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은 자연의 소리에 가깝죠.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의 정서순화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노병갑 국악놀이연구소 사무국장의 말이다.

대학로에서 연극 연출을 하던 노 국장이 국악놀이연구소에서 국악 콘텐츠 개발에 나서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노 국장은 자연의 소리가 주는 정서순화의 힘을 믿고 있다. 노 국장이 오기 전까지 국악놀이연구소는 강사 파견을 통한 교육사업에 주력하고 있었다. 현재도 7명의 강사들이 유아·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꾸준히 파견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노 국장은 교육사업의 중요성을 절대 등한시하지 않는다. 그는 이미 서양문화에 길들여진 아이들의 문화적 취향을 한 번에 바꿀 수는 없기 때문에 학습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강사 파견식 교육에는 물리적 한계가 따르는 것도 사실이었다.
더 많은 아이들에게 국악의 흥겨움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심하던 끝에 탄생한 것이 어린이를 위한 국악 공연이다.

국악 공연은 노 국장이 연극 연출을 하던 시절부터 해왔던 고민 역시 해결해 줄 수 있었다.

TV 드라마와 크게 다를 게 없는 소극 위주 공연과 흥행만을 고려한 코미디물이 넘쳐나던 공연시장에서 노 국장은 차별화된 공연을 꿈꿔오고 있었던 것이다.

결과도 좋다. 국악놀이연구소에서 축적된 교육 프로그램을 극화한 〈풍뎅아 뺑뺑 돌아라〉 공연 이후 〈달라 이야기〉, 〈으라차, 방귀쟁이 며느리〉, 그리고 현재 상연 중인 〈안녕, 핫도그dog〉까지 노 국장이 기획한 공연들은 연이어 호평을 받고 있다. 직접 관람한 아이들의 반응도 좋다.

특히 장단놀이를 표방한 〈안녕, 핫도그dog〉의 경우 우리의 신명나는 장단을 바탕으로 다양한 놀이와 춤이 결합됐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인정받고 있다.

타악 그 자체를 극화해 세계적으로 성공한 공연이 된 〈난타〉보다 더 풍성한 공연이라는 게 노 국장의 설명이다.

장단은 서양의 리듬이나 비트 개념과는 달리 그 자체로 완결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노래와 춤, 놀이 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다.

집중력이 높지 않은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공연인만큼 이러한 다양한 콘텐츠는 아이들을 사로잡는 데 가장 큰 장점이다.

〈안녕, 핫도그dog〉는 인기에 힘입어 다음 달 3일부터 이화여고 백주년기념관과 충북 청주 등에서 앙코르 공연에 들어간다.

국악 공연을 기획하며 국악 대중화에 온 신경을 쓰고 있는 노 국장의 국악 전파 대상은 아이들만이 아니다.

55세 이상 퇴직자들을 전통문화 지도자로 양성하는 ‘어르신 교사 교육’과 그렇게 배운 국악을 바탕으로 어르신들이 직접 공연을 하는 ‘꼬방꼬방 국악놀이단’ 역시 역동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영등포노인복지관 소속 노인들이 직접 참여하고 있는 ‘꼬방꼬방 놀이단’은 두 번째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도봉구의 공부방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는 ‘뚝딱뚝딱 장단놀이터’도 진행 중이다.

노 국장은 이러한 다양한 콘텐츠 개발을 통해 보다 많은 세대에게 국악을 전파한다는 생각이다.

올 하반기에는 국악 체험공연을 통해 장단으로 하는 대화법 실험도 해볼 생각이다. 또한 지금까지의 교육 프로그램을 책으로 엮어볼 계획도 세우고 있다.

“길게 보고 있어요. 당장은 재정에도 여유가 없지만 10년, 20년 후에는 비전이 생길 거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미래를 밝게 전망하는 노 국장의 모습에는 자신감이 서려 있었다.

이재훈 기자 hun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