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퀸스의 주택 세일.


경기침체 영향으로 집값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미국 부동산. 미국 부동산은 현재 가격이 하락한 것은 물론이고 거래도 급감하는 바람에 매수자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집주인들이 적지 않다.

특히 비용부담을 고려하는 실용적인 구매자들이 늘어나면서 가격이 저렴한 작은 집은 거래 성사가 비교적 잘 이뤄지고 있지만 면적이 넓은 고가주택들의 거래 감소와 가격 급락현상은 더욱 심각해졌다.

부동산 임대시장도 마찬가지로 된서리를 맞았다. 특히 LA에서는 임대주택 공실률은 높아지고 임대료는 하락하는 상황에 주택 소유주들이 상당한 출혈을 감수하며 임차인들과의 계약 협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처럼 판매도 안 되고 임대도 잘 이뤄지지 않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올 상반기 일부 주택소유주들은 문제해결을 위해 참신하면서도 파격적인 판매 마케팅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최근 미국의 고급 아파트시장에서 유행하는 마케팅은 ‘임차 후 매입(Rent to Buy)’이다.

이 마케팅은 매수결정을 망설이는 수요자들을 대상으로 보통 1년 정도를 임차기간으로 잡아서 이뤄진다.

매물로 나온 집에서 임차료를 지불하며 살아본 후, 기간이 끝나는 시기에 매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마케팅의 요지이다.

임차기간을 거쳐 집을 사기로 결정한 수요자는 기간 중 냈던 임차료가 모두 계약금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주택가격에서 계약금을 차감한 나머지 금액만 지불하면 매입이 가능하다.

여기에 더하여 집주인들은 매수유도책으로 1년 임차기간 중 2개월은 무료로 하는 인센티브를 실시해 수요자들의 임차료 부담을 덜어주며 고객을 잡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고가의 부동산이다 보니 집을 매입하려던 사람들도 결정하는데 있어 신중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일단 주택에 거주하면서 매입 결정을 늦출 수 있도록 해서 고객의 매입부담을 덜어준다는 평가이다.

실업률이 높아진 미국 사회. 자동차 판매시장에서 현대자동차의 ‘실직자 마케팅’이 성공을 거두자 최근 미국 시장의 여러 분야에서 ‘실직자 마케팅’이 등장하고 있다.

주택시장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 4월 캘리포니아부동산중개협회(CAR)는 직장을 잃은 고객의 할부금을 대신 내주는 ‘실직자 마케팅’을 실시했다.

신규 고객이 직장을 잃게 되면 최대 6개월에 걸쳐 한 달에 최고 1500달러의 할부금을 지원해 주는 것이 그 내용이다.

마케팅의 대상은 캘리포니아 중개인을 통해 처음으로 주택을 구입한 사람으로, 자영업자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제품을 사면 무언가를 끼워주는 ‘덤 마케팅’도 부동산시장에서 활발히 이용됐다. 부동산 판매자들은 평면TV, 각종 가구들은 물론이고 주택소유자협회 회비를 선납해 준다든지, 무료주차권 등을 주면서 수요자들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플로리다의 한 부동산 투자자는 집을 구입하는 사람에게 시가 2만~5만달러(약 3000만~6000만원)의 롤스로이스 자동차를 사은품으로 준다며 집을 내놨다. 매물로 내놓은 집은 올랜도 시내에 위치한 70만달러(약 8억6000만원) 상당의 4층 주택이다.

이미 ‘구매자의 시장’이 되어버린 미국에서는 자동차뿐 아니라 보트처럼 값비싼 물건들까지 주택판매 시의 끼워주기 상품으로 등장했다.

경기침체로 빈 집이 늘어난 미국에서는 ‘빈집 거주 관리업’이라는 이색업종도 생겼다.

집이 팔릴 때까지 빈 집에서 생활하면서 집 보러 오는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집안을 안락하고 아름답게 꾸미는 업무이다.

이재훈 기자 hun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