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대전의 경우 조조가 주유의 고육지책에 속아 주유가 대승을 거두었지만 만일 조조가 속지 않았다면 그 결과는 엄청났을 것이다. 즉 주유의 지리멸렬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최고 심복을 잃은 상태에서 전투력이 부족한 군사들의 동요는 불을 보듯 뻔했을 것이다.

백만대군의 위용을 등에 업은 조조의 자신감이 주유에게 속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소비자 및 고객은 백만대군을 등에 업은 조조가 아니다.

‘어떡하면 가장 값싼 가격에 가장 품질과 성능이 좋은 제품을 고를까’, ‘어떡하면 기업에 속지 않을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는 데 절치부심하여 철저하게 따지고 비교하는 집단이다.

다른 소비자의 안목과 경험을 풍부히 가지고 구매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집단인 것이다.

이런 집단을 두고 고육지책의 비정상적인 판매방법을 택하는 것은 그야말로 제 살 깎기요, 독이다. 그럼에도 판매가 부진할 시 혁신의 과정을 밟기보다는 고육지책의 비정상적 방법을 택하는 회사가 많다.

왜냐하면 당장은 숨쉬기에 손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곧 시장에 알려지고 더욱더 회사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자충수가 된다.

업계에서 항상 2등이었던 A 자동차 회사의 판매를 보면 정말 고육지책이 많았다.

1. 직원들의 성과급을 제품으로 지급

2. 직원들에게 판매 할당량을 부여해 인사고과에 반영

3. 계열 회사들에 납품대금 대신 제품으로 지급

4. 연고 회사들에 리베이트를 주고 판매

5. 대폭할인 세일 실시

이러한 판매책들은 공정거래법에 위반이 될 뿐만 아니라 이 소문이 금방 시장에 퍼져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던 소비자들에게조차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

나아가 회사의 어려운 상태를 공시하는 셈이 되어 시장점유율이 급속하게 떨어진다.

고육지책은 효과가 6개월 이상 가지도 않고 곧 한계점에 이르면서 부작용이 커진다.
고육지책은 판매부진으로 재고가 쌓일 때 일어나는데 재고가 쌓이기 전 적절한 판매 예측과 생산 감축으로 재고 누증이 없도록 하는 것이 고육지책을 없애는 상책이다.

김우일 우송대 경영학과 교수·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 (wikimokgu@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