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박한 사회상을 반영하듯 ‘힐링’(치유) 열풍이 뜨겁다. 힐링 열풍 속에서 ‘수면’이라는 키워드 역시 주목받고 있다. 사람들 사이에서 편안한 잠은 만병의 근원을 없애고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요소라는 데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미국 월간 경제 매거진 INC는 미국의 ‘2013년 7가지 트렌드’를 제시했다. INC가 꼽은 미국의 7가지 트렌드는 건강관리의 디지털화, 수면산업의 활성화, 파란색 선호 현상, 온라인 교육 활성화, 제조업의 미국 입성, 로봇산업의 발전, 파격적 디자인 선호 등이다.

이 중에서 수면산업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매트리스 펌(mattress firm), 셀렉트 컴포트(select comfort) 등 침대 매트리스 제조업체 매출이 급증한 점을 주목할 만하다. 또한 숙면에 대한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수면 관련 상품만을 전문 취급하는 판매점 및 수면 컨설팅업체 등 신규 사업도 등장했다.

수면산업은 국내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에서도 유명 침대 및 침구류 회사들은 연간 매출액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수면 관련 사업에 대한 관심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작년 8월 30일부터 9월 1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는 수면건강 및 수면환경 관련 산업 전시회인 ‘국제수면박람회’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2회째를 맞는 행사임에도 신세계백화점, 한화갤러리아백화점, 현대백화점,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쇼핑 등 대형 유통사와 신라호텔 및 대명리조트 등을 비롯한 중대형 숙박시설, 그 외에 다양한 바이어군이 방문해 크고 작은 계약이 성사됐다.

박람회에는 수면 분야와 연계한 힐링 프로그램 일환으로 '힐링산업 특별전'이 마련됐는데 힐링뮤직, 힐링푸드, 여행프로그램, 멘탈 케어 및 각종 릴렉스 제품 등이 전시돼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실제 박람회에 참가한 업체 중 편백마켓의 경우 편백나무 소재의 베개, 매트리스, 패드 등의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한다.

편백나무는 진정 작용을 통해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숙면을 취하는데 효능이 있다. 또한 편백나무 피톤치드 향을 흡입하면 우울증과 불면증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일종인 코르티졸 농도가 감소해 숙면을 취할 수 있다고 한다.

최근 국내에 불고 있는 아로마 향초의 인기 역시 수면에 대한 욕구가 반영된 결과다. 향초는 원래 미국과 유럽에서 보편적인 문화다. 후각을 자극하는 산뜻한 향으로 집안 공기를 탈취하는 기능적인 면은 물론이고, 인테리어적인 요소로서도 향초가 선호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향초 산업이 다른 나라보다 더욱 발달돼 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향초 브랜드인 양키캔들은 40년 역사를 자랑하는데 1999년 향초 제조사로서는 최초로 뉴욕증권 시장에 상장된 바 있다. 양키캔들은 미국 내에 450여 개 직영점과 2만6000여개 취급점이 운영되며, 미국 향초 시장의 45%를 점유하고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금까지 국내 향초 구입은 마니아를 중심으로 미국 쇼핑몰을 통한 직접 구매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최근 힐링 열풍 속에서 ‘수면’이라는 키워드가 떠오르면서, 마니아 중심 시장에서 보편적인 시장으로 성장해 가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국내에 양키캔들만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매장이 속속 등장해 주목받고 있다.

7년 간 캐나다에 거주하다가 귀국해 작년 11월 경상남도 창원 상남동에 양키캔들 매장을 오픈한 김미숙(46)씨. 김 씨는 창업 초기 20대 후반에서 40대 후반 여성이 주 고객일 거라고 예상했지만, 20~40대 남성은 물론 50대 여성까지 폭넓은 고객층이 매장을 방문해 20~30명 이상의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 향초를 쓰는 미국과 캐나다, 유럽의 일상 문화가 국내에도 일상 문화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으며 세종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프랜차이즈 창업·유통 및 마케팅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