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부회장의 뒤셀도르프 발언이 알려진 후 롯데쇼핑 관계자는 “정 부회장 정도 되는 분이 그렇게 자극적으로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기자들의 여러 가지 질문에 나름대로 예의를 지켜가며 말했을 것”이라며 “그의 말의 정확한 내용을 직접 듣지 않은 상태에서 뭐라 말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롯데 관계자들이 정 부회장의 발언에 대해 대응을 꺼리는 분위기다.

신세계가 ㈜CIT랜드와 파주 아울렛 부지를 전격 계약했을 때 “상도를 어긴 행위”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처럼 롯데그룹이 정 부회장의 발언에 대해 맞대응을 꺼리면서 재계에서는 롯데그룹 내부에서도 의사결정 시스템의 문제점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유통업계에서는 신세계가 최근 롯데와의 경쟁에서 잇따른 승리를 거둔 배경을 빠른 의사결정으로 꼽고 있다.

이에 대해 신세계의 한 관계자는 “회장님이 구학서 부회장에게 거의 절대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수백 억원 규모의 부지 매입 건도 구 부회장이 결정하고 이 회장에게 사후 보고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롯데의 경우 이인원 사장, 신동빈 부회장, 신격호 회장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보고체계와 그로 인한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신격호 회장의 경우 짝수 달에는 일본에 체류해 의사결정이 더욱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의 의사결정 문제는 하나의 약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롯데관계자는 “우리 의사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빨리 결정하고 신중하게 해야 할 것은 신중하게 할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형구 기자 lhg0544@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