 뿐만 아니라 혁신적인 경영인이다.”

“한 번 던진 공은 다시 불러들일 수 없다. 타자가 치는 공 하나에도 수비수가 잡는 공 하나에도 ‘다시’란 없다. 투수의 손에서 공이 떠나는 순간 작은세상 하나가 창조되기 때문이다.”

직경 7센티미터밖에 안 되는 작은 야구공 하나를 두고 이렇게 비장하고 엄숙한 말을 내뱉은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칠십평생 ‘야구가 곧 내 인생이자 삶 그 자체’라는 태도로 살아온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이다. SK와이번스에서만 한국시리즈 3회 우승, 1회 준우승을 일궈낸 명장이지만 그는 늘 격렬한 찬반논란을 몰고 다니는 논쟁적인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김 감독은 ‘일구이무(一球二無)’의 철학을 가지고 약팀 SK 와이번스를 2000년대 후반 한국 프로야구 최강팀으로 변모시켰다. 일구이무는 일시이무(一矢二無)라는 중국의 고사성어로 중국 한나라 때 한 장군이 해질무렵 호랑이를 발견했는데 목숨에 위협을 느낀 나머지 활시위를 당겨 호랑이를 명중시켰으나 나중에 알고 보니 바위였다는 일화가 있다. 정신을 집중하면 화살로 호랑이는 물론 바위까지 뚫을 수 있다는 교훈이 담긴 말이다. ‘일구이무’는 김 감독이 일본에서 현역선수를 뛰던 시절 이 고사성어에서 화살 시(矢)자를 공 구(球)자로 바꿔 만든 좌우명이다. 신장암 수술을 받은 노령 감독인데다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허리 상태가 안좋았지만 그는 언제나 마운드에서 선수들과 함께했다. 타자들에게 직접 야구공을 던져주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고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투수들의 투구 자세를 봐줬다. 끊임없는 특강과 정신교육을 통해 선수들의 안일한 마음가짐과 태도도 조금씩 변화시켜 나갔다. 결국 SK와이번스는 스타선수가 없어도 누구나 스타 몫을 하는 야구팀으로 변모했다. 끈끈한 조직력으로 선수단 중 누구 하나가 빠져도 티가 나지 않는 야구팀으로 거듭난 것이다. 당시 SK와이번스 팬들은 ‘SK구단 전력의 반은 김 감독’이라며 그에게 ‘인천예수’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김 감독의 사례를 통해서 스포츠와 경영은 닮은 점이 많다는 점을 알게 된다. 수많은 스포츠계 명장들은 뛰어난 지도자일 뿐만 아니라 혁신적인 경영인이기도 하다. 치밀한 전략을 짜고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해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했다는 점이 특히 그렇다.

그 중에서도 야구, 농구, 축구 등과 같은 팀 스포츠는 개인종목과 달리 개개인의 능력보다 지도자의 역량이 중요할 때가 많다. 선수 본인만의 실력만으로 승부해야 하는 개인종목과는 달리 구성원의 역할분담, 감독의 용병술, 응집력 등 승패에 영향을 미치는 주변 요인이 훨씬 많고 리더가 이를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국내외 스포츠 거장 18인의 리더십을 다루고 있다. 배구코트의 제갈공명이라 불리는 신치용 감독과 화수분 야구창시자로 불리는 김경문 NC다이너스 감독 등의 리더십과 팀 경영 노하우 등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