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의 ‘투자, 아는 것이 돈이다’   

이혼당하지 않으려면 집 마련해라

하우스푸어, 렌트푸어가 늘고 있다. 이는 생각보다 위험한 신호일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집이 없는 사람은 결혼 시기가 늦어질 뿐만 아니라 결혼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혼 확률이 집 있는 커플보다 3배 이상 높다. 수명에서도 차이가 난다. 월세 집에 사는 부부는 자가에 사는 커플보다 사별할 확률이 3배나 높다.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서 내 집 마련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 무리해서 대출을 받아 집 가진 가난한 사람을 이야기하는 하우스푸어(house poor)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와 비슷하게 세입자 입장을 빗댄 전세푸어(rent poor)라는 말도 새롭게 등장했다. 전세값이 올라 시세대로 매년 전세금을 올려줘야 하는 처지에 몰린 세입자를 일컫는 말이다. 이런 신조어가 생기는 이유는 집값은 지속해서 떨어지고 있고 반대로 전세값은 지속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집 마련에 대한 의욕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는 논리는 경계해야 한다.

모딜리아니(F. Modigliani)의 생애주기 가설은 우리 일생의 부와 축적과정을 쉽고 명쾌하게 설명한다. 그의 가설에 따르면 인간은 30~50대에 젊은 시절 소비보다 소득이 높아지면서 부를 축적하게 된다. 그러나 가장이 나이가 들어 은퇴하게 되면서 일반적으로 소득은 감소고 축적한 부(富)가 노후 생활의 버팀목이 된다.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개인이라면 이러한 소득 흐름을 예상하고 소비를 일생 비교적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이 가설의 핵심적인 주장이다.

생애주기 가설에 따르면 수명이 길어질수록, 정년이 짧아질수록 그리고 자녀의 양육비 부담이 커질수록 수입이 적어지는 시기에 대한 걱정은 커진다. 가계뿐 아니라 나라 경제 전반적으로 봤을 때도 가계의 소비와 저축은 중요한 문제다. 소비가 많아진다는 것은 경제 전반의 활력이 붙는다는 의미와도 상통한다. 가계의 저축은 기업에 자금을 대주는 자금이므로 소비와는 또 다른 움직임으로 우리나라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한다.

내 집 마련한 사람, 결혼할 확률도 높아

고리타분한 경제학을 이야기하려는 건 아니다. 생애 주기 가설에다 집이란 자산변수를 추가하여 보면 인생의 함의를 찾을 수 있다. 한 남자가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오고 회사에 취직했다면 그다음은 좋은 짝을 찾으려 할 것이다. 동물의 종족 번식과 인간의 생존논리는 본질적으로 유사한 구석이 많다. 수컷은 종족의 확산 본능을 가지고 있고 암컷은 좋은 종자를 수렴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가정하에 수컷은 좋은 짝을 찾으려는 시도에서 성공과 실패를 거듭할 것이고 암컷은 그러한 수컷 중에서 제일 나은 선택을 하려고 할 것이다.

동물 수컷이 화려한 색과 외모로 암컷의 관심을 끄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 남자는 소득과 주택의 소유 여부로 여자들의 환심을 사려고 한다. ‘집 한 칸 없는 남자하고 어떻게 결혼해’라는 말을 단순한 불평으로 치부할 수 없는 것은 집을 대표로 하는 경제적인 지표가 남녀의 결합에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찍 결혼한 사람과 결혼을 늦게 한 사람의 경제력은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표 1은 2010년도 한국노동패널조사를 요약한 것으로 연령대와 주거유형 그리고 결혼 유무에 따라 소득수준과 소비 그리고 저축 등을 구분한 것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내 집을 가지고 있는 경우 소득과 저축 그리고 소비수준이 전세나 월세를 사는 경우보다 월등히 높다는 점이다. 소득이 높은 사람이 집을 산다는 인과관계가 명확히 드러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소득이 높다면 우선적으로 내 집을 마련하는 경향이 있고 또, 이러한 사람들이 결혼을 하는 확률도 높다. 

남자가 본격적으로 부담이 늘어나는 시기는 자녀가 생길 때다. 자녀가 없던 시절 큰 폭의 저축을 하던 가구에 자녀가 생기면 저축 금액은 매우 줄어든다. 이때에도 집이 있는 경우와 없는 사람의 저축, 소비, 소득 등의 경제력 차이는 안타깝게도 줄지 않는다.

이 같은 결과는 필연을 가장한 눈속임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남자가 연봉을 많이 주는 회사에 다니거나 부모님이 물려주신 돈이 많을 수도 있다. 원래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이 집을 마련하기 때문에 격차가 크게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노후의 삶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확실하다.

집 없으면 이혼, 사별 확률 높아

처음 연애하고 결혼을 하면 서로의 나쁜 것도 좋게 보이고 좋은 것은 더 좋게 보이지만 이런 착각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사라진다. 이후 좋은 점은 장점으로 보이지 않게 되고 나쁜 점은 배우자를 상종 못 할 사람으로 만든다. 인식이 바뀌다 보니 조금 마음에 안 드는 일에도 싸우게 되고 결국은 서로 헤어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집이 없으면 이혼할 확률이 집이 있는 경우보다 3배 이상 높다. 20년차 주부 리얼투데이 J연구원은 “집의 소유 여부는 이혼 시 재산 분할을 복잡하게 만들기 때문(배우자에게 절반을 떼어 줘야 하기 때문에)에 이혼을 자제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집이 없는 부부가 운 좋게 헤어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집이 없다면 위험 요소는 여전하다. 남자의 평균 수명은 여자보다 짧다. 그리고 남자는 배우자보다 평균적으로 나이가 많다. 2010년 인구 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40대까지는 남성이 여성보다 많지만 50대에 들어서면 비슷한 비율을 유지하다 60대가 되면 여성의 비율이 높아진다. 80대가 넘어서면 살아남은 남자의 수는 급격히 줄어든다. 그런데 가뜩이나 오래 못사는 남자는 집이 없는 경우 더 일찍 세상을 떠나게 된다. 60대 이상 월세집에 사는 사람은 집을 소유한 사람보다 세상을 떠날 가능성이 약 3배 이상 높다. 정리하면 가계 자산의 70~80%를 차지하는 집이 결혼을 앞당기고, 이혼을 막고, 부부가 오래오래 같이 사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라도 무주택자를 지원하는 정책은 유지되어야 한다. 주거가 안정된다면 세수확보 역시 안정되고 더불어 소비가 진작돼 경기 활성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자인 프리드만은 소득의 증가뿐만이 아니라 가계의 금융자산, 주택자산의 미실현 이익이 소비에 유의한 영향(Wealth effect)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현재 우리나라 주택가격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금융자산보다 월등히 큰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다시 말해 주택가격이 올라야 소비가 활성화될 수 있고 국내 경기도 살 수 있다는 말이다. 침체에 빠진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내 집 마련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김광석 ks@realtoday.co.kr

리얼투데이 센터장은 현재 영암·해남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주택과 산업단지, 계량분석 전문가로 부동산 정보업계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닥터아파트 정보분석팀장, 유니에셋 리서치센터 팀장, 스피드뱅크 리서치센터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