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주권 찾기에 변화하는 항공시장에 잘 적응해야

 

독점사업은 소수의 기업이 시장에서 제품의 가격, 수량, 품질 등을 지배함으로써 소비자에게는 질 좋고 저렴한 가격의 재화 구매를 어렵게 만든다. 고등학교 사회과목 중 경제이론 속에서 독점과 과점의 사업자에 대한 폐해를 잘 지적하고 있다. 소비자주권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시장 경쟁체제의 기본원리인 기업 간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이 보장돼야 한다는 사실도 사회과목 수업시간에 배워 익히 알고 있다. 소비자가 자유롭게 가격을 정하고 서비스와 제품을 결정할 수 있는 사회가 소비자주권을 실현하는 사회라고 할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전언이다.

 

국내에서는 수십 년 동안 독점사업으로 분류돼 온 항공사업이 소비자주권 찾기가 활발해짐에 따라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가 여러모습을 통해 경쟁구도를 이끌고 있어 급진적 변화는 찾아볼 수가 없다. 후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 국적 항공사가 만든 저비용 항공사와 기존 저비용 항공사간 시장 빼앗는 모습은 이제 흔하다.

현용진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지배적 사업자의 새판 짜기에 중소 사업자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한국미래소비자포럼이 주최하고,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이 후원하는 제23차 한국미래소비자포럼이 ‘소비자 편익을 높이기 위한 저비용항공사의 성장’을 주제로 개최된 포럼에서 현 교수는 파이터 브랜드 출현에 따른 저비용 항공사의 위기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현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기존항공사가 진에어, 에어부산 등 ‘파이터 브랜드(Fighter Brand)’를 도입해 저비용항공 사업자에 대응하고 있다. ‘파이터 브랜드’는 가격을 앞세워 시장을 잠식하는 경쟁자 대응 방안이라고 현 교수는 지적했다. 파이터 브랜드는 기존 구매자가 경쟁사로 이동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브랜드 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특성을 가졌다.

진에어와 에어부산이 각각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등에 업고 저비용항공 사업자에 대응하기 위해 ‘파이터 브랜드’라고 할수 있다. 파이터브랜드와 저비용항공사간 충돌은 국토해양부는 2011년 2월 일본 도쿄(나리타) 노선 등에 대한 운수권 배분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내 모든 항공사가 운수권 배분을 신청해 경합노선이었던 나리타 노선에 대해 이스타항공과 에어부산에 배분했다. 이후 에어부산은 같은해 6월 부산~나리타 노선에 취항했고, 한달 후인 7월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과 부산~나리타 노선에 공동운항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부산~나리타 노선이 없던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과의 공동운항으로 노선권 배분 없이 신규 노선 개설 효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 노선권 배분에 자사가 아니더라도 자회사를 통한 간접 배분이 이뤄짐으로써 파이터 브랜드 도입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가능해 진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업지배구조의 시너지를 누릴 수 없는 사업자’는 투자여력을 갖추고, 저비용사업모델에 대한 능력과 경험이 있는 외항사를 중심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제선에서 기회가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막강한 경쟁자에 밀려 퇴출 위기로 몰릴 가능성이 있어 “정통적 저비용사업모델을 지향하는 국적사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고 현 교수는 경고했다.

편익비용 대비 사업모델 활발해 질것

국내선에서는 저비용항공시장은 한국형인 ‘편익대비비용시장’ 사업모델로 통용되며, 시장구조는 과거보다 경쟁자만 약간 더 늘어난 과점으로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국제선은 더 많은 투자와 효율적인 운영을 실현해 최상의 저비용모델을 구현해 갈 수도 있는 외항사를 중심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적정한 서비스에 적정한 가격이 결합한 ‘편익비용대비시장’ 사업모델을 도입하고, 국내선을 중심으로 ‘편입비용대비시장’을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배경에는 기존항공사 중심의 산업정책과 우리나라 소비자의 성향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된다. 기존 브랜드의 포지셔닝 훼손 방지와 사회적•체험적 편익을 중시하는 한국적 소비풍토가 한몫을 하며 편익비용대비 사업모델을 강조하는 시장은 생각보다 빨리 성장해 온 것으로 분석된다.

저비용항공 사업자 중에는 자본금 확충이나 사업 운영 면에서 기업그룹의 시너지를 얻을 수 있는 사업자와 그렇지 못한 사업자가 존재하고 있다. 시너지를 얻을 수 없는 사업자는 자본조달, 서비스 개발과 운영에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

기업지배구조의 시너지를 누릴 수 없는 국적사의 경우 중장기적으로 서비스 제공의 효율성을 제고하며 현재의 국내선 시장과 같이 ‘편익비용대비시장’ 사업모델을 추구하는 어렵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같은 회사들이 정상적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가격경쟁중심시장’을 겨냥하고 키우는 것이지만 경쟁자는 국내선에서 ‘편익비용대비시장’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경쟁중심시장’의 파이는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기업지배구조 측면에서 시너지를 낼 수 없는 국적사’는 또 서비스 수준을 높이거나 비용 압박 속에서 가격을 더 낮춰야 하는 등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한가족 두 지붕’에 위기직면

국내선은 EU와 같이 외항사가 국내선에 취항하지 않는 한 안정적으로 과점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업지배구조의 시너지를 누릴 수 없는 사업자’가 탄력을 받아야 국내선 시장의 경쟁구조는 의미 있게 구현될 수 있게 된 셈이다. ‘기업지배구조의 시너지를 누릴 수 없는 사업자’는 국내선보다 국제선에서 더 쉽게 성장의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국제선에서 개방화 정책과 저비용항공의 인프라 구축이 적극 추진돼야 한다. 이 같은 인프라 구축으로 ‘기업지배구조의 시너지를 누릴 수 없는 사업자’는 국제선의 안정화를 통해 역으로 국내선에서의 위상도 안정화되고, 국내선도 시장 경쟁에 따라 의미 있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항공사들은 국제항공운수권을 배분받을 때 자회사와 동시에 참여해 운수권 확보 가능성을 2배 이상 높이고 경쟁관계에 있는 저비용항공사에 배분될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즉, 모회사와 자회사는 별도법인으로 운수권 배분에 참여하지만 운수권을 획득하게 되면 공동으로 활용해 ‘한가족 두지붕’ 체제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 것.

이는 결국 항공시장에서 모회사와 자회사의 파이나누기를 통해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아 소비자들의 실질적인 혜택을 반감시키고 있다는 게 전문가의 주장이다.

이날 포럼에서는 공정경쟁에 필요한 시장질서 확립을 위해 법률적인 문제 검토와 함께 소비자의 역할에 대한 주장도 제기돼 관심을 모았다. 현용진 교수는 최종사용자인 소비자는 시장경쟁을 유지시키는 하나의 중요한 축으로, 소비자가 사업자들을 통해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려고 하면 약한 사업자는 소비자에게 시달리며 동시에 힘센 사업자에게 시달리는 이중고를 통해 제구실을 못하거나 시장에서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김혜선 순천대학교 교수도 “가격대신 고객서비스를 지향하는 부분을 경쟁을 하다보니, 목소리 큰 소비자의 비합리적인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라며 “대다수의 손님의 불편을 담보로 목소리 큰 소비자의 편익이 채워지는 경우라며 장기적으로 소비자 편익으로 이어지려면 소비자가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