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거주이전의 자유가 제한되기 때문에 거주허가권은 마치 ‘국적’과 같은 개념으로 획득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하지만 일부 부유층들은 불공정한 방법으로 다수의 거주권을 가지고 재산 축재 등 비리를 꾀하고 있어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의 인사청문회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메뉴들이 많은데 그 중 하나가 위장전입이다. 그 사유는 다양한데 자녀들이 좋은 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학군 위장 전입도 있고 새로운 아파트 분양이나 상가 분양 혹은 농지 매입 등을 하기 위해서 위장 전입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해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메뉴인지라 위장전입이 거론된 후보자는 낙마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미 모든 것을 갖춘 ‘가진 자’가 위장전입을 통해서 자녀에게 경제력을 대물림하거나 자신의 부를 더욱 확대시키려는 시도를 국민들이 곱게 보지 않기 때문이다. 가진 자가 불공정한 행위를 통해서 가진 것을 늘리려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에 다들 동의한다.

중국에서도 ‘가진 자’들의 불법 혹은 불공정 행위를 통한 재산 축재가 속속 드러나면서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중국 산시성의 전직 은행 임원인 공아이아이씨는 4개의 ‘후코우(거주허가권)’를 보유하고 이를 이용해서 부동산을 취득했다가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후코우는 한국의 주민등록과 유사한 거주지 등록제도이지만 1958년 처음 도입당시 중국 정부가 농촌인구가 도시로 이주하는 것을 막는 인구통제의 목적으로 시행한 정책이다. 이런 본래 목적 때문에 한국처럼 이사, 직장 등으로 자신의 거주 지역이 바뀔 경우 전입신고만 하면 되는 것에 비해서 후코우는 그와 달리 변경이 상당히 어렵다. 거주이전의 자유가 제한되기 때문에 주민등록이라기보다는 거의 국적과 같은 수준이라고 보일 정도다.

후코우 취득을 쉽게 하도록 바꿔오고 있지만 여전히 해당 지역에 직장이 있고 몇 년 이상 근무를 했거나 혹은 부동산을 구입해야 후코우가 주어지는 등의 제한조건이 있다. 이에 따라 직업을 찾기 쉬운 도시를 찾아온 농촌 사람들이 후코우가 도시에 있지 않은 까닭에 자녀를 도시의 학교에 보내지 못해서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후코우가 없다는 이유로 임금 등에서 차별을 받는 경우도 생겨났다.

도시가 아닌 농촌에 후코우를 보유한 농민들은 전체 인구의 약 절반 정도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부유한 ‘가진 자’들은 법망을 피해 후코우를 몇 개씩 만들면서 경제적 이득을 취해 이들을 분노케 하는 것이다.

중국의 미니블로그인 웨이보에 공 씨가 20개 이상의 부동산을 베이징에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만 해도 부자에 대한 질시 정도로 여겨졌으나 이후 4개의 가짜 후코우가 있다는 것이 실제로 발각되면서 해당 지역 정부가 업무를 소홀히 했다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가짜 후코우를 둘러싼 비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13일에는 중국 주택관리국에 근무했던 전직 공무원이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그의 가족은 총 31개의 주택을 소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장본인은 허난지역 주택관리국에 근무했던 자이저펭. 그는 최고 31개의 주택을 보유했고 자이저펭의 막대한 부동산 취득에 대한 내부고발이 있자 이중 7개를 지난해 말에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이저펭의 딸은 가짜 후코우를 이용해서 11개의 주택을 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이저펭은 주택관리국에 근무하면서 처남의 명의로 부동산 회사를 운영했고 그 부인도 부동산 회사에 근무하면서 서로 정보를 주고받고 수익을 남기는데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이저펭은 2명의 자녀를 두었는데 4명의 가족이 불법으로 모두 2개씩의 후코우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동안 인터넷에서는 자이저펭의 딸이 저소득계층에만 공급되는 정부공급아파트를 11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돌아서 크게 논란이 됐으나 정부측은 11채의 아파트가 정부공급 아파트가 아닌 일반 아파트였다고 해명했다.

지난 1월16일에는 안후이 지역의 전 경찰서장이 뇌물 수수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그는 단순히 뇌물을 받은 뿐만 아니라 증거를 없애기 위해서 가짜 후코우와 신분증명서를 만들어서 뇌물을 받는데 사용, 추적을 어렵게 만들었다.

중국의 농민들과 저소득층을 힘들게 하는 후코우 제도는 그러나 단시간에 개편이 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농촌지역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 경우 이를 감당하기 어렵고 사회적 불안을 야기할 수도 있어서 후코우는 당분간 현행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가진 자들의 후코우를 이용한 재산 쌓기에 후코우를 열망하는 ‘못가진 자’들의 불만만 더욱 쌓여갈 것으로 보인다.

 

알아두면 좋은 중국의 풍습- 한 모금만 마셔도 첨잔(添盞)한다

중국에서 식사자리는 종종 반주가 곁들여지는 술자리와 함께 이어지기도 한다. 비즈니스로 만난 경우에 독한 백주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데 아무리 한국에서는 술이 세다고 하던 사람도 40도가 넘는 백주 앞에서는 혀를 내두르기 마련이다.

술을 마시고 싶지 않거나 혹은 술이 세지 않아서 사양하고 싶다면 아예 처음부터 말을 하고 술잔을 치워달라고 말하는 것이 좋다. 한국에서는 첨잔을 하지 않고 새로 술을 받게 될 경우에는 잔에 남아있는 술을 다 마신 후에 받는 한국과 달리 중국에서는 계속 첨잔을 한다. 자신의 앞에 한두 모금 마신 술잔이 있다면 한국에서는 잔을 비울 때까지 기다리겠지만 중국에서는 항상 잔을 가득 채우기 때문에 한 모금 마시기가 무섭게 첨잔을 해준다.

한국과 달리 잔을 서로 주고받거나 돌리지 않는다. 잔을 받게 될 경우에는 들지 않고 그냥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술을 받으면 된다. 술은 잔에 찰랑찰랑하게 가득 따르는 것이 예의이고 잔을 건배할 때는 누가 더 높이 드느냐에 따라서 연장자나 사회적 지위 등을 나타내므로 자신의 술잔을 낮춰 들어서 상대방에 대한 존경을 나타낼 수 있다.

큰 테이블에 여러 명이 앉아서 서로 잔을 부딪치기 어려울 경우에는 원형 테이블의 유리에 잔을 부딪쳐서 건배를 하기도 한다. 술을 다 마신 후에는 자신의 잔을 기울여서 잔을 깨끗이 비웠음을 보여주면 된다.

 

  한민정 상하이 통신원 minchunghan@gmail.com

뉴욕공과대학(NYIT)의 중국 난징캠퍼스에서 경영학과 조교수로 근무중이다. 파이낸셜뉴스에서 10여 년간 기자로 근무했으며 이화여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무역경영으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