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여론통제 강화라는 논란 속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및 애플리케이션을 심의하는 전담팀 신설을 확정했다. 방통심의위 측은 분산되어 있던 부서를 효율화하기 위해 전담팀을 만든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참여연대 언론인권센터 등은 여론 탄압의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44조 7항을 보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연히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일 경우 정부가 서비스 제공자에게 이러한 글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비방할 목적’ ‘타인의 명예 훼손’이라는 항목이 주관적일 수 있다는 데 있다. 결국 권력자의 입맛에 맞는 글은 검열 대상이 아니며, 그렇지 않은 글만 검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권력자는 법이라는 ‘벽’을 세우고 SNS 사용자를 감시할 수도 있다. 공리주의자 제레미 벤담이 고안한 원형감옥 파놉티콘의 견고한 벽이 또 하나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벽’은 사회 도처에 깔려 있다. 양극화 문제만 보더라도 벽은 더욱 견고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연봉 1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고소득 근로자는 2010년 28만명보다 29.3% 증가한 36만2000명이었다. 전체 급여소득자 중 1억원 초과 근로자 비중도 1.8%에서 2.3%로 증가했다. 아울러 연봉 2000만원 이하 저소득 근로자는 286만명으로 2010년 272만명보다 5.1% 증가했다. 고소득 근로자와 저소득근로자가 함께 증가하고 있다. 중간층이 얇아지는 대신 그 빈자리가 보이지 않는 벽으로 채워지고 있다.

세대 간의 벽도 더욱 두터워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30대 가구 소득의 증가율이 40~50대의 1/3에도 미치지 못했다. 가구주가 39세 이하인 2인 이상 가구의 지난해 3분기 월평균 소득은 407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7% 올랐다. 하지만 40대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68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42% 늘었으며, 50대는 462만원으로 8.37% 증가했다.

20~30대 가구의 소득증가율은 2011년 4분기 5.31%를 기록한 이후 2012년 1분기 4.04%, 2분기 0.87%, 3분기 2.67%를 기록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40대와 50대의 가구 소득 증가율은 5.85%~10.16%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고용구조가 취약한 20~30대가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40~50대는 상대적으로 정규직 비중이 높고 노조의 힘도 강해 소득증가율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재취업도 활발했다. 실제로 2010년말 기준 50대 일자리는 1년 전보다 11.3% 증가한 반면, 20대 일자리는 5.1% 줄었다. 때문에 신세대들과 기성세대들의 갈등의 벽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교육에 있어서도 벽이 생기고 있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공교육 내실화로 사교육비를 경감하겠다고 발표해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과학고, 특목고, 자율형사립고, 자립형사립고 등 고교 등급제가 이뤄졌다. 저소득층의 부모들은 에듀푸어가 되더라도 자녀를 위한 사교육비 지출은 줄이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러나 경제적 양극화로 인해 저소득자들이 고소득자들의 교육비를 따라가지는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교육은 결국 소득의 양극화로 이어진다. 고소득 부모를 둔 자녀들은 양질의 교육을 받으며 고소득 직업을 갖는 반면, 저소득 자녀들은 고소득 직업을 갖기 어렵다. 결국 부자와 빈자 사이의 벽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견고해지는 것이다.

IT 발달 등으로 물리적인 벽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계층의 벽, 세대의 벽 그리고 교육의 벽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이런 벽을 낮출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세금을 통한 복지다. 누진세, 증여세, 상속세 등을 통해 더 많이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 많이 거둬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이 나눠주는 것이 바로 복지의 핵심이다. 박근혜 당선인이 집권하는 올해부터는 물리적인 벽과 함께 보이지 않는 벽도 낮아지길 기대한다.

 

시사용어_에듀푸어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도시에 거주하는 2인 이상 가구의 교육비는 1990년에 5만원에서 2000년 16.6만원으로 2011년에는 30.4만원으로 증가했다. 이처럼 교육비가 증가함에 따라 소득대비 교육비도 늘어 각각 1990년에 5.3%, 2000년에 7.5%, 2011년에 8.7%로 나타났다. 소비지출 대비 교육비는 1990년에 8.3%, 2000년에 11.2%, 2011년에 12.6%로 증가했다. 가계 소득보다 교육비 지출이 월등히 높은 것이다. 자녀의 미래를 위해 부모의 현재를 포기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국내 가구의 교육비 지출구조 분석’ 자료를 보면 2011년 기준으로 에듀푸어(edu-poor)는 82만4000가구(인구 수 30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전체 가구의 13%에 해당한다. 에듀푸어란 부채가 있고 소득보다 지출이 많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평균보다 많은 교육비를 지출해 빈곤하게 사는 가구를 말한다.

유치원과 초등학생 자녀를 둔 일반 가구에서 월평균 사교육비가 25만6000원인데 반해 에듀푸어 가구에서는 50만8000원으로 2배 가량 많았으며, 중·고교 자녀가 있는 가구에서는 각각 48만5000원과 69만5000원이었다.

이런 에듀푸어를 줄이기 위해서 박근혜 정부는 여러 대안을 내놓고 있다. 그 대안의 실질적인 효과를 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