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뒷배경 든든한 재계 숨은 강자

유난히 소띠 CEO가 많은 재계지만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과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같은 소띠라는 점 외에 또 다른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것은 바로 재벌가의 차남으로 국내 유수의 재벌 총수를 형으로 두고 본가와는 별도의 사업을 꾸려 일가를 이뤘다는 점이다.
1937년생으로 올해 72세인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은 고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의 차남으로 조 회장의 형이 바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다. 조 회장은 1984년 조홍체 창업주가 별세한 후 한국타이어를 물려받아 한국타이어를 국내 최대의 타이어업체로 성장시켰다.
국내 타이어업계 시장점유율 1위인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매출 3조8778억원(예상)을 기록한 타이업계의 리더. 미국 유력 타이어 전문지인 <모던 타이어 딜러>가 집계한 ‘2006년 세계 타이어업체 순위’에서 7위에 올라있다.
한일경제협의회장, 전경련 회장 등으로 활발한 대외활동을 벌이는 조석래 회장에 비해 일체의 대외활동에 나서지 않고 기업경영에 전념해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는 조양래 회장은 ‘나서기를 꺼리고 검소한 성품’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나서기를 꺼리는 성격 때문에 조 회장은 한동안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했으나 형인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전경련 회장으로 부임하고 지난해 조 회장의 사돈인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요즘은 미디어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는 경영인이 됐다.
조 회장은 슬하에 아들 둘을 두고 있는데 차남인 조현범(37) 한국타이어 부사장이 바로 이명박 대통령의 셋째 딸인 수연 씨와 결혼을 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사위로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조 회장의 차남 조현범 부사장은 지난 2006년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그룹의 글로벌 전략을 세우는 것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타이어의 해외공장 신설 등의 계획은 모두 그의 머리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1949년생으로 올해 회갑을 맞는 희성그룹 구본능 회장 역시 조양래 회장과 같이 재벌가의 차남으로, 재벌총수를 형으로 두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차남인 구 회장의 형이 바로 구본무 LG그룹 회장이다. 형인 구본무 회장이나 동생인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이 그룹의 경영을 이어받은 데 비해 구본능 회장은 LG그룹의 작은 계열사 였던 희성전자의 경영권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후 희성전자를 중심으로 자산규모 1조원이 넘는 알짜배기 기업군을 일궜다.
더욱이 희성그룹은 주력기업인 희성전자를 비롯해 희성금속, 희성정밀 등 계열사들이 모두 비상장사로 구본능 회장을 비롯해, 구본식 희성전선 사장과 구광모, 구용모 씨 등 구 씨 일가가 대부분의 지분을 가지고 있어 희성그룹이 LG가의 4세 승계를 위한 발판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본능 회장 역시 차남답게 경영 이외의 대외활동에 거의 나서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04년 구본능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31) 씨가 아들이 없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양자로 입적되면서 재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까지 LG전자에서 근무하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으로 유학을 떠난 광모 씨는 2004년 이후 ㈜LG의 주식을 꾸준히 사모아 현재 약 4.5%의 지분을 보유하는 등 LG그룹의 후계자 자리를 착실히 굳혀나가고 있다.
만일 광모 씨가 LG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한다면 구본능 회장은 실속과 명예를 모두 움켜쥐는 셈이 된다.
재벌가의 차남으로 태어나 한 사람은 한국 최대의 타이어업체를 일구는 한편 현직 대통령을 사위로 두었고, 또 한 사람은 자산총액 1조원 규모의 우량 비상장기업을 일구면서 아들을 국내 4대 재벌의 후계자로 만들었으니 이만하면 재계의 숨은 강자라 불러도 될 듯하다.
이형구 기자 (lhg0544@er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