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사는 법●

부하, 이렇게 야단쳐라

중국 초나라 장왕 때 일이다. 왕이 주재한 연회에서 촛불이 홀연 꺼졌고, 한 신하가 애첩의 몸을 더듬는 사건이 발생했다. 애첩은 재빨리 추행한 신하의 갓끈을 잡아당기는 순발력을 발휘하고 왕에게 다급하게 이야기했다.
“이 갓끈의 범인을 잡아주소서.” 그 말을 듣고 초장왕은 범인을 색출하기는커녕 불이 켜지기 전에 모든 신하들에게 갓끈을 풀고 연회를 즐기도록 했다고 한다. 결국 그 신하는 대망신을 피하고 그 자리를 피해 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초장왕이 다음 전투에 나갈 일이 있었고, 크게 패배를 해 몰리는데 한 장군이 바람같이 나타나 왕을 구했다. 알고 보니 그 장군이 바로 연회에서 애첩을 희롱한 신하였다고 한다. 만일 초장왕이 그 연회에서 신하를 색출해 모욕을 줬다면 어떻게 됐을까.
알고 보면 야단이야말로 리더십의 진수다. 당신은 어떻게 야단치는가, 혹은 야단맞는가. 야단을 잘 치면 평범한 직원을 비범한 인재로, 면종복배하는 부하도 간담상조하는 심복으로 만들 수 있다.
야단 잘 치는 비법을 소개한다.
첫째, 뒤끝을 남겨라.
많은 다혈질 상사들이 평소엔 형님 같다가 화가 나 야단칠 때면 헐크가 돼버려 그동안 쌓아놓은 리더십 인심을 몽땅 잃어버린다. 직원들에게 존경받는 CEO로 재계에서 신망이 높은 손욱 농심그룹 회장은 “야단엔 반드시 뒤끝이 남아야 한다”며 ‘뒤끝 야단’을 주장한다.
“뒤끝 없다고 말하는 상사치고 부하직원들이 좋아하는 경우가 없습니다. 맞은 자가 발 뻗고 잔다는 것은 때린 자의 자기 기만입니다. 리더의 기본 자질은 감정 절제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있는 대로 다 표출하고 나면 오히려 해롭지요. 나중에 술 한잔 기울이며 삭일망정 감정처리는 혼자 해야 합니다. 까 라면 까 하고 강압적으로 명령하고 조인트 까던 것은 정말 구시대의 이야기지요. 제 마음이 석탄 백탄이 될망정 감정의 100% 배설은 금물입니다.”
둘째, 시말서보다 사유서를 받아라. 야단의 이유를 설명해 주라. 야단도 설득이다. 당신의 좋은 의도를 설명하기보다 상대방에게 돌아갈 불이익을 설명해 줘야 한다.
“네가 잘못해서 내가 화가 난다”가 아니라 “이번 프로젝트에 열심히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연봉 삭감 등의 불이익이 있을 거야”라고 말해 주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월급, 승진 등의 불이익이 단기적 관점의 협박적 설득이라면 경력 관리 면에서의 불이익은 장기적 관점의 설득이다.
셋째, 평등하게 대하라. 작은 실수마다 시시콜콜 쫓아가며 가르치려 하기보다는 눈감아줘라. 무서워 바들바들 떠는 부하직원에게 “그런 실수는 초보 때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실패를 딛고 일어서도록 용기를 주라. 그리고 기준을 정해 누구에게나 똑같이 상벌을 주라.
넷째, 결자해지다. 맺히게 한 사람이 풀어주라. 가끔 가다 다혈질인 상사인데도 직원들에게 인기가 있는 경우가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이들만의 결자해지 노하우가 있다. 야단을 쳤으면 반드시 가까운 시일 내에 감정을 풀어주는 게 필요하다. H사장은 야단을 치면 반드시 며칠 내에 사원에게 전화를 걸어 데이트를 청한다. 그리고 소주 한잔 걸치고 “동지, 내가 당신 덕에 살아.” 하며 아부를 떤다.
야단을 시시비비를 가리는 수단으로 생각하지 말라. 그러느니 차라리 갓끈을 끊어 신하의 실수를 덮은 초장왕을 생각하라. 야단만 잘 쳐도 당신은 부하와의 인간관계에서 80%는 성공한 것이다.
양순한 토끼로 꽉 찬 조직이 좋다는 얘기는 아니다. 조직엔 토론도, 승부도 필요하다. ‘문제’ 대신 ‘인간’에 삿대질을 하는 게 나쁠 뿐이다. 인텔 창업자 앤디 그로브는 고집 센 경영자였지만, 부하가 자기 아이디어에 도전하는 것은 반겼다. 부하를 굴복시키는 게 아니라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데 중점을 뒀기 때문이다.

김성회 (blizzard88@naver.com)
■ 연세대학교 국문과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경영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세계일보 기자로 활동하다 현재 강남구청 공보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준비하는 미래는 두렵지 않다》 《CEO의 습관》이 있다.

김진욱 기자 action@er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