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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업황에
최고 실적낼 기업 사라”
가치투자 대가들, 2009 주식시장을 말하다

가치투자가 무조건 장기투자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비록 현재는 재무상태나 수익성이 나빠도 장래에 좋아질 수 있다는 믿음만 있으면 10배도 오를 수 있는 것이 ‘가치투자’인 것이다.
지난 15일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국내 내로라하는 가치투자의 대가들이 모였다. 신영증권에서 매년 열고 있는 가치투자교실에서 강의했던 것이 인연이 됐다. 이들은 주식시장이나 후배들에게 의미있는 일을 해보자며 뜻을 모아 올 6월 ‘가치투자포럼’을 창단했다. 박경민 한가람투자자문 대표,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을 공동 대표로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 이동식 삼성투신운용 본부장 등 12명이 멤버다.
이날 자리에서 단연 화두는 2009년 증시였다. 이들은 가치투자자들에게 좋은 기업의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것에 의견을 같이하며 2009년은 올해보다는 좋은 장세가 될 거라고 예상했다. 다만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은 ‘뜨거운 감자’라는 평가다.

강방천 에셋플러스 회장(이하 강방천) 2009년은 유동성에 따른 시장 분위기가 모멘텀이 될 것 같은데요. 내년에는 폭발적 유동성 때문에 증시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연초에는 강했다가 홍역을 치르는 장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때 구조조정으로 살아남은 과점적 기업이 지수를 이끌지 않을까요?

박경민 한가람투자자문 대표(이하 박경민) 네, 저도 내년이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전 세계가 정책 공조를 펴 신뢰감을 심어주고 있거든요. 하지만 만일 하반기 미국국채금리가 오르면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2011년에는 유동성으로 인한 부작용이 있을 겁니다.
김준연 코리안리 투자자문 대표(이하 김준연) 저는 내년 증시가 상저하고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러나 전세계 GDP의 10%를 경기부양하고 있어 대다수가 걱정하는 것처럼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최근의 증시하락은 파생상품의 레버리지 때문이지 증시의 버블은 아니거든요. 물론 중국은 버블이지만요. 현재 국내증시는 2003년 수준으로 하락했고 전 세계는 30년 전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렇지만 기업들의 가치가 없어진 것은 아니거든요.

강방천 돈은 비싼 곳에서 싼 곳으로 흐르기 마련입니다. 금리가 하락해 채권금리가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주식이 싸졌습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주식이 싸면 안 사고 오르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사는 것 같습니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이하 조용준) 그러게요. 지수가 아닌 개별 기업을 보고 투자를 하는 가치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더없이 좋은 기회인데 말입니다.

강방천 이런 때일수록 여유자금으로 투자해라, 개인의 투자원칙을 세워라 등의 가장 기본이 되는 조언이 빛을 발하는 때가 아닐까요? 장기투자가 모든 것을 설명해 주지는 않으니까요.
지금 투자자들에게는 좋은 주식, 펀드를 찾으려는 혜안이 필요합니다. 펀드를 직접 운용하는 운용사의 철학이 담겨있고 또 그것이 투자자의 철학과 맞는지, 상품의 기획논리가 투자자의 여유자금의 성격과 맞는지, 일관성 있는 운용전략이 있는지를 꼼꼼히 살펴봐야겠지요.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이하 이채원) 사람들이 지수의 저점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 현재는 지수저점보다는 기업 실적의 저점을 찾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내년에는 실적악재만 있을 것으로 보이거든요.

조용준 내년에는 구조조정으로 인해 살아남은 1등 업체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적변동성이 없는 기업, 즉 현대차, 삼성전자, skt, 포스코, 신세계 등을 눈여겨보고 있어요.

박경민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틈새시장에서 견조하게 버티는 기업 중 중소형주 위주로 투매가 나올 때 저가매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팅크웨어, KH바텍, 현진소재 등 밸류스탁을 보고 있습니다. 대형주를 갖고 있기에는 불안하거든요.

김준연 기업을 평가할 때는 10년 이익을 평균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신세계 I&C 같은 경우는 업계에서 1위인데 한번도 적자 낸 적이 없어요. 자동차부품회사인 인지콘트롤도 주목할 만하고요. 앞으로는 아시아지역의 소비주가 주도주가 될 거라고 예상합니다.

박경민 국내증시가 9월 위기설, 3월 위기설 등 불확실성으로 출렁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미네르바도 증시가 500까지 하락할 거라고 예언했고요. 그러나 국내증시는 악재를 충분히 방어할 겁니다. 만일 증시에 심리적인 충격이 온다면 가치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매수를 해야 하는 타이밍인 거죠.

강방천 국내의 기업과 부동산경기는 상대적으로 조정을 덜 받은 것 같습니다. 기업을 살려야 경기가 살아난다는 정치논리가 틀린 것은 아니지만 주주의 입장에서는 구조조정이 빨리 끝나야 시장에 돈이 돌거든요. 그것이 결과적으로 시장 전체를 살리는 길인데 말입니다. 시장에 구조조정 기업이 섞여있으면 외면을 받거든요.

조용준 맞습니다. 지금처럼 변동성이 심한 장세에는 구조조정으로 인해 수혜 받을 1등 업체들을 찾아 장기투자 하는 게 좋은 투자전략인 것 같습니다.

김준연 가치투자의 대가인 템플턴 경이 주식을 살 때는 그 기업의 사이클을 보라고 조언했듯이 1~2년은 두고 봐야죠. 저도 업황이 안 좋을 때 1등 기업을 들고 장기투자하면 큰 수익을 낼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오희나 기자 (hnoh@ermedia.net)

말통

강방천 에셋플러스 회장
"펀드 투자를 할 때는 운용사의 철학과 투자자의 철학이 맞는지, 상품의 기획논리가 투자자 여유자금의 성격과 맞는지, 일관성 있는 운용전략이 있는지 꼼꼼히 살펴야"

박경민 한가람 투자자문 대표
"틈새시장에서 견조하게 버티는 기업 중 중소형주 위주로 투매가 나올 때 저가매수해야, 2011년에는 유동성으로 인한 부작용 있을 것"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
"지수의 저점에 대해 관심 갖는 경우 많지만 현재는 지수저점보다는 기업 실적의 저점을 찾아야 할 때"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변동성이 심한 장세에는 구조조정으로 인해 수혜를 받을 1등 업체들을 찾아 장기투자를 하는 게 좋은 투자전략"

김준연 코리안리 투자자문 대표
"기업을 평가할 때 10년 이익을 평균해 봐야 할 것…아시아지역 소비주가 주도주가 될 거라고 예상"

오희나 기자 hnoh@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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