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신문

이코노믹 리뷰 회장

(president@asiae.co.kr)

제너럴일렉트릭(GE, General Electr-ic)과 제너럴모터스(GM·General Motors). 두 회사 모두 미국에 적을 둔 세계적인 다국적기업이다.

GE는 1892년에 설립, 에디슨이 발명한 백열등으로 사업을 시작해 한때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자·전기 소비재를 생산한 기업이다.

1908년에 설립된 GM 역시 24개국에 28개 해외자회사를 거느리며 169개국에서 자동차를 판매해 왔다.

두 회사 모두 100년이 넘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미국의 자존심이나 다름없는 역할을 해왔다. ‘미국을 대표하는 두 명의 장군(General)’이라는 농담이 오갈 정도였다.

그러나 같은 General로 시작되지만 두 장군의 운명은 이제 완전히 달라졌다. 한 장군은 계속 전쟁터에서 새로운 영역을 찾아가며 적진을 향해 돌진하고 있지만 한 장군은 패배자의 쓴맛을 볼 처지에 놓여 있다.

GE는 잘나갈 때도 철저하게 낭비요소를 제거, 생산성을 높이기위해 안간힘을 썼다. 워크아웃, 벤치마킹, 6시그마 등 끊임없는 혁신노력을 한 것이다.

그러나 GM은 관료적이고 폐쇄적인 조직을 제대로 수술하지 않은 채 열매를 따먹기에 급급했다.

밖에서 밀려 들어오는 변화의 물결을 외면한 채 수치로 나타나는 비용절감 규모에만 매달렸다. 한쪽은 변화를 지배했고, 한쪽은 자신을 장군으로 이끌었던 과거의 성공비결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계집 바뀐 건 모르면서 젓가락 바뀐 것은 아느냐’는 속담이 있다. GE는 젓가락을 바꾸더라도 계집은 바꾸지 않았다. 그러나 GM은 배우자가 바뀌는 줄도 모른 채 그동안 계속 젓가락의 짝이 바뀌는 부분에만 지나치게 신경 써온 셈이다.

1980년대 초 자동차 담당 기자였던 필자가 만났던 사람은 우리나라 자동차 역사를 새로 쓴 신진자동차 창업주의 자제분이었다.

코란도(Ko-rando)라는 상표로 부친이 못다 이룬 자동차 강국의 뜻을 다시 펼치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주식회사 거화’라는 자동차 회사를 출범시켰다.

그런 거화는 새 주인을 맞았다. 바로 동아자동차이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대형버스를 베트남과 보르네오섬에 수출한 하동환자동차는 동아자동차로 상호를 바꾼 후 주식회사 거화를 흡수합병, 4륜구동 전문업체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동아자동차의 운명 역시 길지는 않았다. 쌍용그룹에 경영권이 넘어가면서 쌍용자동차가 됐다. 그리고 다시 주인은 대우그룹으로,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워크아웃, 법정관리 상태에 들어가 독자적인 자동차 제조업체의 자리를 지켰다.

그러다가 또다시 맞은 주인이 중국 최대의 승용차 그룹인 상하이기차이다.
그런 쌍용자동차가 이젠 바람 앞의 등불 신세가 됐다.

노조가 파업해제 후 대화재개라는 노사정협의회 중재안을 거부함으로써 공권력이 투입될 가능성도 없지 않은 상태이다. 일선 영업소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시간이 없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젓가락도 바뀌고 계집도 바뀌어야 할 신세가 될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해야 한다는 것, GE처럼 변화를 지배해야 한다는 것, GM처럼 과거의 비결이 새로운 세계에서는 먹혀들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는 길이다. Korean의 자존심을 걸고 젓가락의 짝도, 계집도 바뀌지 않는 역사가 일어나기를 기대해 보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