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전문가 칼럼 | 주목! 이 트렌드

올 한해 도서출판 업계를 이끌 화두는 무엇일까. 문학작품을 소재로 한 영화의 흥행으로 해당 문학 작품이 또 한 번 각광받는 경향은 지난해에 이어 계속 될 것으로 예상된다. 흥미로운 점은 전자책(e북)을 기반으로 한 성인 및 로맨틱 소설이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며 큰 인기를 누릴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상영되고 있는 영화 가운데 최고의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 ‘레미제라블’이다. 대선 이후 야권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에게 ‘힐링’(치유) 영화로 각광받으며 뮤지컬 영화 최초로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하지만 영화의 흥행 덕분에 진짜 힐링을 받은 곳은 다름 아닌 출판업계다. 최근 <레미제라블> 원작 소설 판매가 15만 부를 돌파했기 때문이다.

여러 언론에서 앞다퉈 영화와 함께 원작을 소개했고 공중파 방송에서도 레미제라블 원작을 소재로 다루기도 했다. 레미제라블 외에 영화 ‘호빗, 뜻밖의 여정’이나 배두나가 주요 배역으로 출연하며 화제가 되고 있는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동명의 원작들도 베스트셀러에 진입하며 출판업계에 희소식이 되기도 했다.

이처럼 문학 작품을 소재로 한 영화의 흥행으로 다시 문학 작품이 각광받는 경향은 올해도 계속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 문학작품을 영화로 옮긴 작품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서다.  대표적으로 개봉을 앞두고 있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위대한 개츠비>와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의 <안나 카레니나>를 들 수 있다. 실제로 출판업계는 영화에 맞춰 대대적인 홍보를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영화가 성공을 거둬 침체된 출판시장에 단비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올해 도서시장에서 예상되는 또 하나의 주요한 변화는 전자책(e북)을 기반으로 한 성인, 로맨틱 소설, 베스트셀러로의 시장 확대다. 지난해 한국 전자출판계에 획기적인 사건이 있었다.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e북 베스트셀러를 휩쓴 것이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19세 이용 불가의 성인 도서로 책의 특성상 대중교통이나 공공장소에서 읽기가 쉽지 않다.

표지만 봐도 어떤 책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e북으로 읽게 되면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e북 수요가 이상하리만큼 높았다고 추정되는 이유다. 실제로 인터넷서점 YES24의 e북 베스트셀러 순위 상위권에 영화화된 <은교>나 <섹스의 재발견 벗겨봐> 등이 올라가 있는 것을 보면 꽤 합리적인 추측이라 생각된다.

2013년 어린이 도서시장의 경우 ‘초등(학생용) 도서의 위축’과 ‘영어교재의 확대’로 표현할 수 있겠다. 초등 도서 시장은 선행학습과 방과후 수업 확대에 따라 학습지와 참고서를 제외한 일반 단행본의 전망이 밝지 않다. 독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초등생 저학년(1~2학년)을 제외하고는 아이들이 학교 수업과 각종 과제, 선행학습을 따라 하기에도 물리적으로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독서에 쏟을 여력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올해도 초등 도서 시장은 여전히 어려움이 예상된다. 반면 영어교육 시장은 초등학교 이전부터 영어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높여주기 위해 부모들이 자발적으로 영어교육을 시작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기 때문에 올해에도 지속적으로 유치원 및  초등 영어에 대한 교육 수요는 꾸준하리라고 본다.

한편 지난 1월 9일 민주통합당 최재천 의원이 추진 중인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안이 이슈가 되고 있다. 주요 내용은 새로 발간된 책에 대해서 출간 후 18개월까지는 10% 할인만 가능하도록 한 것을 무기한으로 신·구간 구분 없이 10% 할인으로 제한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또한 도서 외에 잡지, 정기간행물 등 실용도서와 문제집을 포함한 참고서 등 종이로 인쇄되는 모든 매체에 대해서도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모든 도서와 인쇄매체들은 신·구간 공통 최대 10% 할인만 가능하기 때문에 출판계와 오프라인 서점들은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다고 반기고 있는 입장이고, 온라인 업계에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위축된 출판시장을 고사시키는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양측의 이해관계를 떠나 개정안이 통과되면 당장 독자들의 부담이 커지게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미국이나 프랑스, 영국은 자타 공인 세계에서 선진국으로 인정하는 국가다. 더불어 출판과 문화의 선진국이기도 하다. 한 국가에서 선진국에 진입하는 가장 마지막 단계가 출판과 문화의 꽃을 피우는 것이라고 볼 때, 아직 우리나라는 언급한 선진국들에 비해 경제 부분은 어느 정도까지 따라왔을지는 몰라도, 출판과 문화계에서는 아직 부족한 게 사실이다.

위에서 언급한 올해 출판계의 커다란 이슈들이, 관련 업종 종사자들 간의 이해관계와 대립을 키우기 보다는 이를 상호협력과 양보로 적극 활용해 우리나라가 출판문화 선진국이 되기 위한 밑거름이 되길 기대해 본다.

 

 

 

 

GS샵 에듀푸드팀 공보성 부장(도서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