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속 세포가 되살아나는 곳, 공기마을 편백 숲

밤낮의 일교차가 10℃가 넘는 가을날, 유독 숲 속의 아침은 늦게 시작한다. 평일이나 주말이나 공기마을 편백 숲을 찾는 이의 발걸음은 쉼 없이 이어진다. 저마다 각박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픈 간절한 마음에 삼삼오오 짝을 지어 오솔길로 접어든다. “도랑을 건너 숲길로 가도 좋고, 임도를 따라 곧장 걸어가도 좋 아요. 그런데 이왕이면 숲길로 가세요.” 입구에서 편백 베개를 파는 주인장의 안내에 따라 숲길로 들어서니 휴양림에서 볼 수 없는 원시림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름도 예쁜 공기마을 편백 숲은 10만 그루에 이르는 나무들이 키 자랑이라도 하듯 하늘로 목을 길게 뽑고 있다. 자칫 나무 무리에서 뒤처진 녀석은 햇볕 을 받지 못해 발육이 부진하다. 빼곡한 숲 속에 들어서면 몸이 먼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공기 가 좋다. 편백에서 뿜어내는 피톤치드 덕분이다. 스트레스 해소 와 아토피 등 피부염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숲 속에 는 간단한 풍욕을 즐길 수 있도록 터를 다져놨다. 개중에는 인 근 민박집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오랫동안 이곳에서 장기 요양 을 하는 이도 있다. 사랑을 키워가는 젊은 연인, 반백 년을 살아 온 노부부, 삼대가 함께 돗자리에 누워 편백 지붕을 올려다보는 가족 등 이곳을 찾는 이의 모습은 다양하다. 숲이 울창해서 한낮에도 햇빛이 들지 않아 여름에 찾는 이가 많다. 선선한 가을날에는 담요를 준비해 보온에 신경을 쓰는 것이 좋겠다. 돌밭 치유의 숲을 지나면 평탄한 능선 오솔길이 이어진다. 양옆으로 편백이 촘촘히 이웃하고 있어 느리게 걷기 에 제격이다. 등산코스를 가지 않아도 충분히 자연과 교감할 수 있어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이나 임산부들에게도 여유 있는 산책코스다. 바쁜 걸음으로 걷는다면 한 시간 정도면 충분하겠 지만, 이곳에서는 바깥일을 잠시 접어두는 게 좋을 터. 삶의 여 유를 즐기고 몸속 세포까지 이완시켜주는 치유의 산책을 즐겨 볼 때다.

거친 자연 그대로의 음식이 좋아, 와일드푸드 축제

완주 고산자영휴양림에서 열린 ‘완주 와일드푸드 축제’로 자리 를 옮겨보자. 지난 10월 12일부터 14일까지 열린 축제에는 지금 은 혐오식품쯤으로 치부해버리는 개구리 뒷다리 구이와 메뚜기 볶음 등 향수를 자극하는 추억의 먹을거리가 가득했다. 난생 처 음 보는 음식을 놓고 아이들은 호기심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표 정이다. 자연 속에서 맛을 찾아내는 야생음식들은 이곳 축제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풍경이다. 그중에서 완주군 창포마을의 감자삼 굿이란 요리법 시연장에는 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줄 서기에 여 념이 없었다. 요리법은 이렇다. 우선 땅에 구덩이를 파고 그 위 에 철근을 올린다. 철근 위에 돌을 올리고 불을 지펴 돌을 뜨겁 게 달군다. 돌이 충분히 달궈지면 철근을 빼내고 감자, 고구마,옥수수 등을 넣고 그 위에 쑥, 솔잎 등을 덮고 다시 열이 빠져나 가지 못하도록 황토를 덮어서 익히는 방법이다. 완주군에서 맛볼 수 있는 독특한 와일드푸드의 공통점은 바로 ‘건강 먹을거리’라는 점. 거친 듯하지만, 자연의 것을 원하는 우 리 몸에 가장 적합한 음식이다.

천 년을 이어온 한지의 매력은 자연이다

전주에서 완주 소양면 방면으로 가다 보면 대승 한지마을에 도 착한다. 이곳은 고려시대부터 한지생산지로 명성이 높았는데 최근 한지제작 체험 행사를 운영하면서 가족여행자들이 부쩍 많이 찾고 있다. 한지의 제조과정은 단순해 보인다. 하지만, 끊임없는 손길을 요 구하는 고된 작업이다. 원료가 되는 닥나무를 재배하고, 수확하 여 큰 찜통에서 껍질이 잘 벗겨지도록 오랜 시간 삶아야 한다. 이후 닥나무 껍질을 벗겨 물에 불린 다음 흑피를 제거하고 잡티 와 불순물을 일일이 손으로 골라내야 한다. 손질이 끝나면 본격 적인 종이 뜨기 작업을 하는데 닥섬유와 물이 잘 결합하도록 무 거운 발을 좌우로 수차례 흔들어 줘야 한다. 30년 이상 한지를 만든 작업자도 이 과정에서 허리가 끊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낀 다고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젖은 종이를 잘 편 뒤 비로 쓸어 가며 천천히 고르게 말려야 비로소 한 장의 종이가 완성된다. 이곳에서는 한지제작 체험 외에도 한지로 만든 다양한 제품들 을 전시하는 전시관을 둘러보고, 부채, 닥종이 신발 등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함께 진행된다.

사람이 만드는 빵, 사람을 만드는 빵

건강한 빵과 쿠키를 만드는 곳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카페 ‘더 린’을 찾았다. 고산고등학교 옆이란 말에 완주읍내에 있겠지 했 는데 실상은 논밭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있다. 이 카페는 도시 의 여느 카페와 달리 손님들로 붐비지 않고 낯선 손님들이 찾 지도 않는다.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 것 같은 이웃 아주머니들 과 아이들이 쿠키 한 접시와 차를 놓고 따뜻한 볕을 받으며 도 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다. 이곳 쿠키는 시판되는 쿠키와 달리 상당히 부드럽다.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으니 분명히 몸 이 더 좋아하는 맛일 게다. 생김새 역시 투박하다. 카페 운영자 들은 몸이 좋아하는 빵을 만들려고 매일같이 의견을 주고받는 다.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의술로도 고치지 못한다는 말 처럼 음식이 중요하기에 카페 더 린의 빵은 건강을 원칙으로 한 다. 지역의 로컬푸드 매장과 시니어클럽 등에서 건강한 빵과 쿠키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본 기사는 건강보험 제 2012.11월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