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후 대전 대덕구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난 화재로 발생한 연기와 화염이 하늘로 치솟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지난 12일 오후 대전 대덕구 한국타이어 공장에서 난 화재로 발생한 연기와 화염이 하늘로 치솟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의 대전공장에서 대규모 화재가 발생해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이에 따라 실적에 끼칠 악영향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손실을 장기간에 걸쳐 만회할 수 있는 여지를 갖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3일 정오 현재 대전광역시 대덕구에 위치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발생한 불이 13시간만에 초기 진압됐다.

전날 오후 10시 대전공장 2공장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 화재는 소방당국의 조치로 큰 불이 잡힌 상황이다. 공장에 있던 작업자 10명은 연기를 흡입해 병원에 옮겨져 치료받은 뒤 모두 귀가했다. 소방당국과 한국타이어는 화재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불이 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0년대 들어선 후 2006년 2월, 2014년 10월에 이어 올해가 세 번째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8월 발간한 2021/22 ESG 보고서를 통해 공정안전보고서(PSM) 인증 획득, 종합관제센터 운영, 소방훈련 등을 통해 화재 등 천재지변에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사고로 사업장의 사업 연속성에 대한 업계 의문을 해소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의 가동실적 추이.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의 가동실적 추이.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대전·금산공장 2년연속 적자

한국타이어가 겪은 이번 사고는 향후 기록할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대전공장, 금산공장 등 국내 공장 2곳에서 노조 파업, 수요 둔화 등으로 인한 생산차질의 여파로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화재라는 추가 변수로 인해 한동안 생산 차질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전공장의 생산실적은 지난 2021년 기준 8363억원으로 금산공장(8834억원)보다 줄곧 낮았다. 다만 글로벌 생산 사업장 8곳 중 중국 3곳과 금산공장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생산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최근 5년 중 2021년까지 4년 동안 대전공장 가동율의 감소세를 이어오다 지난해 1~3분기 제조원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가동율을 소폭 개선했다. 다만 올해 들어 2개월여만에 만난 재해로 인해 가동율 회복세가 꺾일 수 있다.

조용원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타이어가 고정 계약을 맺은 OE(신차용) 시장에서는 금산공장이나 해외 공장 가동률을 높여 수요에 대응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대전공장에서 공급량이 부족하면 고성능(high performance) 타이어 시장에서 일본, 미국 등 국적의 브랜드 제품으로 수요가 옮겨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사고는 앞서 한국타이어가 수립한 투자·배당 계획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 미국 시장 공략에 더욱 힘 싣기 위해 2조여원(15억7500만달러) 규모로 수립한 테네시 공장 투자 계획도 현재진행형이다.

한국타이어는 오는 2026년까지 5년 동안 미국 테네시주(洲)에 위치한 생산시설에 투자해 생산능력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후 2026년 1분기에 신규 시설에서 양산 개시할 예정이다. 한국타이어가 여러 생산시설을 가동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수요를 충당하는데 부족함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최근 물류비 등이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시장별 수익성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한국타이어는 이뿐 아니라 오는 2024년까지 3년동안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의 20%를 주주에게 배당할 계획을 수행 중이다. 대전공장 복구비용을 지출함에 따라 당기순이익이 감소하면 주주 배당금이 줄어들 공산이 존재한다.

미국 테네시주에 위치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공장의 전경. 출처=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미국 테네시주에 위치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공장의 전경. 출처=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1.7조원 보험가입…현금창출력·신용등급 우수

업계에서는 한국타이어가 대전공장 사고로 대규모 손실을 입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손실을 복구하기 위한 대책을 구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대비책 중 하나가 보험이다. 한국타이어는 다수 보험사를 통해 대전공장에 대해 1조7031억원 규모의 재산종합보험에 가입한 상황이다. 한국타이어가 해당 상품을 통해 손실을 일부 보전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실제 지난 2021년 물류센터 화재로 4000억원 규모의 재산피해를 입은 쿠팡을 두고 보험업계에서는 “큰 이변이 없는 한 3600억원으로 추정되는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마찬가지로 대전공장도 피해 규모와 피해 원인 등을 파악하는데 길게는 수년이 걸리지만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실적을 개선해나가는데 보험금이 도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한국타이어가 양호한 현금창출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생산 정상화에 필요한 비용을 무난히 창출할 수 있다. 한국타이어의 영업이익에서 감가상각비, 판매관리비 등 각종 비용을 다시 더한 영업창출능력 지표인 EBITDA는 2021년 기준 1조2855억원으로 4년 연속 1조2000억원을 넘는다.

한국타이어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지난 2021년말 1조620억원에 비해 지난해 3분기말 기준 8696억원으로 18.1% 감소했다. 다만 코로나19 창궐 전인 2019년말(8776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4분기 세계 완성차 판매실적이 회복된 점을 고려하면 한국타이어의 해당 자산이 다시 채워졌을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타이어가 각종 투자 활동을 위해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더라도 어렵지 않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말 기준 현재 한국타이어의 회사채 등급은 ‘AA/안정적’으로 우수한 수준을 보인다. 넥센타이어(A/안정적), 금호타이어(BBB+/안정적) 등 타사에 비해 높다.

타이어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보험상품에 따른 손실 보전액을 추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한국타이어가 현금창출능력을 입증하고 있고 국내외 곳곳에서 가동 중인 타 공장으로 대전공장의 공급량을 일부 대체하는 것이 가능한 것은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한국타이어는 사업 연속성을 충분히 갖춘 상황에서 대전공장 복구에 만전을 기하는 중이다. 한국타이어는 이날 “현재 사고 경위 및 피해상황을 확인 중”이라며 “경영진을 포함한 임직원이 조속한 사고 수습 및 복구를 통해 손실을 최소화 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공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