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에르미타주 박물관 한국어 작품안내 서비스
루브르 이어 두 번째…11월에는 영국 대영 박물관에도


고갱의 〈과일을 쥔 여자〉, 세잔의 〈담배를 피우는 남자〉, 고흐의 〈아를의 여인들〉, 피카소의 〈부채를 든 여인〉 등의 세계적 미술가 작품의 감동을 이제 우리나라 말로 느낄 수 있게 됐다.

대한항공이 최근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재취항하면서 지난해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이어 세계 3대 박물관의 하나인 에르미타주 박물관에도 한국어 작품안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동안 자국어인 러시아어를 비롯해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등 서양어 6개 언어에 대해서만 작품안내가 제공됐는데 동양어 중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어가 추가되면서 전 세계 7개 언어가 서비스되게 됐다.

대한항공 후원으로 본격 서비스되는 한국어 작품안내 서비스는 에르미타주에 울려퍼지는 최초의 동양어로 한국어의 높아진 위상을 세계인들에게 알리게 됐다. 우리나라보다 관광객 비중이 높은 중국,

일본보다 앞서 한국어 안내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점에서 한국인 관람객뿐 아니라 러시아 한인 동포들에게까지 민족적 자긍심을 높이게 됐다.

대한항공이 이역만리 떨어진 해외 명소에서 후원활동을 벌이는 것은 국민들의 자긍심을 높여주는 국적항공사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다.

여행객들이 자주 찾는 유명 박물관에 한국어 안내 서비스를 이용하는 우리나라 국민들은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우리 국민들도 에르미타주에서 한국어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세계 문화유산을 깊이 있게 이해하면서 즐길 수 있게 됐다”며 “대한항공 후원으로 에르미타주는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세계인들에게 보다 친근하고 쉽게 다가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조양호 회장은 “이곳을 찾는 한국 관광객들은 자국어 안내가 없어 예술품에 대한 감동을 충분히 느끼지 못했다”면서 “새롭게 서비스되는 멀티미디어 가이드는 우리 국민들의 문화 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랑스러워했다.

지난해 2월 시작한 루브르 박물관의 멀티미디어 가이드 이용객은 서비스 개시 1년 만에 33만3800명을 돌파한 것을 감안하면 에르미타주 박물관을 찾는 한국 관광객에게도 많은 인기를 기록할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한국 관광객들의 인기에 힘입어 오는 11월에는 영국의 대영 박물관에서도 한국어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조양호 회장 “우리말 우수성 세계에 알리겠다”
대한항공은 한국어 안내 서비스가 아직 제공되지 않는 세계적인 박물관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우리말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국민적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일에 더욱 힘써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항공사로서의 위상을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루브르, 에르미타주, 대영 박물관은 이름만으로도 유명한 세계적인 문화유산들이 숨 쉬고 있는 인류 문화의 보고(寶庫)로 세계 역사의 숨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 세계적인 박물관에 대한 대한항공의 한국어 안내 서비스와 멀티미디어 가이드 후원은 이곳들을 찾는 전 세계 관람객들에게 문화적 감동과 글로벌 역사를 생생하게 체험케 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격조 높은 글로벌 문화예술 사업으로 글로벌 문화유산을 세계인들에게 널리 알리는 한편 문화를 통한 전 세계인과의 공감대를 확산하고 국가 간 거리감을 좁히는 역할로서도 큰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한항공은 앞으로도 한국어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세계 유명 박물관에 한국어 안내 서비스를 넓혀나갈 예정이며, 글로벌 문화전령사로서 국내외에 지속적인 문화활동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올해 말부터는 영국 런던의 대영 박물관에도 첨단 개인휴대단말기(PDA)를 통한 한국어 작품 안내 서비스를 후원할 계획에 있다.

이로써 한국어는 대한항공의 후원으로 루브르 박물관, 에르미타주에 이어 세계 3대 박물관에서 전 세계인들과 만나게 되는 기쁨을 누리게 됐다.

어! 손숙, 김성주 등 낯익은 목소리 들리네
한국어 안내 서비스를 받으려면 박물관 정문 입구에서 300루블(약 10달러)에 멀티미디어 가이드 기기를 빌려야 한다.

관광객이 넘쳐나는 데다 352개 작품을 몇 시간 만에 전부 소화하기에 역부족이고 가이드의 설명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에르미타주를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들은 관광 가이드로부터 작품설명을 듣거나 관광 가이드가 없는 경우 눈으로만 구경해야 했다.

3층 전시실에 들어서자 우리에게 낯익은 이름의 화가의 작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고갱의 〈과일을 쥔 여자〉, 세잔의 〈파이프를 문 남자〉, 고흐의 〈아를의 여인들〉, 피카소의 〈부채를 든 여인〉 등.

〈과일을 쥔 여자〉 앞에 서서 해당 작품의 번호를 누르자 곧바로 연극인 손숙 씨의 낭랑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화가가 그림을 그린 의도나 특징, 미술 사조 등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그림을 이해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또 세잔의 작품 〈파이프를 문 남자〉의 번호를 누르자 방송인 김성주 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한국어 안내 서비스가 시작되면서 한결 여유로우면서도 기억에 남는 박물관 관람이 가능해진 것이다.

작품 설명에 대한 번역은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 한국어학과 크루바노프 교수 및 국어 교열 전문가인 김태현 씨가 참여했으며, 내용 감수는 프쉬킨 박물관 전시 기획자 강희경 씨 및 고양문화재단 전시 기획가 정준모 교수 등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하여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조윤성 기자 coo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