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야? 모니터야?

‘TV인가, 모니터인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LED TV를 놓고 가장 설전을 벌이고 있는 사항이다. 삼성전자는 LG전자가 채택한 미디어박스가 TV본체를 무선으로 연결해 방송을 보는 방식이기 때문에 TV수상기가 아닌 ‘모니터’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LG 제품에는 신호를 송수신하는 ‘TV튜너’가 내장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전기용품 안전관리법에 의한 명칭표시에서 LG제품은 모니터(사진 위 오른쪽)로 명기돼 있다.

사실 TV튜너 내장 여부가 LED TV 두께 경쟁의 핵심일 수 있다.

삼성은 TV수상기 속에 튜너를 넣은 일체형 제품이며, LG는 별도의 무선 미디어박스에 넣은 외장형이다. 쉽게 말해 TV의 볼륨과 채널 조정 등 기능을 삼성제품은 TV본체에서 해주고 LG는 외장형 미디어박스에서 해준다.

전파 수신장치인 튜너를 내장한 삼성은 29.9mm에 불과한 데 비해 LG는 TV튜너가 빠진 상태로 37.5mm에 달해 튜너를 장착하면 40mm를 훌쩍 뛰어넘어설 수 있다는 계산이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공격에 LG전자는 TV튜너를 장착할 경우 문어발처럼 치렁치렁하게 늘어진 케이블이 미관상 좋지 않기 때문에 TV튜너를 외부로 빼 무선데이터를 송수신하는 ‘미디어박스’라는 장치를 추가했다고 설명한다.

TV에 연결하는 각종 기기들, 예를 들어 DVD 플레이어·게임기·셋톱박스 등은 모두 이 미디어박스에 연결하고 외부 장치들에서 나오는 신호를 무선으로 TV 본체에 전송해 이용자에게 영상을 보여주는 식이다.

미디어박스는 HDMI는 물론 컴포넌트, 컴포지트 등 다양한 연결 포트를 제공하고 USB 포트도 지원한다. LG가 선보인 미디어박스는 기존의 무선 TV가 신호의 방해에 민감했던 것을 상당 부분 해결했다.

LG LED는 미디어박스와 TV 본체간 신호손상으로 잦은 오류가 발생한다.

무압축, 무손실 기능 외에도 신호를 보낼 때 무언가 전송을 방해한다면 자동으로 장애물을 피해 또 다른 전송 경로를 찾아내기 때문에 신호가 손상되는 일이 없다는 게 LG 측의 설명이다.

LG 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실제 미디어박스 앞에서 서 있기만 하더라도 “신호 없음” 또는 “미디어박스와 연결 중입니다”라는 메시지(사진)가 뜨면서 작동이 멈춘다.
오류가 발생되면 신호를 다시 찾기까지 적게는 몇 분에서 많게는 몇 십 분까지 걸려 사용자들에게 짜증을 유발하게 한다.

LG가 직영하는 하이프라자 관계자는 “고객들이 방문해 제품을 설명하다가 신호를 제대로 인식 못해 고장 난 TV로 오인하기도 한다”며 “뚜렷한 이유를 몰라 다시 재부팅하기가 일쑤”라고 말했다.
이는 신호의 직진성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디지털방송은 대부분 주파수가 높은 대역의 신호를 채용하고 있는데 직진성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건물이나 산이 가로막고 있으면 수신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집안에서 미디어박스를 TV의 맞은편에 위치시키고 이용자가 중간에서 이동할 때 발생한다는 점이다. 신호를 중간에서 막게 되면 TV와 미디어박스 간 인식이 어렵게 돼 오류가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오류는 일반 TV 제품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오류가 아닐 수 없다. 사용자의 편리성과 인테리어를 고려한 제품이긴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 불편을 겪는다면 신속한 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방통위, “LG LED는 모니터”

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전파연구소와 지식경제부 소속인 기술표준원 등 관계 기관에서는 “튜너가 내장되지 않은 제품은 모니터”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들 기관들은 TV인지 모니터인지 구분하는 기준이 사실상 TV 전파를 수신하는 튜너의 내장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는 의견이며, LG의 미디어박스가 모니터를 연결하는 셋톱박스의 기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LG LED TV를 모니터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러한 이유로 LG 제품은 ‘모니터’로 인증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조윤성 기자 coo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