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4%. 지난 1월 한 달간 환율변동률이다. 지난해 1년간 환율변동률이 0.29%였던 것과 비교할 경우 큰 폭임을 알 수 있다. 환율변동폭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외국자본의 유출입이 빈번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환율 등락의 원인을 국내 금융시장 구조에서 찾는다. 규제가 허술해 외국자금이 특별한 심사 없이 유출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환율변동률문제는 일본의 아베정권의 양적완화정책으로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더 심화됐다. 이에 국내 자본시장의 안정을 위해 외국자금을 규제할 수 있는 한국형 토빈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거래되는 모든 주식∙채권∙외환 등의 금융상품에 세금을 매기자는 것이다. 반면 한국형 토빈세인 금융거래세의 도입을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들은 이 제도가 실효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거래 위축이라는 부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한다.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한국 금융시장

2009년 기준 한국 자본시장의 자본접근성지수(Capital Access Index)는 73.9%다. 자본접근성지수는 자본시장의 실질적 개방 정도를 나타내 숫자가 클수록 외국자본이 쉽게 유출입할 수 있다. 반면 금융안정성은 취약하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이 발표한 금융발전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자본시장의 금융안정성은 조사대상 62개국 중 44위를 차지했다. 실제로 국내에 유입되는 외국자본 중 언제든 이탈이 가능한 수시유출입성 자본이 83%에 달한다. 이렇게 자본시장의 개방도가 높고 관리가 취약할 경우 자본 유출입의 속도는 빨라진다. 외국 자본 유입 주기는 1990년대 4년 3개월에서 2000년 3년 3개월로 크게 단축됐다. 이 주기는 글로벌 경제가 불안해 질 경우 더 줄어든다. 실제 외환위기가 발생하자 외국투자자금이 급격히 회수되면서 1997년 11월부터 5개월 사이 214억 달러나 유출됐다.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가 본격화기 시작한 2008년에는 외국인 투자 잔고가 전년 대비 29.4% 감소했다. 외국자본이 손쉽게 빠져나가자 국내 증시와 채권시장은 급격히 악화돼 국내 투자자들만 손해를 본 사례다.

또한 환율변동성이 커질 경우 수출 감소는 물론 물가상승압력 증대 등 실물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한다. 지난 2011년에 발표한 ‘원/달러 환율변동성이 큰 배경과 시사점’ 에 따르면 기업들의 환헤지 정착돼있지 않아 환율변동성 증가가 수익 및 비용 관련 불확실성 증대로 이어진다. 수출기업들은 환율변동성 확대로 인한 채산성 불확실로 수출물량을 축소하거나 환헤지 비용을 수출단가에 전가해 외환표시 수출 가격이 증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환율변동성과 수출증가율 추이를 비교해 본 결과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으며 전기에 환율변동성이 1%p 증가할 경우 전년 동기대비 수출증가율은 95% 신뢰구간에서 7.06%p 감소했다. 특히 중소기업이 입는 피해가 크다. 무역보험공사가 지난 12월 중소수출기업 371개사를 대상으로 환위험 관리 실태조사를 한 결과 환율 변동에 따른 대책을 갖고 있는 기업은 15%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인력부족, 키코(KIKO)사태 등에 따른 파생상품 이용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인해 중소기업의 환위험 관리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환율변동성의 증가는 소비자물가 상승압력으로 작용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환율변동이 국내물가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환율변동성 증대가 인플레이션 관련 불확실성을 증가시켜 기대 인플레이션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 업계 전문가는 환율변동성은 원자재물가지수 및 수입물가에 유의한 상승 압력을 유발하며 소비자물가는 6개월가량의 시차를 두고 파급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 `환율 주권' 수호에 나서나

최근 정부는 자본 유출입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한국형 토빈세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1월 30일에는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는 “지난해 4분기 이후 외환시장의 움직임이 상당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외환거래과세 과세방안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앞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도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수출이나 투자심리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외화건전성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도 급격한 외화유출입을 제어하는 수단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비교적 공감하는 분위기다. 장보형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특정 레벨로 규제하기보다는 불안정성을 억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간접적이고 한시적인 금융거래세 도입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국면에서 거론되고 있는 대응방안이 외환거래세, 채권거래세 등이다. 단기 투자 자금의 국제적 이동을 제어하기 위해 모든 현물환 거래에 세금을 부과하자는 토빈세의 연장선상에서 논의되는 방안이다.

정부가 구상 중인 외환거래세는 브라질이 시행하고 있는 제도와 유사한 형태로 알려졌다. 해외자본의 국내금융시장 유입 전 외환시장에서 거래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유입되는 모든 해외자본에 대해 외환거래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채권거래세보다 광범위한 자본유입 억제 효과를 볼 수 있고 예상된다. 채권거래세는 채권거래 시 거래대금에 일정 세율을 부과하는 제도다. 거래비용 증가, 기대수익 감소로 해외 채권투자자금의 유입을 막을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가 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국제금융실장은 “국내시장의 전반적인 체질 개선에 앞서 규제만 시행한다면 자본통제국의 오명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신규 해외자본 유입은 제약이 될 수 있어 규제가 가져올 부작용도 면밀히 따져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승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채권거래세의 경우 시장 거래 위축 등 부작용을 가져 올 수 있고 실효성 측면에서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 외국인 채권투자로 인한 서든스탑(Sudden Stop•외국 자본 유입이 갑자기 멈춘 뒤 대규모 감소세로 돌아서는 현상)의 가능성은 적고 이들 자금을 단기성 투기 자금 판단이 어려운 점을 들었다.

정부는 차기 정부가 출범하면 외환 규제방안을 확정 지은 뒤 상반기 내에 입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회는 “외환규제방안은 국제공조와 협의가 이루어지면 고려하겠다”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지난 1월 22일 유럽연합 11개국이 채권거래세와 유사한 형태의 금융거래세 도입을 결정했기 때문에 정부가 큰 부담 없이 도입할 수 있게 됐다.

 

IMF 권고하는 외환 규제 방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이 전례 없는 양적완화로 대응하면서 대규모 자금이 신흥국으로 유입됐다. 이에 콜럼비아(2008), 아이슬란드(2008), 브라질(2009), 태국(2010), 인도네시아(2010), 이스라엘(2011)등 주로 신흥국들이 자본유출입 규제를 취해 왔다. 자본 규제를 반대하던 국제통화기금(IMF)도 2011년부터 입장을 다소 완화하여 정책 대응이 여의치 않을 경우 자본유출입 규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선회했다. 지난해 12월 IMF는 "완전한 자본자유화가 항상 모든 국가에 바람직한 것은 아니며, 필요할 때 거시경제 및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자본이동 관리 정책 도입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유럽연합(EU)도 토빈세 논의가 시작된 지 40여년 만에 유로존 11개국의 금융거래세 도입을 지난달 승인했다. ‘브뤼셀 플랜’으로 불리는 금융거래세 방안은 지난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전체 회원국 17개국을 대상으로 시행하려다 실패한 청사진과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구체적인 세부 법안이 나오지 않았지만 주식과 채권 거래에 0.1%, 파생상품에는 0.01%의 세율이 부과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