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황효철 작가)

판교 오드코너하우스는 도로변의 폐쇄적인 모습과 달리 그 반대편은 넓은 마당과 주방이 시원스럽다. 기울어진데다 5각형으로 까다로운 필지를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치밀하게 배치했다. 아파트 층간 소음의 스트레스가 컸던 건축주를 위해 조용하면서도 개방적인 주택이 완성됐다.

막상 전원주택이라면 햇빛이 가득 들어오는 열린 구조의 집을 상상하기 쉬울 것이다. 그러나 판교 오드코너하우스(Odd Corner House)를 설계한 건축가 민우식 소장은 아파트 층간 소음의 스트레스가 컸던 건축주에게 폐쇄적인 형태의 전원주택을 제안했다. 도로를 끼고 있는 모서리 집인 만큼 사생활 노출에 대한 구조적인 대책이 필요했다. 우선 창호의 위치와 숫자를 엄격하게 제한했다. 도로변에서 볼 때 마치 갤러리처럼 보이는 외관은 그렇게 결정됐다. 그렇다고 창문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필지 내부를 향한 쪽에는 넓은 창이 열려 있어 기역 형태로 놓인 건물에서 마당을 조망할 수 있다.

울타리를 올릴 수 없는 해당 지역의 건축적인 제한도 폐쇄적인 형태를 취하게 된 또 다른 이유였다. 더불어 건물을 필지의 바깥 쪽으로 최대한 붙여 주택 자체의 공간을 확보하면서도 마당의 축소를 예방했다. 건축주가 원했던 넓은 마당을 확보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이러한 안배를 통해 오드코너하우스는 사생활의 자유와 전원생활의 넉넉함을 모두 누릴 수 있는 집이 되었다. 건물이 자체적으로 울타리가 되면서 마당의 안전성도 높아졌다. 비스듬한 5각형으로 일반적인 건축이 힘든 필지의 특성 역시 이러한 독특한 설계의 이유가 됐다. 건물을 필지의 가장자리까지 최대한 붙여서 부정형의 필지에서 주택 내부의 공간과 마당의 크기를 최대한으로 확보한 것이다.

폐쇄적인 형태로 보자면 막연히 어두울 것 같지만, 실내는 매우 밝은 편이다. 도로변으로 천창을 배치하고 건물 내부는 흰색으로 칠했다. 건물에서 가장 넓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식당에는 남서쪽을 길게 잇는 통창으로 충분하게 빛을 받는다.

대지의 형태를 그대로 받아들인 집

대지의 불규칙한 형태는 오드코너하우스의 개성을 부여한 중요한 요소다. 필지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기본 형태에서 비틀어진 기본 설계로 각 공간은 반듯한 모양이지만 이 사이를 잇는 통로는 전체적으로 비스듬한 위치에 놓였다.

땅의 높낮이가 다른 점 역시 이러한 개성의 한 부분이 됐다. 민우식 소장은 경사가 있는 필지를 따로 정리하지 않고 집안 내부에 경사를 두는 방법을 택했다. 45cm에서 60cm 사이로 경사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거실과 복도 사이에 짧은 계단을 둬 공간을 입체적으로 구성했더니 거실의 천장이 높아지면서 집 내부를 이동하는 동안 독특한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됐다.

주방은 거실보다 중요한 공간으로 집의 중심 공간이 됐다. 최근 주택의 추세는 거실을 단순하게 TV를 보는 공간으로 사용하면서 주방을 가족의 주요 공간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오드코너하우스가 바로 그 예다. 경사진 복도와 이어진 주방은 건축주의 희망 사항에 따라 10미터 정도로 매우 넓다. 조리대와 식탁을 겸할 수 있는 아일랜드식 바(Bar)가 있어 각각 다른 일정으로 움직이는 가족 구성원이 자유롭게 활용하다가 손님을 초대하거나 가족이 모이는 자리에서는 거실공간의 역할을 대신하게 된다.

열린 구조의 주방은 통창으로 마당을 마주하고 있어 아이들은 실내외를 오가면서 자유롭게 놀 수 있고 주방에 있는 어른들은 아이들의 안전을 살피면서 식사나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한식처럼 음식 냄새가 오래가는 요리를 만들 때는 유리문 밖에 마련한 보조 주방을 활용할 수도 있다.

기울기의 재미와 기능적 배치로 꼼꼼한 2층

대지의 굴곡을 수용한 구조적 특징은 2층에서도 이어진다. 2층에서 아이들 방으로 가는 입구에는 계단 3개가 더 있어 같은 층이면서도 다른 층의 느낌이 든다. 이런 수직적인 공간 분할을 가장 좋아하는 것은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1층 거실 계단과 2층 아이들 방 앞 계단을 오르내린다.

아이들 방 옆에는 책을 수납하는 서재이자 아이들의 놀이방이 있다. 펼칠 수 있는 문을 달아 평소에는 열린 공간으로 활용하고 집에 손님을 초대한 날에는 문을 닫아 게스트룸으로 쓸 수 있다. 건축주 부부의 침실은 쉬는 용도로만 활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은 공간을 배정하고, 대신 기능적으로 드레스룸과 파우더룸, 화장실, 욕실을 꼼꼼하게 배치했다.

보통 주방 옆 다용도실에 배치하는 세탁실은 따로 떼어 2층으로 옮겼다. 주로 세탁물이 나오는 부부 침실과 아이들 방과 같은 층에 있어 동선이 줄어드는데다가 세탁과 건조를 한자리에서 처리하니 세탁 작업이 한결 수월하다. 독립된 위치 덕분에 주방용품과 세탁용품이 섞이지 않는 점도 장점이다.

천장이 낮은 다락방은 2층 제일 끝 방의 독특한 구조를 활용한 것이다. 건물 바깥쪽 한편으로 비스듬히 올라간 공간을 복층으로 분리해 열린 다락방으로 만들고, 모서리 부분은 비스듬히 잘라 바깥 풍경이 보이는 유리창을 만들었다.

조용한 전원생활을 위하여

전원생활의 환상과 현실 사이에는 막대한 비용만큼 아득한 거리가 있다. 특히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사람이 이웃들과 사생활을 공유해야 한다는 점은 의외로 도전적인 영역이다. 아침 신문을 가지러 나가면서 밝은 인사를 주고받는 훈훈한 장면을 상상하기 쉽지만, 현실은 이와 전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전원주택의 열린 구조가 쾌적해야 할 전원생활을 오히려 옭아맬 수도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현대의 전원주택은 안정감 있는 구조와 공간, 넉넉한 채광과 더불어 안전한 사생활까지 확보해야 하는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다른 집들에 둘러싸인 모서리, 그것도 직각이 두 군데 밖에 없는 5각형으로 기울어진 땅에 올린 오드코너하우스는 그 해결 과정이 더욱 만만치 않았다. 건축가 민우식은 대지의 형태에 순응하면서도 까다로운 건축주의 요구사항을 조율하고 치밀하게 배치해 이 문제를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데에 성공했다.

건축가 민우식

전원주택 건축, 추가비용 발생을 고려해야

“처음 설계 단계에서는 고려하지 않았던 부분이 실제 건물이 완성됨에 따라 추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에는 예산에 맞춰서 짓다가 마감이 시작되면 집에 대한 욕심이 생기기 때문이에요.”

민우식 건축가는 결국 비용이 마감의 질을 결정하는 만큼 건축주가 원하는 수준의 집을 짓기 위해선 추가비용 발생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단순히 보기 좋게 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기능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추가사항이 생깁니다. 단열 같은 부분은 실제 주변의 자연환경을 경험해야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어서 변경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2중창으로 계획했던 것을 막상 난방을 가동하고 추운 느낌이 들어 3중창으로 교체하기도 합니다. 일반 전원주택 건축에서 경험상으로 20% 정도 비용이 추가되는 것이 보통이었어요.”

오드코너하우스를 짓는 과정에서 민우식 건축가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외장재를 선택해 심플한 외관을 살리는 한편, 여기서 절약한 비용을 구조적으로 복잡한 내부 골조를 사용하는 데에 활용할 수 있었다.

“물론 한정된 비용에서 최대치의 결과를 끌어내는 것은 건축가의 몫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희망사항을 모두 담고 싶다면 불가피한 추가 비용을 미리 고려해야 좀 더 수월하게 집을 지을 수 있습니다.

오드코너하우스

주소: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543-4

면적: 대지 264.00㎡, 건물 120.74㎡

건축비용: 평당 650만원

특징: 기울고 각진 오각형 땅을 구조로 활용한 개방적이면서도 폐쇄적인 전원주택

건축가: 민우식

건축사무소: 민워크샵(02-735-13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