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승부사로 정평 난 면모가 또다시 부각

IT업계의 승부사로 정평이 나 있는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 또한번 대형이슈를 일궈냈다.

세계최대 모바일반도체 업체인 퀄컴이 국내 휴대전화 제조사 팬택에 2300만 달러(한화 240억원) 투자하며 최대주주에 등극한 것. 퀄컴의 팬택 투자는 단순한 투자에서 벗어나 R&D(연구개발) 여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글로벌 사업 확대의 발판도 마련하게 됐다는 의미도 가지게 됐다. 퀄컴은 지난 2009년 팬택으로부터 받아야할 칩셋 로열티 7500만 달러를 출자전환해 한때 2대주주에 오른 바 있다.

퀄컴이 참여하는 방식은 유상증자로 환율에 따라 증자규모나 발행주식 규모도 달라질 수 있어 대주주인 산업은행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팬택의 최대주주는 산업은행, 농협 등으로 채권단으로 구성된 '주주협의회(48%)'로, 실질적인 경영권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박 부회장은 이번 유상증자에서 퀄컴의 참여로 경영권은 침해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내세웠고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양보도 이끌어 낸 것으로 알려졌다. 퀄컴에 대해 전략적 투자를 요청하고 산업은행과의 1대주주 자리 양보까지 이끌어내며 박 부회장은 다시 한번 승부사의 면모를 과시했다.

퀄컴이 글로벌 휴대전화 제조사의 1대 주주가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국내 주요 고객사인 팬택에 대한 전략적 지원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팬택으로선 글로벌기업 퀄컴 효과를 등에 업고 본격적인 해외시장 공략의 청신호를 켜게 됐다.

박병엽 부회장의 승부사다운 면모는 최근 들어 잇따라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박 부회장은 R&D를 통한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장부상의 흑자에 연연하지 않고 임직원들에게 “R&D에 전사적 역량을 쏟아 부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어려운 때일수록 내실을 다져야 향후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그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지난해에는 배수진을 치고 승부수를 띄웠다. 무기는 한 손에 잡히는 5.3인치 쿼드코어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 구도로 고착되고 있는 스마트폰시장에서 소비자 편의성을 강조한 혁신적인 신제품으로 맞붙어 끝장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팬택은 배터리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삼성전기와 공동으로 개발해 국내 제조사 중 처음으로 1300만화소 카메라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그의 승부수가 빛나는 순간이었다. ‘스카이’ 브랜드에서 ‘베가’로 옮겨간 전략을 통해 박 부회장은 “이젠 삼성과의 경쟁이다”라며 삼성전자에 선전포고를 했다. 박 부회장은 삼성전자에 기술력이나 제품의 수준은 밀리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계급장(브랜드)만 떼고 붙으면 우리가 이길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박 부회장은 팬택의 제품을 소개하면서 “고객과 시장의 명령을 담은 제품”이라며 “시장과 고객 앞에서 애플, 삼성전자와 당당히 겨뤄볼 생각”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자신감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박 부회장의 승부수가 글로벌 휴대폰 시장에서 어떻게 통할지 귀추가 주목받고 있다.

박 부회장은 위기 때마다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 2007년 팬택이 자금난에 처했을 때는 4000억원 규모의 개인 지분을 반납하고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후 2009년 스마트폰 시리우스를 내놓으며 보란 듯이 재기에 성공했다. 2011년에는 일부 채권단이 팬택의 워크아웃 졸업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자 사임 의사를 밝혀 조기 졸업까지 이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