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file / 1981년 서울 생으로 캐나다 콴틀란(Kwantlen)대 경영학을 전공했다. 아하잉글리쉬와 SBS ‘TV 영어마을’ 메인강사로 활동했고 씨티은행 지점장, 태평양화학 이벤트팀, 경성대학교 교직원 등을 대상으로 영어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토익 900점인데 외국인과 만나면 다리가 후들거린다고요? 사기당한 겁니다.”
29세의 젊은 나이에 연봉 30억원을 받는다는 온라인 영어학원 시원스쿨(www.siwonschool.co.kr)의 CEO 겸 대표강사 이시원 씨. 그가 말하는 ‘대한민국 영어 무용지물론’의 핵심 내용이다.

운동이든, 공부든 10년을 공부하면 무언가 결실이 나오기 마련인데 정작 영어만큼은 10년을 배웠어도 원어민과 만났을 때 제대로 된 대화 한마디를 나눌 수 없는 것이 한국 교육의 현실.

이는 모두 교육당국으로부터 ‘사기’당한 결과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에 따라 그는 “지금 한국인에게 필요한 것은 ‘눈높이 영어교육’”이라며 “영어공부는 단 2개월이면 충분하다”는 ‘2개월 마스터론’을 내세운다.

“2개월이면 말문이 트일 겁니다. 문법적으로 짜임새 있고 완벽한 구조의 영어는 필요 없어요. 단어와 단어를 연결하면 문장이 되고 문장이 모이면 말이 되는데, 쉬운 단어를 연결해 문장을 만드는 법을 익히고 이를 무한 반복하면서 속도를 높이면 영어회화는 끝납니다.”

단기간에 마스터할 수 없는 게 영어이고, 한번쯤은 외국물(?)을 먹고 와야만 영어를 잘할 수 있다고 믿는 게 일반적인 정서. 그런 고정관념을 깨는 그의 영어강의 방식은 예컨대 이렇다.

“‘~래’는 뭐?”/ “Are you~?”/ “‘~먹을래’는 뭐?”/ “Are you eating~?” / “‘이거 먹을래’는 뭐?” / “Are you eating this?”

온라인 강의라 수강생들이 눈앞에 보이지 않지만 그는 이처럼 강의도중 묻고 또 묻는다.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그의 강의를 시청하는 수강생들은 처음엔 머뭇거리다가도 이내 그의 지시에 따라 자연스레 입을 실룩거릴 수밖에 없게 된다.

3년간 7만명 수강…장나라도 과외신청
이런 독특한 강의방식 덕분인지 지난 2005년 오픈한 시원스쿨에는 최근 3년 사이 7만여명의 수강생들이 몰려들었다.

왕초보와 중급의 두 레벨로 이뤄진 2개월 학습코스에 드는 수강료는 단돈 4만9000원. 복잡한 레벨과 고비용의 영어교육은 지양하겠다는 그의 철학이 담긴 탓이다.

‘쉬운 영어’를 표방하면서도 나름 재치있는 입담으로 ‘재미있는 영어’를 병행하는 그의 강의 스타일이 입소문을 타면서 최근에는 장나라나 우지원, 정두홍, 조원석, 이정, 이보영 등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도 그를 찾고 있다.

주로 노란색이나 빨간색 등의 원색 티셔츠를 입고 강의한다는 젊은 강사 이시원. 그가 받는 연봉 30억원은 20대의 젊은 나이치고는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하지만 오늘의 그를 만들었던 영어는 사실 ‘외톨이’를 벗어나기 위한 일종의 생존방식으로부터 비롯됐다.

공무원 부모 밑에서 자란 그는 중학교 졸업 후 아버지가 미국의 한 신학대에 진학하게 되면서 가족과 함께 미국과 가까운 캐나다(벤쿠버)로 떠났다.

갑작스럽게 이국 땅에 도착한 터라 고등학생이 되었지만 그가 캐나다인 친구들에게 할 수 있었던 영어는 고작 “My name is Lee Si Won”, “How are you”, “Hi” 정도가 전부. 그런 그에게 캐나다 학생들은 “한국이 어디에 있니?”, “한국에 맥도날드는 있어?”, “자동차는 다녀?”라며 한국에 대해 무시하는 듯한 말을 내뱉었다고 한다.

그런 말을 듣고 화가 났지만 정작 영어실력이 안 되다 보니 뭐라고 되받아치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던 그는 점점 더 자신이 ‘외톨이’ 신세가 되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

“그 곳에서는 영어를 못하면 생활 자체가 안 되다 보니 죽기 살기로 영어에 매달렸습니다. 친구들이 자주 쓰거나 TV에서 자주 접하는 단어들을 중심으로 영어 문장을 익혔어요. 3개월 정도 기를 쓰고 공부하다 보니 서서히 귀와 말문이 열리더라고요.”

“영어 교육에서 사기당한 이들을
하루빨리 ‘사기피해’로부터 구출하겠다는 사명감으로
오늘도 칠판 앞에 섭니다.”

‘외톨이’ 벗어나기 위해 시작한 영어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성격 덕분인지 그는 고등학교 정식 수업을 받기 전에 외국인들이 통과해야 하는 ‘ESL’ 과정을 단 3개월 만에 통과했다. 보통 이 시험을 패스하는 데만도 1~2년은 족히 걸린다고 한다.

어찌됐든 도대체 그는 어떻게 해서 연 30억원을 벌어들이는 ‘갑부’가 된 것일까. 개략적인 과정은 이렇다.

벤쿠버에서 고교와 대학(경영학)을 나온 그는 졸업 후 캐나다의 한 무역회사에 입사했다. 건축자재를 수출입하는 회사였는데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수출하는 건이 있어 지난 2005년 한국에 잠시 들어오게 됐다.

그런데 평소에도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고 큰 조직에서 상사의 지시를 받으며 일해야 하는 점을 답답하게 여기던 그는 우연히 학원 강사인 지인의 부탁을 받고 강의를 했다. 의외로 수강생들의 반응이 좋아 이후 몇 달간 강의를 계속했다.

“캐나다에서 깨우쳤던 영어학습 노하우를 강의로 풀어 설명한 것뿐이었는데 예상 외로 수강생들의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제 강의는 100% 매진이었죠. 이후 회사를 관두고 본격적으로 강의를 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받았던 한 달 강의료 수입만 700만원을 넘었습니다.”

오프라인 강의를 경험으로 심사숙고 끝에 그는 인터넷 영어학원을 설립하기로 하고 친구의 사무실에서 책상 하나를 빌려 컴퓨터를 놓고 ‘시원스쿨’을 만들었다.

컴퓨터 프로그램과 디자인도 관련 책을 통해 ‘독학’하고 조명도 없는 책상에서 혼자 동영상을 찍었던 지난 2005년 8월의 일이다. 사이트 오픈 이후 첫 달 수익은 고작 120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운 좋게 당시만 하더라도 ‘오버추어’ 광고 단가가 그리 높지 않았던 까닭에 대형 포털사이트에 싼 가격으로 올린 오버추어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었다.

사이트에 접속한 수강생들이 샘플 강의를 보고 신청하는 사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더니 이내 가파른 매출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던 것.

2006년 1500만원에 불과하던 매출은 2006년 6000만원, 2007년 6억원으로 불어났고 급기야 지난해에는 2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이 대표가 기대하는 매출목표는 40억원가량. ‘연봉 30억원의 영어강사’라는 닉네임이 따라다니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영어와 중국어, 리더십, 재무 등 기업의 리더들이 가져야 할 기량을 키워내는 비전센터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밝히는 이시원 강사. 그는 자신의 몸이 허락할 때까지 ‘영어 교육에서 사기당한 이들을 하루빨리 ‘사기피해’로부터 구출하겠다’는 사명감으로 오늘도 칠판 앞에 선다고 한다. 그의 도전이 아름다운 이유다.

김진욱 기자 actio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