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인 교육과 인적자원 관리로 동종업계 부러움을 사고 있는 제일모직. 이 회사가 론칭한 여성복 브랜드 르베이지 강남 신세계백화점 매장 전경.


1954년 설립된 제일모직. 이 회사는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계열사 중 유일하게 대표이사로 재직했을 만큼 강한 애착을 보였던 그룹의 모태기업이다.

이병철 회장은 창립 이후 지난 1971년까지 제일모직 대표이사로 재직했고 이후에도 지난 1987년 별세 전까지 제일모직 등기이사로 등재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다. 그룹 내에서도 ‘인재사관학교’로 통한다. 전통적으로 삼성그룹 임원 산실 역활도 톡톡히 해냈기 때문.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김인주 전 삼성전자 사장, 최도석 삼성카드 사장 등이 제일모직에서 첫출발했다.

요직을 거친 이들 모두가 제일모직 경리팀 출신으로 ‘제일모직 경리팀 사단’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또 구학서 신세계 부회장, 이승한 홈플러스 그룹회장,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유석렬 삼성토탈 사장, 김징완 삼성중공업 부회장 등 모두 셈하기 힘들 정도.

윤종용 부회장 체제 이후 현장과 영업 파트가, 이건희 회장 체제부터 기술 출신이 우대받는 등 최근의 추세 변화가 있지만 여전히 제일모직 출신들은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경영관리로 삼성 스타일의 기업문화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인재라는 평가가 많다.

인성+능력 겸비 인재사관학교
이러한 활약과 평가 때문일까? 제일모직 출신 임원들은 패션업계에서도 블루칩으로 통한다.

중견기업에서 호시탐탐 이들을 탐하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같은 패션 대기업에서도 끌어갈 정도로 이들의 주가가 높다.

업계에서는 패션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으로 관리체계를 만드는 데 적격인재로 보고 있다. 특히 패션은 사람이 하는 일인만큼 체계가 잡힌 제일모직 정책을 손쉽게 자사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인성 자체도 빼놓을 수 없다.

삼성 출신이다 보니 검증된 인재라는 인식이 있다는 소리. 사정이 이쯤 되니 인재 수요가 많은 것도 어찌 보면 당연지사다.

실제로 제일모직 출신으로 현직에서 물러난 임원들이 경쟁 업체로 넘어가 대표이사로 활동하기도 하고 중견기업에 승선해 브랜드를 키우며 맹활약하고도 있다.

경쟁 업체 CEO로 활약하는 경우는 정세혁 두산의류 BG 대표(BG장)가 대표적인 케이스. 빈폴로 대표되는 제일모직 캐주얼 브랜드에 폴로를 앞세워 바로 맞서고 있기 때문.

지난 1981년 제일모직에 입사해 2000년까지 근무한 정 대표는 특히 여성복 사업부장을 맡으며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 2003년 11월 폴로 상무로 두산에 합류한 뒤 폴로 수익성 개선과 매출 확대에 일등공신으로 인정받고 있다.

두산 ‘폴로’ 등 경쟁사로 스카우트도
중견기업으로 스카우트된 사례도 많다. 빈폴을 지금의 반석 위에 올려놨다고 평가받는 송문영 부사장은 지난 4월16일부터 동일레나운으로 출근하고 있다.

부사장 전문경영인으로 변신한 그는 22년간 제일모직에 근무해 업계에서 잔뼈가 굵다.

2000년에 상무로 별을 달고 2005년 퇴직 시까지 의류부분 관리, 전략기획 파트장, 빈폴 사업부 총괄임원 등으로 활약했다.

특히 빈폴 라인 확장을 진두지휘해 여성, 골프, 키즈, 액세서리 라인을 론칭한 성장기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3월1일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 고문에서 라코스테(동일드방레) 부사장으로 직함을 바꾼 이선효 부사장은 제일모직과 합쳐진 삼성물산 남성복 MD 출신.

2002년 3월 제일모직 수석부장으로 퇴직해 신세계 인터내셔날 상무로 영입된 바 있다. 이 회사에서 SPA브랜드 ‘갭’과 ‘바나나리퍼블릭’ 론칭을 주도했다.

중견기업에 앞선 노하우·기법 전파
1981년 제일모직에 입사한 이흥수 에스깔리에 부사장은 후부 브랜드 매니저를 거쳐 지금은 없어진 골프 브랜드 아스트라의 임원을 맡은 바 있다.

2005년 마리오 패션부분 총괄로 활약했으며 기존 사업 재정비나 성장동력 발굴에 발군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인디에프 트루젠 사업부에서 근무 중인 김규목 상무는 제일모직 영업만 15년 이상 경험한 영업·기획통. 특히 엠비오, 로가디스 등 남성캐릭터정장 부분 상무로서 업무능력을 인정받아 왔었다.

인재들이 빠져 나가기만 할까? 물론 그렇지 않다. 제일모직은 최고 전문인력을 모셔오는 데 소홀함이 없다.

오히려 S급 인재를 찾아나선다고 표현하는 게 맞다. 지난해 말 로레알에서 영입한 ‘알파우먼’ 정화경 상무가 그런 케이스.

이서현 상무 등장 후 인재 대거 영입
이탈리아식 복한편집매장 ‘10꼬르소꼬모’를 담당하고 있는 정 상무는 로레알에서 아시아 여성으로는 최초로 브랜드 총괄매니저에 오른 입지전적인 여성.

지난 2007년 출시된 ‘케라스킨’과 ‘슈우에무라’ 헤어라인의 럭셔리 코스메틱 브랜드의 총괄매니저를 맡으며 15명의 총괄매니저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박창근 빈폴 컴퍼니장(전무)도 일본 리바이스 지사장으로 활동하다가 제일모직으로 스카우트된 사례.

리바이스 코리아 재직 당시 국내 데님 마켓 석권은 물론 300%대를 넘어서는 신장률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리바이스재팬 사장으로 발탁됐었다. 빈폴 수준 업그레이드에 큰 힘을 실었다는 평가.

디자이너 영입에도 적극적이다. 2007년 빈폴에 입사한 방미애 상무는 여성복 전문 디렉터 출신.

정확한 분석력과 순발력을 겸비했다는 평가가 많고 특히 여성복을 비롯 스포츠, 데님 등 다양한 영역과 접목해 탁월한 감각을 지녔다는 게 주변의 시각이다.

김성배 기자 sbki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