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는 ‘TV쇼’라고 불러도 될 만큼 삼성·LG가 내놓은 곡면(Curved) OLED TV와 110인치 대형 디스플레이를 자랑하는 혁신적인 제품들로 전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모바일 부분에서는 중국 화웨이과 일본 소니 등 후발주자 업체들이 관련 제품들을 시연하면서 선두 따라잡기에 나섰다. 또한 국내 중소·중견 기업 중에서 모뉴엘과 잘만테크는 최고 혁신상 7개를 휩쓸면서 대기업을 긴장케 했다.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 2013’이 현지시각으로 지난 8일 오전 10시부터 나흘 일정으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다. 올해는 CES 역사상 가장 큰 전시장에서 열리며 삼성전자와 LG전자, 소니, 인텔, 파나소닉, 보쉬, 샤프 등 세계적인 IT·가전 업체를 포함해 역대 최대인 3000여개 이상의 업체가 참가했다.

올해 역시 매년 혁신적인 제품들로 CES 현장을 주도했던 삼성과 LG의 기술 대결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들 두 업체는 경쟁적으로 “세계 최초”를 주장하며 곡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내놓으면서 업계 선두주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모바일 신제품·신기술도 주목된다. 중국과 일본 업체들의 경우, 대형화면과 고해상도를 갖춘 모바일 기기들을 선보였다. 이외에도 최고 해상도와 쿼드코어 사양을 갖춘 태블릿 PC들은 현장에서 관람객들이 줄을 서서 시연할 만큼 돋보이는 기술력을 자랑했다.

대기업 못지 않게 중소·중견 기업들의 활약도 눈부셨다. 모뉴엘, 잘만테크, 팅크웨어, 동양매직 등 국내 기업들이 자사만의 기술력을 뽐내 그 어느 때 보다도 치열한 각축전을 벌였다. 특히 모뉴엘과 자회사 잘만테크는 이번 CES에서 중소·중견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부분별 최고 1개 제품에만 수여하는 최고 혁신상(Best of Innovation Award)을 2개나 받아 주목을 끌었다. 삼성과 LG 등 대기업이 득세하는 CES에서 이들 회사는 총 7개의 혁신상을 획득하며 작지만 강한 면모를 과시했다.

삼성 Vs LG, 신기술·대형화·고화질 TV전쟁

이번 CES에서 단연 돋보였던 것은 삼성과 LG전자간의 TV전쟁이었다. 매년 혁신적인 기술로 팽팽한 기싸움을 펼쳤던 양사가 이번에는 신기술은 물론 대형화와 고화질을 내세운 TV로 정면 승부를 펼쳤다.

특히 양사는 새로운 형태의 55인치 곡면(Curved) OLED TV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며 신기술 전쟁을 예고했다. 곡면 패널이 적용된 TV는 시청자의 시야에 가득 차는 파노라마 효과를 제공해 평면 패널 적용 TV에 비해 높은 화면 몰입감을 제공한다. 이 제품의 디스플레이는 시청자가 마치 실제 공간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줘 아이맥스(IMAX) 영화를 통해 얻었던 경험치를 제공한다. 어느 위치에서나 사람과 TV 화면 간 거리가 일정해 눈의 피로감을 덜고, 편안한 영상을 제공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곡면 OLED TV는 새로운 형태의 제품인 만큼 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어 그동안 아이디어에 머물렀다. 그만큼 이번 CES에서 제품으로 시연된 데 대해 현지 언론의 반응은 뜨거웠다. 양사가 공개한 제품은 올해 상반기에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평면 TV에 비해 기술적 구현의 어려움 때문에 곡면 OLED TV 출시가격은 LG전자가 최근 국내에 내놓은 55인치 OLED TV의 가격 1100만원에 비해 상당한 고가일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의 110인치 울트라HD TV 필두로 글로벌 TV 제조업체들 역시 대형 TV를 앞다퉈 선보였다. 특히 중국업체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았다. TCL과 하이센스가 삼성전자와 같은 세 자리 수 크기의 제품을 내놨고, LG전자와 콘카는 84인치, 창홍은 65인치 울트라HD TV를 전시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울트라HD TV는 풀HD보다 4배 더 선명한 영상과 일반 TV보다 6배 정도 풍부한 120W의 사운드를 제공할 뿐 아니라 프레임 안에 화면이 떠있는 듯 한 디자인을 갖췄다. LED TV는 사용자의 시청 습관과 선호 콘텐츠 분석을 통해 TV 스스로 볼 만한 실시간 TV 프로그램을 찾아주는 F8000과, 듀얼 코어 CPU를 적용해 빠른 사용 환경을 제공하는 F6000 등 다양한 라인업으로 구성됐다.

이에 맞서는 LG전자 역시 이번 행사에서 ‘올레드 TV’와 함께 84·65·55인치 울트라HD TV, 지능형 음성인식 서비스인 Q보이스를 탑재한 2013년형 시네마3D 스마트TV, 2013년형 구글TV, 100인치 시네마 빔 TV 등 다양한 제품을 전시했다.

TV의 화질 역시 더욱 업그레이드 됐다. CES 참가업체들은 기존의 풀HD보다 해상도가 4배(3840×2160) 높은 울트라HD TV를 기본 옵션으로 내놨으며, 샤프는 이보다 2배 더 선명한 85인치 8K(7680X4320) TV를 공개했다.

이번 CES에서 LG전자 HA사업본부장 조성진 사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2015년 가전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스마트 기술과 고효율 대용량의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두 자리 수 매출 증가는 물론 1등 가전의 위상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앞서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윤부근 사장 역시 “2015년에 글로벌 가전 1위를 하겠다”고 밝혀 두 기업 사이의 팽팽한 신경전이 계속됐다.

모바일 후발주자 中·日 ‘틈새공략’

모바일의 경우 기대만큼 많은 제품과 신기술을 볼 수 없었다. 대신 상당수 모바일기기 업체들은 다음달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3’에 대거 자사 신제품 및 신기술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이번 행사에서 ‘갤럭시S4’나 ‘갤럭시노트3’ 같은 차기 전략 모델을 공개하지 않았다. 또한 삼성과 인텔이 연합해 개발 중인 리눅스 기반의 ‘타이젠’ 스마트폰도 볼 수 없었다. LG전자 스마트폰 부스도 기존 미국 시장에 진출한 ‘옵티머스G’, ‘옵티머스 뷰2’, ‘넥서스4’ 등이 전부였다. 더군다나 애플과 노키아, HTC 등 휴대폰 시장의 강자들은 CES에 참가조차 하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부터 CES에 불참하겠다고 작년 선언한 바 있다.

대신 삼성전자는 우남성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의 기조연설을 통해 업계 최초의 고성능 옥타코어(Octa-Core, 8개의 코어) 모바일 AP인 ‘엑시노스 5 옥타(Exynos 5 Octa)’를 처음 공개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 AP는 ARM의 차세대 ‘코어텍스(Cortex) A-15’ 를 기반으로 ‘빅리틀(big.LITTLE)’ 설계구조를 적용해 뛰어난 데이터 처리 능력과 저소비전력을 구현한다.

‘빅리틀’ 구조란 모바일 기기에서 3D게임과 같이 고사양이 필요할 때 구동되는 4개의 고성능 Cortex-A15 코어와, 웹서핑·이메일과 같은 저사양 작업에 구동되는 4개의 저전력 Cortex-A7 코어로 구성돼 총 8개의 코어가 사용된 설계구조다.

삼성전자는 또한 휘는(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윰(YOUM)’을 소개해 관심을 모았다. 실제 삼성전자 윈도폰 형태로 시연된 삼성의 플렉시블 OLED ‘윰’은 기존의 유리 기판 대신 매우 얇은 플라스틱을 적용해 휘어질 뿐만 아니라 깨지지 않는 디스플레이 솔루션이다. 이를 통해 차세대 모바일 기기에 적용될 미래 디스플레이 트렌드의 상징으로 평가 받았다.

모바일 제품 출품은 후발 제조사들인 중국의 화웨이(Huawei)와 ZTE, 일본의 소니 등이 더 활발했다. 먼저 화웨이는 6인치급 초대형 스마트폰 ‘어센드 메이트(Ascend Mate)’를 비롯해 ‘어센드 D2’, 첫 윈도8폰 ‘W1’ 등을 선보였다.

이 가운데 ‘어센드 메이트’의 화면 크기는 6.1인치로 전화(phone)와 태블릿(tablet)의 합성어인 패블릿(phablet) 시장의 전면에 나섰다. 현재 스마트폰 가운데 화면이 가장 큰 것은 5.5인치인 삼성의  ‘갤럭시노트2’이다. 6인치에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더욱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경계를 모호하게 할 것이라는 게 업계 지적이다.

화면 크기 이외에 ‘어센드 메이트’의 또 다른 강점은 배터리다. 4050mAh의 대용량 배터리를 장착해 한번 충전하면 이틀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1920×1080 해상도(443ppi)의 초고화질 디스플레이로 무장했으며, 장갑을 끼고도 터치 스크린을 사용할 수 있는 ‘매직터치’ 화면도 추가됐다. 가격은  ‘갤럭시노트2’의 절반 수준인 3000위안(약 50만원)이다.

ZTE는 풀HD 스마트폰 ‘그랜드S’를 공개했다. 이 모델은 1.7㎓ 쿼드코어 퀄컴 스냅드래곤 S4 프로 프로세서를 적용했고, 1080p 풀HD 5인치 디스플레이를 갖췄다. 2GB 램(RAM)과 1300만 화소 카메라, 200만 화소 전면 카메라와 함께 구글 안드로이드 4.1 젤리빈을 적용했다. 출시 시점과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소니는 12.7㎝ 전략폰인 ‘엑스페리아Z’를 최초 공개했지만 초고화질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이미 시장에 나온 휴대폰과 비슷한 수준의 사양이라 큰 주목을 이끌어내진 못했다.

모바일에서는 휴대폰 보다는 태블릿PC가 강세였다. 파나소닉이 A3 크기와 맞먹는 20인치 크기의 4K 윈도8 태블릿PC를 공개했다. 이 제품은 소비자용이 아닌 비즈니스용으로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제작됐다. 풀 HD(1920×1080)의 4배의 화질을 자랑하는 4K(3840×2160) 해상도를 지원하며 국내에서는 ‘울트라HD’로 불리기도 한다. 갤럭시노트처럼 디지털펜을 통한 입력이 가능해 손글씨를 이용한 디지털 데이터를 만들 수 있다. 클라우드 기반의 실시간 협업 도구를 갖춰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이용자들에게 데이터를 곧바로 전송하는 것도 가능하다.

레노버도 27인치 태블릿PC ‘아이디어센터 호라이즌’을 전시했다. 이 태블릿PC는 윈도8 기반에 3세대 코어 i7 프로세서와 엔비디아 지포스 그래픽칩을 탑재했으며, 비즈니스용이나 게임용으로 적합한 제품이라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레이저는 모바일 게임 이용자를 겨냥한 ‘레이저 엣지’를 공개했다. 기존 태블릿 PC 기능은 물론 PC, 콘솔의 기능을 모두 모은 제품이다. 이 제품은 윈도8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PC와 콘솔의 장점을 결합했다. 따라서 PC와 연결하거나 최적화하지 않아도 최신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인텔 3세대 코어 프로세서와 엔비디아 지포스 그래픽 칩셋을 탑재, 최신 사양의 게임도 완벽히 구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 내비게이션 업체인 팅크웨어는 이번 전시에서 고성능 엑시노스 쿼드코어 1.4GHz CPU를 탑재한 태블릿 PC ‘티텐큐(T10Q)’로 업계의 시선을 끌었다. 이 제품은 필기 기능에 초점을 맞춘 팜 리젝션 기능 등을 갖췄다. 뿐만 아니라 스테레오 스피커와 전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등을 이용해 학습 및 업무 효과를 더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광시야각 PLS 패널을 채용, 고해상도(1280X800)를 구현했으며,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편안하도록 만든 것이 특징이다. 오는 2월 말 출시예정이다.

중소·중견 기업 활약 “대기업 긴장해!”

모뉴엘이 CES에서 내놓은 제품들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터치테이블PC’였다. 테이블 위에 태블릿 화면이 있어 카페나 자동차 대리점, 보험회사 등에서 도입하면 유용하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도입 회사에 따른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는 제품이기도 하다.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 가격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합리적인 선에서 책정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서버 탑재형 ‘스마트 정수기’, 식물의 상태를 음성으로 알려주는 ‘스마트 커뮤니케이션 화분’, 소리를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진동 알림 기능을 채용한 전자 팔찌 등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제품들을 선보였다.

특히 모뉴엘과 PC 하드웨어 제조사 잘만테크는 CES 2013에서 중소 및 중견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부문별 최고 제품 한 개에만 수여하는 ‘최고 혁신상’ 2개를 포함해 7개의 혁신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팅크웨어는 태블릿PC ‘티텐큐(T10Q)’를 비롯해 항공지도가 탑재된 내비게이션 ‘아이나비 K11 에어’, 풀HD 블랙박스 ‘아이나비 블랙 FXD700 마하’, ‘아이나비 블랙 FX500 마하’ 등을 전시했다. ‘티텐큐’는 쿼드(4)코어 프로세서와 안드로이드 4.1 젤리빈을 탑재하는 등 대기업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성능을 자랑했다.

영상통신 전문기업인 디지털존 역시 블랙박스와 유무선공유기, TV플러그를 출품했다. CES에서 첫 선을 보이는 블랙박스 ‘위보 드라이브’는 2채널로 HD해상도와 전후방 135도를 녹화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상시 녹화, 주차감시 녹화 및 충격이 가해졌을 때 3G 충격센서를 통해 영상을 녹화, 기록하는 기능을 갖췄다. 특히 무선 와이파이를 지원, 스마트폰과도 연동이 가능해 실시간 주행영상을 보거나, 블랙박스에 저장된 동영상 파일을 내려받아 스마트폰으로 바로 볼 수 있다.

‘위보(WeVO) 유무선공유기’는 2.4GHz와 5GHz를 동시에 지원한다. 2.4GHz는 장애물이 있는 공간에서 신호가 잘 전달되며 5GHz는 장애물이 없는 공간에서 보다 효율적이다. 4개의 5데시벨(dBi) 안테나가 장착됐으며 유선랜은 최대 1Gbps, 무선랜은 최대 300Mbps의 속도를 자랑한다.

휴대폰 및 IT기기 액세서리 전문업체 애니모드는 스마트폰 및 IT기기 액세서리 외에 충전커넥터 없이 휴대폰 배터리 충전이 가능한 무선충전기 ‘애니모드 파워 스테이션’과 태양열 충전이 가능한 ‘애니모드 솔라 스테이션’ 등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동양매직은 ‘스마트가드 정수기’로 삼성, LG 등의 대기업과 함께 정수기 부문에서 혁신상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스마트가드 정수기’는 가스 누출, 화재 경보 시스템을 갖춰 주방의 안전을 지킬 뿐 아니라 얼음 양, 정수 필터의 수명, 물의 온도와 양을 스마트 디스플레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