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장 힘든 한 해를 보낸 업종을 꼽자면 증권사를 빼놓을 수 없다. 나아질 것이란 전망만 있을 뿐 대책은 없어 희망고문에 불과하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경제가 좋지 않아 주식시장 역시 지지부진해 브로커리지가 주요 매출인 증권사들이 실적 부진으로 휘청거리는 건 당연지사다.

하지만 최근 증권사들이 활기를 찾았다. 지난해 말 단행된 세법 개정 덕분이다. 물론 금융소득종합과세 하향 조정으로 자산가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지만 덕분에 증권사들은 먹을거리를 찾았다. 이에 매일 절세와 관련된 상품이 쏟아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취재도 쉽지 않다. 요즘 금융가의 이슈가 ‘종합과세를 피하기 위한 절세’다 보니 관련 내용을 취재차 아는 자산컨설턴트에게 연락을 해도 절세 관련 세미나를 위해 지방  순회중이라 잠잘 시간도 없다는 앓는 소리만 들려온다. 하지만 이런 호황을 바라만 봐야 하는 증권사도 있다.

얼마 전 만난 중소형증권사 홍보 담당자에게 “요즘 바빠서 집에도 잘 못 가겠네요”라고 우스갯소리를 하자 “그렇지 않다”는 답이 돌아왔다. 요지는 이렇다. 월지급식ELS나 유전펀드 등 절세 상품은 직접 내놓을 수 있어야 금융소득종합과세 하향 조정에 따른 수혜를 볼 텐데 자산운용사를 갖고 있지 않은 중소형사는 판매사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자산운용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고, 자산 컨설턴트나 세무사 등 자산관리에 필요한 충분한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몇몇 대형사들만이 이번 호황을 만끽하고 있다. 그들만의 축제인 것이다.

중소형사들이 ‘절세상품 호황’이라는 축제에 끼지 못하는 건 자본시장통합법에서 그 원인을 찾아 볼 수 있다. '자통법'이라고도 불리는 자본시장법은 2009년 대형 금융사 탄생을 목적으로 시행됐다. 이로 인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는 영역에 따른 벽이 사라져 증권사가 자산운용의 업무를, 자산운용사가 증권사 업무를 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시행 당시 자본시장통합법의 한계는 보지 못했다. 자통법의 장점이자 단점은 제조업과 금융업을 아우르는 거대 자본을 가진 거대 자본의 등장이다. 이를 통해 세계시장에서 국내 대형 금융사들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 반면 경쟁에서 뒤쳐진 중소형 금융사들이 경영난에 놓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는 자통법의 모델이 된 미국 금융시장에서 나타난 문제다. 그렇다고 대형사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 키우기에 성공한 것도 아니다.

다만 현재 시행되고 있는 자통법으로 새로운 먹을거리 찾기가 어려운 중소형사만 죽어나고 있다. 최근 소형 증권사가 매물로 나와도 인수합병에 성공하지 못한 것만 봐도 현재 구조의 문제점을 알 수 있다. 새로운 정부가 중소형기업 친화형 정부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증권시장에서도 중소형사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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