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때려라, 신동원 지음, 센추리원 펴냄

 “머리는 비울수록 똑똑해지고 생각을 버릴수록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제목이 탁월하다. 바쁜 일상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다보니 오랜만에 마음을 끄는 제목의 책을 만난 느낌이다.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업무에 쫒긴 부하직원이 한곳을 응시하고 미동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본 직장상사라면 당신은 그에게 뭐라고 할것인가?

“어이 친구, 당신 지금 뭘 보는 거야. 왜 그리 멍때려?”라고 말하지 않을까. 보통은 그럴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상사라면 앞으론 그 같은 말을 건네기에 앞서 한번 쯤 본인 스스로가 ‘멍 때리는’ 시간을 가져보자.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거다.

“좋아, 좋아. 당신 제대로 창조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구먼. 그렇게 잠깐 뇌를 쉬게 해주는 것도 좋지.”

사람의 뇌엔 기초값(default mode)이 있다. 흔히 ‘멍 때리고 앉아 있다’ ‘넋 놓고 있다’고 말하는 순간이 우리 뇌의 기초값이 된다. 이런 기초 값일 때는 기능성자기공명장치 촬영을 해보면 내측전전두엽이 활성화 된다고 한다. 그때가 바로 뇌가 기초값이 됐을 때다. 그러다 뭔가 새로운 정보가 들어와서 기초 값이 풀리면 내측전전두엽의 활성도는 떨어지고 현재 집중해야 할 일과 관련된 부분이 활성화 된다. 인간의 두뇌는 하나의 과제를 수행하는 도중 다른 과제가 들어오면 이를 처리하기 위해 신경회로가 번갈아가면서 활성화된다.

양발장, 신발장, 옷장 등에서 우리가 필요한 물건을 그때마다 꺼내 쓰듯이 전두엽 역시 관심과 집중의 대상이 바뀔 때마다 그에 맞는 신경회로를 활성화해야 한다.

저자는 평소 정상적인 상태에서 뇌는 기초값과 활성 값이 적적히 조화를 이루지만 외부로부터 끊임없이 자극을 받으면 이 조화가 깨지면서 뇌는 과부하 상태가 된다고 말한다. 지속적으로 뇌를 자극하면 기초값으로 돌아갈 휴식시간이 없어지게 되고 결국 뇌는 ‘멍’한 상태가 된다. 뇌가 ‘멍’해지는 상태를 맞지 않기 위해선 그 전에 우리의 신체기관이 먼저 ‘멍’해져야만 된다는 이론이다. 멍해져야 멍해지지 않는다는 역설이 뇌에 숨어 있다.

최근 스마트폰 이용자 중 60% 이상이 하루 평균 30번 이상 휴대전화를 들여다본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 하루 24시간 중 평균 수면 시간을 6시간이라고 보면 잠들기 직전까지 최소 6분에 한 번씩 휴대전화를 들여다 본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단순히 접속 횟수와 시간에 있는 것이 아니다. 뇌가 받는 자극이 문제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뇌는 휴식을 통해 정보와 경험을 정리하고 기억을 축적하는 시간을 보내는데 이때 스스로 불필요한 정보는 과감하게 삭제해 새로운 생각을 채울 수 있는 여백을 만든다. 그런데 현대인의 머리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각종 디지털 기기가 쏟아내는 정보 탓에 제대로 휴식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사람과 대화 도중에도, 대중교통 안에서도 하다못해 집에서 TV를 보거나 잠자리에 드는 순간에도 우리는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아이패드에서 인터넷을 검색하느라 제대로 쉬지 못한다.

도무지 뇌가 쉴 시간을 주고 있지 않은 것이다.

저자는 아주 잠깐이라도 우리 머리에 교통정리의 시간을 마련해 주라고 이야기 한다. 그것이 지금 이 순간에도 혹사당하고 있는 우리 뇌를 재정비하고 건강한 상태로 만드는 방법이다.

무엇보다 잠들기 전 디지털 기기를 멀리하자. 뇌에 대한 자극을 최소화 하는 게 좋다. 게임이나 검색 등으로 뇌가 활성화 된 채로 잠들면 멜라토닌이 억제돼 수면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집중력과 주의력을 분산시켜 무기력, 두통, 학습장애의 원인이 된다. 현실에 무감각한  뇌가 되는 것이다. 머리는 비울수록 똑똑해지고 생각을 버릴수록 채워진다는 생각을 개념화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