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우리의 피부는 몇 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크게는 표피와 진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리고표피의 가장 바깥쪽에는 각질층이라고 부르는 층이 존재합니다. 이 각질층은 세포핵이 사라진, 즉 죽은 세포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때'라고 부르는 것은 따부의 가장 바깥층인 각질층의 탈락한 세포들과 피부의 분비물, 그리고 먼지들이 합쳐 있는 것입니다. 때를 이루는 분비물들은 땀과 피부에서 나오는 기름과 같은 것들입니다.

때(각질)와 붙어 있는 각질층, 피부를 보호하고 수분 유지 역할

때가 붙어 있는 각질층은 그 나름대로 독특한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외부의 세균이나 해로운 물질로부터 방어하는 기능과 피부의 수분을 보호하는 기능입니다. 각질층은 죽은 세포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질층 아래의 피부 세포들에서 만들어져서 차츰차츰 피부 표면으로 올라오고, 가장 표면에 올라온 각질들은 떨어져 나가게 됩니다. 이렇게 떨어져 나온 각질들이 피부 분비물과 먼지와 합쳐 때가 됩니다. 각질층은 피부 세포들에서 각질로 만들어질 때 독특한 변화를 겪어서 세포 간에 좀 더 단단하게 연결되게 되고, 그래서 외부로부터의 방어벽 역할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때를 밀다 각질층도 벗겨지기에 비누칠만으로 충분하다

때를 밀면 탈락한 각질과 분비물만을 벗겨 내는 것이 아니라, 각질층 자체를 벗겨 내게 되고, 더 심한 경우에는 각질층 밑에 살아 있는 세포까지 벗겨 낼 수도 있습니다. 때를 벗겨 내면 각질층 밑의 모세혈관이 풍부한 피부가 드러나게 됨으로써, 혈색이 좋고 깨끗해 보일 수 있습니다만, 피부가 정상적인 상태에서 손상을 입은 상태가 되어서 외부의 세균이나 나쁜 물질 또 습도로부터의 방어벽이 해제된 피부가 되는 것이지요. 이 때문에 피부가 세균에 감염되거나 나쁜 물질에 상하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지만 보습이 안 되어서 피부가 건조한 상태가 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습니다.대개 각질층을 손상시키지 않고, 때만을 제거하려면 반드시 때를 밀 필요는 없습니다. 먼지와 분비물과 같은 것들은 대개 부드러운 비누칠만으로도 충분히 벗겨지고, 각질층에서 떨어져 나온 세포는 한 달에 한두 번씩 계속 교체가 됩니다. 때를 미는 것과 비슷하게 '피부를 불리기' 위해서 뜨거운 탕에 오래 앉아 있는 것도 비슷하게 각질층을 떨어져 나가게 할 수 있습니다. 대개 미지근한 탕에 15분 이내 정도 앉아 계시는 것이 적당하지요.

 34사실 이 이야기는 이번 원고를 부탁받으면서 처음 듣게 된 질문입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았더니, 이와 비슷한 얘기가 상당히 많이 있더군요. 예를 들면 '임신 중에 국수나 흰쌀을 먹으면 아기 피부가 하얘진다'와 같은 속설도 보게 되었습니다. 구약성경에 얼룩덜룩한 나뭇가지를 보면서 새끼를 배게 된 양들이 얼룩 양을 낳게 된다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와 비슷한 얘기라는 느낌이 듭니다. 태어난 아이의 피부색이 임신 중 산모의 어떤 행동(무엇인가를 먹거나 보거나)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이야기는 잘못된 속설입니다. 피부색은 그런 방식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피부는 기본적으로 흰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피부의 모세혈관에 혈색이 돌게 되면서 피부는 약간의 핑크빛을 띄게 됩니다. 여기까지는 사람마다 피부색의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데, 사람마다 피부색이 달라지는 이유는 피부의 멜라닌 색소 때문입니다.

피부색을 결정하는 요인은 멜라닌과 자외선

멜라닌은 짙은 갈색의 색소이고, 우리 피부 속의 멜라닌 세포에서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우리 몸의 멜라닌 색소의 종류나 양은 여러 가지의 유전자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따라서 피부색은 선천적으로 결정됩니다. 유전적인 것 외에 피부색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은 햇빛입니다. 또한, 피부색을 결정짓는 거의 유일한 후천적 요인이라고 보아도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잘 아는 바와 같이 햇빛에 노출되는 것은 우리의 피부색을 짙어지게 만듭니다. 물론 검어진다기보다는 갈색이 되지요. 피부가 짙어지는 것은 지나친 햇빛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적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람의 피부에 털이 없어지면서 뒤따라 생긴 변화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털이 많이 있어서 햇빛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해 주었는데, 털이 없어지면서 멜라닌 색소가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된 것이지요. 임신 중 우유나 커피가 아이의 피부색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아기가 태어나기 전의 일이라 태어난 후의 햇빛 노출과는 관계가 없으니, 우유나 커피가 아기의 멜라닌 세포나 색소를 만드는 것을 조절하는 유전자에 영향을 주어야 할 텐데 현재까지 그런 근거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가 과학적으로 그럴 듯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임신중 우유나 커피의 섭취가 아기의 피부색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본 기사는 건강보험 제 2012.1월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