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브리지티앤티의 임성용 대표가 ‘월드 IT쇼’에서 참가자들에게 시연을 해보이고 있다.


터치스크린에 두 손가락을 대고 양쪽으로 벌렸더니 화면 속 그림이 스르르 확대된다. 그 상태에서 검지를 360도 돌렸더니 사진이 빙그르 한 바퀴 회전한다. 동영상을 시청할 때는 한 손가락만으로 영상을 되감거나 빨리감기도 할 수 있다.

영화 속에서나 봄 직한 ‘손가락의 마법’을 현실로 끌어낸 국내 중소기업의 ‘멀티터치’ 기술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월드브리지티앤티(대표 임성용)는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나흘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에서 멀티터치 엔진을 적용한 ‘멀티터치 미디어보드 소프트웨어’를 선보여 인기몰이를 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임성용 월드브리지티엔티 사장은 활력이 넘치는 듯했다. 임사장은 “멀티터치 바람이 휴대폰시장에서 대형 디스플레이 기기로 확산되고 있다”며 “올해는 멀티터치가 태블릿 PC나 전자칠판, DID(Digital Information Display, 전시용 디스플레이)로 확대되는 등 ‘멀티터치 대중화 원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드브리지티앤티의 시연을 감상한 관람객들도 멀티터치의 화려한 기술 향연에 연신 감탄하며 쉽게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IT업계 종사자 김우혁 씨는 “행사장에서 우연히 멀티터치 기술을 보게 됐다”면서 “영화 같은 기술이 정교하게 작동하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월드브리지티앤티의 멀티터치 기술은 애플 아이폰 등 휴대폰에 적용된 것과 달리 19인치부터 102인치까지 대형 터치스크린에 적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예컨대, 전시장에서 대형 터치스크린을 통해 전시 관련 정보를 제공하거나 태블릿PC에 탑재해 다양한 멀티터치 기능을 이용토록 한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특히 DID와 태블릿 PC에 집중할 계획이다. DID용으로 현재 많이 사용하는 LCD 패널은 정보를 제공만 하는 단방향 기기지만, 여기에 멀티터치가 추가되면 양방향 DID로 거듭나게 된다. 예를 들어 길 찾기나 맛집 찾기 등의 정보 검색도 가능해진다.

또한 휴렛팩커드(HP) 등 컴퓨터 회사들이 주력하고 있는 ‘태블릿 PC’에 멀티터치를 적용할 경우, 터치 기술의 정교함이 한 차원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임 사장은 “컴퓨터 업계가 태블릿 PC로 무게 중심을 옮겨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멀티터치 기술이 적용된다면 교육용이나 업무용 시장으로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 사장은 조만간 글로벌 업체들과 멀티터치 기술 제공에 관한 MOU를 체결할 것이라면서 “이 경우 연간 수천만 달러의 매출이 기대된다”고 귀띔했다.

멀티터치 부문에서는 이미 세계적으로 제프 한(한국명 한재식)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월드브리지티앤티가 가세하면서 멀티터치가 한국 기술의 새로운 상징으로 떠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임 사장은 “제프 한의 기술은 빔프로젝터 기반이어서 어두운 곳에서만 사용할 수 있지만 우리 기술은 LCD나 PDP에 적용하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서 상용화할 수 있다”며 “가전 및 컴퓨터업체들과 협력해 멀티터치의 대중화를 선도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아경제신문 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