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원 엠넷미디어 대표
■ 경기도 고양 출생으로 한국외대 신문방송학 석사와 미국 보스턴대 영화·방송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WABU-TV, 삼성영상사업단 방송사업본부, 야후코리아, 두루넷, CJ 경영전략실을 거쳐 지난 2006년부터 엠넷미디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불끈운동본부 공동 본부장도 겸하고 있다.

“이것은 상품을 넘어 하나의 종교이다.”
요란스런 복장에 광적인 폭음을 내며 무리지어 다니는 할리데이비슨 마니아, 일명 호그(H.O.G., Harley Owners Gro-up)족들이 있다.

단순한 소비를 넘어 종교 그 이상의 충성도를 끌어내는 컬트 브랜드의 대표 케이스인 할리데이비슨은 변화무쌍한 경제위기 속에 많은 기업들이 주목하는 성공 사례로 꼽힌다.

스스로 동호회를 만들고 그들만의 문화를 형성해 브랜드 가치를 쌓아가는 적극적인 참여형 소비자들은 이처럼 상품과의 강력한 유대관계를 형성한다.

내로라하는 명품 브랜드들이 앞다퉈 이들의 행동 성향을 분석하려는 이유가 바로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 신종 문화의 힘 때문이다.

필자가 주목하는 여기서의 ‘신종 문화’란 자발적인 행동의 확산을 필수 조건으로 수반한다.

앞으로 기업은 소비자들이 뭉칠 수 있는 놀이터를 제공하고 단순히 판매 행위의 대상이 아니라 기업과의 동지적 친근함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래서 감성을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대중문화 산업에서 예를 하나 들어보면, 숱한 화제 속에 시즌 8까지 제작된 〈아메리칸 아이돌〉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여기서의 모토인 ‘팝 아이돌’은 그야말로 ‘참여 문화’의 성공작이다. 〈아메리칸 아이돌〉은 스웨덴, 싱가포르, 필리핀 등 약 42개국에 유사 포맷의 프로그램으로 전파되어 캐리 언더우드나 제니퍼 허드슨, 켈리 클락슨과 같은 슈퍼스타를 탄생시켰고 이로 말미암은 세계 음악시장에서의 영향력은 가공할만한 수준이다.

또한 이 아이돌 시리즈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그치지 않고 월트디즈니랜드의 뮤직 스테이지 설립, 음반 수입, 해외 판권, 관광사업 등으로 파급되었다.

무명의 시골소녀에서 일약 스타덤에 떠오른 캐리 언더우드의 경우 지난해 수입만 1400만달러(약 173억원)라고 하니 〈아메리칸 아이돌〉은 가히 문화 콘텐츠의 산실이라고 하겠다.

많은 국가에서 아이돌 포맷이 히트를 친 반면 한국에서의 ‘참여형’ 콘텐츠는 빛을 보지 못했다.

적은 인구, 관망과 감상형 위주의 콘텐츠, 오디션 참여에 대한 소극적인 반응을 원인으로 얘기해 왔으나 실제로는 한국 특성에 맞는 콘텐츠가 기획되지 않았던 것이 문제라고 본다.

그러나 최근 새로이 출범한 〈대국민 오디션 슈퍼스타 K〉라는 프로젝트가 주목을 끌고 있다.

특정 연령에 한정되기보다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끌어안겠다는 모토로 전국 각지를 찾아 다닌 예선전, 총 71만여명의 지원자라는 진기록도 세웠다.

열화와 같은 국민 성원은 한 명의 스타 탄생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이야깃거리와 콘텐츠를 생산하는 ‘신종 문화’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또한 한국을 뜻하는 K를 넘어 일본 슈퍼스타J, 태국 슈퍼스타T, 중국 슈퍼스타C 등 아시아로까지 콘텐츠의 영역을 확장시킨다고 하니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21세기 문화 중심시대에서 소비자는 더 이상 단순한 상품 소모자가 아니다. 자신들이 주인이 되어 상품에 가치를 부여하고 가꿔가며 스스로 브랜드를 키워나간다.

그래서 대중들과 소통할 창구와 그들만을 위한 놀이터가 제공되는 큰 틀에서의 ‘신종 문화사업’이 중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