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지식경영의 역사적 산실이었던 소쇄원에서 21세기 지식경영을 토론하는 기분은 정말 상쾌했다.”

한때 나는 여름휴가를 잊고 지낸 적이 있다. 라디오 일일 생방송 진행자로 약 10년 간 일했기 때문이다.

그때는 가족과 함께 여름휴가를 가는 사람을 보면 정말 부러운 마음뿐이었다.
그 후 학교에 와서도 늘 바쁜 생활의 연속이었다.

그러다가 2년 전 여름에 중대 결단을 내려서 정말 멋진 휴가를 다녀왔다.

나처럼 바쁜 CEO 몇 명이 부부동반으로 식사를 하다가 여름휴가를 함께 가기로 한 것이다. 5쌍의 부부가 함께 여름휴가를 가는데 가장 적합한 곳은 어디일까?

우리는 온갖 정보를 수집해서 협의한 결과 광주-담양-흑산도-홍도의 코스를 잡았다.

첫날은 일단 광주로 가서 판소리 공연을 함께 즐기고 정통 남도음식을 먹기로 하였다. 그에 앞서 담양 소쇄원을 방문했다.

울창한 대나무 숲 속에서 여유롭게 산책을 하는 것도 좋았고 조선시대 지식경영의 역사적 산실이었던 소쇄원에서 21세기 지식경영을 토론하는 기분도 정말 상쾌하였다.

우선 몸과 마음을 활짝 열어놓기 위한 프로그램이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이튿날은 배를 타고 흑산도로 가서 일박을 하였다.

흑산도 해안도로를 지나면서 보는 바다풍경이 일품이었고 가수 이미자 씨의 흑산도 아가씨가 울려퍼지는 언덕 위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마시던 막걸리 맛은 지금도 입맛을 다시게 한다.

밤에 모기 떼의 습격을 받기는 했지만 흑산도 홍어를 즐기면서 반드시 또 와보고 싶은 곳이라고 모두들 감탄하였다.

일박 후 다시 홍도로 가서 배를 타고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 남해바다를 감상하는 것으로 나의 꿈같은 남도 여름휴가는 마무리 되었다.

휴(休)라는 글자는 사람(人)과 나무(木)가 합쳐진 글이다. 이때 나무는 자연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사람과 자연이 만나면 편안한 쉼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쉼은 또한 재충전이기도 하니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는 꼭 필요한 일이다.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아파트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더욱더 자연과의 만남이 필요하다.

지난해 여름휴가는 아내와 함께 용평을 다녀왔다. 아름다운 산과 물이 있으니 심신이 저절로 충전되는 기분이었다.

낮에는 지인들과 골프를 함께 하고 밤에는 담백한 강원도 음식을 즐기며 담소를 나누고 아침 일찍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산책을 즐기면 그 모든 것이 심신을 충전시켜 준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광고카피에 우리나라 CEO들은 얼마나 가슴이 찡했을까?

가족과 함께, 친구와 함께, 도시를 떠나서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바로 나의 여름휴가다. 특별한 프로그램을 짜느라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

자연 속에는 수 만 가지 마술이 펼쳐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